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작심 발언'에 한나라 안절부절…"본의는 그게 아니라"

친박연대도 한나라 맹공… 친이직계 '못마땅'

6개월 여 만에 당 공식 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표의 작심 발언에 한나라당이 안절부절 못하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는 5일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한나라당이 국가발전을 위하고 또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내놓은 이 법안들이 지금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도 굉장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른바 'MB법안'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바 있다.

'대화로 잘 해결 됐으면 좋겠다'는 수준의 원론적 발언에 그치던 박 전 대표가 이같은 발언을 내놓자 한나라당은 파문 진화에 급급한 분위기다.

"내용 이야기가 아니라 절차 이야기라더라"

박희태 대표는 이날 오후 <YTN>인터뷰에 출연해 "오늘 박 전 대표가 짤막하게 말씀하셨는데, 그 뜻을 알아보니까 한나라당이 내놓은 개혁입법의 내용이 고통과 실망을 준다는 것이 아니고 그 입법이 처리가 안 되는 과정에서 실망과 고통을 주고 있다는 뜻이더라"면서 "내용이 아니고 절차에 대한 말"이라고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애써 축소했다.

윤상현 대변인 역시 "박 전 대표께서 하신 말씀에 대해서, 특히 일부분에 대해서 일부언론의 '해석'에 대해 바로 잡고자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고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확인한 결과, 현재 한나라당이 처리하려고 하고 있는 법안들이 국가발전과 국민을 위한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처리 절차를 둘러싸고 불법폭력과 파행으로 혼란이 장기화되고 있어 경제난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실망을 드리고 있다는 뜻으로 말씀하셨다고 한다.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 대변인은 "허태열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에게 확인을 했는데 '절차문제를 지적한 것이다'고 말하더라"면서 "나는 허 최고위원에게 확인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발언이 회의 모두에, 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나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와 대변인이 앞장서서 진화에 나섬으로써 모양만 더 구겼다는 평가다.

특히 이날 박 전 대표의 발언에는 "이 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국민통합을 위해서 다수당인 우리 한나라당이 한걸음 더 나가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는 대목이 있지만, 이는 '절차문제' 중에서도 한나라당 쪽에 비판적인 지적이다. 박 전 대표는 "우리를 다수당으로 만들어줌으로서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는 그런 책임도 우리에게 부여하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친박연대 "한나라, 당내 토론은 충분히 했냐"

이날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 발언의 의미를 축소하고자 애썼지만 친박연대는 별도의 논평을 통해 박 전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은 "민주당이 본회의장 앞 농성을 해제한 것은 대단히 적절한 결정이라고 본다"면서 "여당의 직권상정 시도는 국민과 '우리 야당'의 끈질긴 반대로 사실상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고 본다"며 자신들을 야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전 대변인은 "집권여당이 아직도 숫자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다수의 힘을 맹신하고 있다면 이는 잘못된 발상으로 국론 분열의 불행을 자초할 것"이라면서 "여당도 당내에서 이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나, 소수의 의견 존중도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희태 대표나 윤상현 대변인 말대로 친박연대도 '절차 문제'를 지적한 것이지만 한나라당의 주장과는 대립되는 문제제기다.

'MB법안'의 내용 문제가 됐건 절차문제가 됐건, 박근혜 전 대표가 입을 떼면서 한나라당 내부의 파문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와 개각을 앞둔 마당에 박 전 대표가 청와대와 당의 '속도전'에 급제동을 걸어 적지않은 파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친이 직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 대해 공식적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여태껏 침묵하고 있다가 지금에 와서 무슨 소리냐"며 마뜩찮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