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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혹은 박근혜의 '통일 대박', 누구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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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최순실 혹은 박근혜의 '통일 대박', 누구 몫인가?

[기자의 눈] '박근혜 소신'이 더 무섭다

장강명 작가가 새 소설을 발표했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예담 펴냄).

'북한 김 씨 왕조'가 평화적으로 무너졌다. 전쟁도 없었고, 대규모 난민도 없었다. 중국 군대가 북한에 진주하지도 않았고, 북한 일부가 중국 땅이 된 것도 아니었다. 한국 정부는 '점진적인 통합 과정'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만하면 괜찮은 통일인데? 아니다.

"아귀와 수라들의 축생도가 열렸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 "이상적인 시나리오에 따른 통일, 결과는 축생도"

<우리의 소원은 전쟁> 속 설정이다. 작가는 "통일 전문가들이 이상적이라고 평가했던 시나리오를 설정으로 삼았다"고 했다. 작가가 전망한 결과는 '축생도'다. 약육강식의 동물 세상.

올해 3월 종영한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속 대사를 곁들여 읽으면 좋다.

"난세란 무엇이냐? 약자의 지옥이다. 난세엔 강자들의 욕망이 활개 친다. 그렇다면, (난세의 반대말인) 태평성대란 무엇이겠는가? 강자의 지옥이다. 강자를 모두 가두고, 약자들이 최소한의 풍요를 즐기며 사는 세상이다."

드라마 대사 속 '난세'가 소설에선 북한 땅에서 펼쳐진다. 약자의 지옥, 강자의 천국. 힘이 있으면 쉽게 '대박'을 칠 수 있는 세상. 그게 꼭 소설이기만 할까. 워낙 소설 같은 현실 속에서 지낸 탓인지, 소설이 꼭 현실 같다.

"통일은 대박", 박근혜 생각이라면 더 위험하다

확실히 누군가에겐 통일이 '대박'이다. 그리고 하필, 대통령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2014년 신년 기자 회견문에 담긴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이 다시 논쟁거리다.

검찰은 이 표현이 최순실 씨의 아이디어였다고 본다. 반면, 청와대와 통일부는 아니라며 펄쩍 뛴다. 정부의 해명은, 지난 2012년 출간된 <통일은 대박이다>(신창민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펴냄)가 이런 표현의 원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해명만으론, 굳이 이런 표현이 회견문에 들어간 경위를 설명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청와대, 통일부 등의 설명대로라면, 박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을 마음에 들어 한 건 사실이다. 그게 더 위험하다.

'북조선 토인' 조롱 누리꾼, 마약 파는 군인누구에게 '대박'인가


복권은 당첨자에게만 '대박'이다. 나머지 구매자는 모두 돈을 날린다. 모두에게 '대박'인 사건은 없다.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한 박 대통령은 과연 누구에게 자신을 투영한 건가.

<우리의 소원은 전쟁>엔 기업 형 마약 조직을 운영하는 옛 북한 군인들이 나온다. 또 북한 사람들을 군무원으로 채용해서 실제론 잡부로 부리는 한국 군대가 있다. 내무반 신참에게 한국군 사병들이 '북한 군무원들에겐 존댓말을 쓰지 말라'고 가르치는 대목이 있다. 북한 사람들을 '북조선 토인'이라고 조롱하는 한국 누리꾼들이 있다.

이들 가운데 누가 "통일은 대박"이라고 믿었을까.

탐욕과 갈등 감출 외피마저 걷어낸 박근혜 대통령


통일에 대해 '대박'이라는 탐욕의 언어를 쓴 건, 역대 대통령 가운데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대개는 크고 아름다운 표현으로 통일을 포장했었다. 다른 대통령 역시 통일이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된 뒤의 혼란을 예상했을 게다. 그러니까 아름다운 표현이 필요했다. 탐욕을 누르고, 충돌을 달래려면, '한민족 공동체'처럼 그럴듯한 외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런 외피마저 걷어냈다. 강남 땅 부자 최순실의 개입 때문이라면,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통일을 향한 박 대통령의 본심이 '대박'이라는 탐욕이라면, 그게 더 두렵다.

김정일 만났을 때도, "통일은 대박"이라고 믿었을까


박 대통령은 언제부터 북한을 대박 터지는 탐욕의 대상으로 보게 됐을까. 한국미래연합 대표 시절인 2002년 5월, 박 대통령은 김정일이 보낸 특별기를 타고 평양을 방문했다. 그때도 그랬을까?

당시 김정일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았던 박 대통령은 "통일에 대한 염원이 더욱 간절해졌다"고 했다. 김정일에 대해서도 좋게 평가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쓴 <나의 도전 나의 열정>(김영사 펴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그해 9월에 열린 남북 통일축구대회에서도 관중들이 태극기가 아닌 한반도기를 들어야 한다고 했었다. 또 '대한민국'이 아닌, '통일조국'을 외쳐야 한다고 했다.

당시는 북한의 도발에 따른 '제2 연평 해전'으로 한국 해군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한 지 불과 석 달이 채 안 됐을 때였다. 박 대통령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때도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래서 김정일을 칭찬하고 "통일에 대한 염원이 간절해졌다"고 한 건가.

'최대석 미스테리'누가 개입했나?


궁금증은 꼬리를 문다. 최대석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기획자였다. 최 교수의 아버지는 공화당 의원을 지냈고 박정희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였다. 박근혜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가장 유력한 사람이 최 교수였다.

그런데 최 교수가 2013년 1월 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 분과 인수위원 자리에서 갑작스레 낙마했다. 최 교수는 사의를 표명하기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남북관계 전문가들을 만나 "앞으로 도와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인수위 측 역시 최 교수가 갑자기 떠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이날 함께 침몰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난 지금, 다시 묻게 된다. 그때, 누가 개입한 건가.

"김정일, 약속 잘 지켜", "김정은 정신은 통제 불능"박근혜, 왜 변했나


그리고 올해 9월, 박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신 상태는 통제 불능"이라고 했다. 2002년 만난 김정일에 대해선 "대화하기 편한 사람이고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고 했던 박 대통령이다.

지난 10여 년 사이, 박 대통령의 통일관은 어떤 변화를 겪었나. "통일은 대박"이라는 믿음은 언제부터 품었나. 이런 생각을 누가 심어줬나.

어쩌면 그건, 부차적인 질문이다. "통일은 대박" 표현이 과연 최순실 씨의 아이디어였는지, 그보다 중요한 질문이 있다.

그 대박은 누구 몫인가?

어떤 이들은 확실히 "통일은 대박"이라고 믿을 법 하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 속 마약 업자만 그런 게 아니다. 흡수 통일 방식이라면, 최순실 씨 같은 땅 부자들에겐 기회다. 건설업자들에겐 새로운 투자처가 생긴다. '인건비 쥐어 짜기'로만 버티던 기업에게도 축복이다. 군부는 영향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신자 수가 줄어서 걱정하는 일부 종교 세력 역시 새로운 선교 기회를 얻는다.


다른 대박도 가능하다. 근거 없는 색깔론으로 피해 봤던 이들은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으로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누르기 어려워진다는 점 역시 희망이다. 또 북한만 바라 보느라 한반도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했던 이들, 사실상 섬 나라 주민, 우물 속 개구리였던 이들 역시 새로 눈을 뜨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어쩌면 그게 진짜 대박이다.


박 대통령이 말한 '대박', 전자인가? 후자인가? 후자는 아닐 게다. 근거 없는 색깔론의 수혜자가 박 대통령이다. 만약 전자라면, 정말 궁금해진다. 그 대박은 과연 누구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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