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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세상에서 유일한 만병통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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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세상에서 유일한 만병통치약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명상이라는 약

여기 약병이 하나 있습니다. 효능 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두통을 줄여주고, 협심증 통증을 줄일 수 있으며, 관상동맥 우회 수술 필요성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혈압을 낮춰 고혈압 치료에 도움을 주며, 마음의 장벽을 극복하여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합니다. 불면증을 이길 수 있고, 과호흡 증후군 발작을 예방할 수 있고, 요통을 덜어주고, 항암 치료 효과를 키웁니다. 공황 발작을 제어할 수 있게 도와주며, 콜레스테롤 수준을 낮추고,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변비, 조급증,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 등으로 인한 불안과 긴장의 증상을 덜어주며, 전체적으로 스트레스 감소를 도와 내적인 평화와 정서적 균형을 이루는데 도움을 줍니다."

누군가 여러분에게 이런 효과가 있는 약이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는지요. 게다가 남녀노소 누구나 복용해도 되고, 과용 혹은 남용하거나 장복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아마 많은 분이 그런 약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며 의심에 찬 눈초리로 약을 권하는 사람을 바라볼 것입니다.

이 만병통치약의 이름은 바로 '명상'입니다. 위의 내용은 <하버드의대 벤슨 박사가 제시하는 과학 명상법>(허버트 벤슨·윌리엄 프록터 지음, 장현갑·장주영·김대곤 옮김, 학지사 펴냄)이란 책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약의 이름을 듣는 순간 "아, 그런 거였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분이 많으실 겁니다. "마음먹기 달렸다는 걸 누가 모르나? 그게 마음대로 되지도 않고, 그러고 앉아 있을 시간도 없어서 못하지"라고 퉁명스레 한마디 하신 분도 계실 테고요.

많은 분이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몸과 감정, 그리고 정신 상태는 상호 긴밀한 관계 아래 깊이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건강과 질병에 관한 심신일여(心身一如)적 관점의 접근은 동양 의학에서는 너무나 당연합니다만, 최근에는 서양 의학에서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관심을 가집니다. 재미있는 건, 같은 내용이라도 전통적 단어보다 실험실 용어를 사용해 전달하면 많은 사람이 잘 수긍한다는 겁니다. 마치 <어린 왕자>에서 터키 천문학자가 양복을 입은 후에야 업적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여하튼, 진료하면서 환자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명상이라는 약을 복용하도록 권하는 편입니다. 병증의 종류와 관계없이, 진료실에서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필요 이상의 긴장 반응과 감정, 생각, 그리고 신체 간의 불균형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 또한 그럴 겁니다). 이럴 때 명상이란 약을 복용하면 치료 효율을 키울 수 있고, 치료 이후 건강 관리에도 유용합니다.

명상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어상 의미에서 알 수 있듯, 명상은 자신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행위입니다. 파도치듯 일어나는 많은 감정과 생각의 움직임에 가린 내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이지요. 저는 명상이란 단순히 좋은 생각을 하거나, 희망적인 생각을 고집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멈추어 바라보고,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제가 생각하는 명상은 굳이 정해진 장소와 특정한 자세를 취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합니다.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는 일,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일, 음악을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일, 걷고 달리고 헤엄치는 모든 일상의 행위가 명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단, 그러한 행위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몰입해야 한다는 전제는 있습니다. 그래야만 외부 현상에 흔들리지 않고, 밀도 높게 자신을 바라볼 수 있을 수 있을 테니까요.

매 순간 그렇게 한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므로, 하루 일과 중 잠시라도 습관적으로 자신의 몸과 감정, 그리고 정신을 담아서 명상하는 게 좋습니다. 투영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 자신을 보다 잘 보고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물론 여기서 더 나가도 좋겠지요.

우리는 겉으로는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진짜 내 몸과 감정과 정신이 무엇을 원하고 싫어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명상이라는 말에 갇히지 말고, 명상을 통해 놓치거나 속이고 살았던 나를 볼 수 있다면 건강과 인생의 문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풀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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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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