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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짜르'의 대관식 된 윤증현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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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짜르'의 대관식 된 윤증현 청문회

[기자의 눈] '대장성 해체' 부럽다던 MB정권도 1년만에 '모피아 천하'

"이런 저런 이유로 '모피아'가 매도될 때 서글픔을 느낀다."

6일 국무위원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옛 재무부 출신의 금융관료를 지칭하는 용어인 '모피아' 이야기가 나오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목에 핏대를 세웠다.

모피아의 권토중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관료사회에서 승승장구하다가 유탄을 맞고 외곽으로 밀려났다가 금융위원장(이 전 부총리는 금감원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해 경제사령탑에 올라간 이력, 그 와중에 법률사무소 '김&장'을 거친 경험만 닮은 게 아니다.

두 사람은 관료와 시장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로 '큰 형님', '보스'라는 별칭을 공유했다. 결정적인 건 행시 4년 선후배 사이인 이들이 '모피아의 대부' 지위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윤 내정자가 거느리게 될 '모피아 후배'들은 든든하다. 청와대 윤진식 경제수석이 행시 두 기수 후배고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일곱 기수 후배다. 윤 수석은 재무부 금융정책과장, 국제금융국장을 지냈고 진 위원장은 재무부 해외투자과장 출신이다.

'이피아'(옛 경제기획원 출신 경제인맥)인 박병원 전 경제수석과 민간 출신인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자리를 모두 모피아가 채운 셈이다.

'선배님', '후배님' 인사하기 바빴던 청문회

다시 인사청문회 장으로 돌아가보자. 이 자리에서 친박연대 양정례 의원이 모피아 이야기를 꺼내자 윤 후보자는 "모피아는 상명하복의 조직이 아니라 가장 자유로운 토론이 일어나는 집단이고 해외에서는 모두 한국 (재무) 관료들의 우수성을 인정한다"고 무한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뒤에 병풍처럼 앉아있는 모피아 후배들을 가리키며 "뒤에 공무원들이 있지만 우리는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일한다"면서 "그런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2005년 한 모임에 나란히 참석한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와 윤증현 당시 금감원장. 두 사람은 모두 '모피아의 대부'로 자타가 공인하는 인물이다"ⓒ연합

모피아의 위력은 청문회 장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윤 후보자는 행시 네 기수 선배이자 모피아 선배인 민주당 강봉균 의원을 향해서는 "제가 경제수장으로 부임하면 참으로 강 의원님의 지도편달을 부탁드리고 싶다"면서 "강 의원님 같은 대선배님의 지도편달이 아쉬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행시 기수로 7년 후배였고 재무부 은행과장,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을 향해선 "우리 같이 이런 일들을 해오지 않았나. 앞으로 많은 어드바이스(조언)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경제기획원 출신인 한나라당 김광림 의원이 "새 경제팀 모두 재무부 출신이라 정책쏠림현상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고 은근히 압박을 가하자 윤 후보자는 "얼마 전까지 같은 테이블에서 같은 일을 해 온 김 의원의 지적을 잘 받아들이겠다"고 받아넘겼다.

인사 청문회인지 모피아 동창회인지 모를 자리였다.

MB "대장성 없앤 일본이 대단하다"더니...

정부나 상임위원회 뿐 아니라 여당인 한나라당에도 윤 후보자가 거칠 것은 없어 보인다. 행시 24회 출신으로 재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강만수 전 장관 시절에도 '기를 못 편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행시 22회 출신인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이니 당정청 어디에서도 모피아 대부를 견제할 길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모피아에 대한 거부감을 자주 드러냈다고 한다. 그렇게 총애를 받은 강만수 전 장관에 대해서도 태스크포스팀 구성 문제와 기획재정부의 부실한 인력감축 문제를 지적하며 "그러니까 모피아 소리를 듣는다"고 질타했다고 한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당정청의 경제라인은 모피아 천하로 통일됐다. "대장성을 없앤 일본에 감탄한다", "관료나 학자에 CEO출신을 감히 비교하지 말라"던 이 대통령은 어떤 감회가 들까? 1년 해보니 역시 역부족이라는 생각을 할까?

모피아의 모델이었던, '불침항모 일본 경제'의 엔진으로 전세계에서 각광받았던 대장성 OB(Old Boy)들이 결국 경제침체의 주역으로 지목당해 해체의 길을 걸었다는 사실을 '모피아 예찬론'을 편 윤 후보자나 이들에게 둘러싸인 이 대통령은 모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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