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설(26일) 이전 경제와 안보부처 장관 등을 대상으로 한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5일 이를 재차 부인하고 나섰다.
대신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언급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내 가동키로 하는 등 '인적 정비'보다는 '시스템 정비'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靑 "지금이 개각 이야기할 때냐"
<조선일보>는 이날 여권의 핵심 관계자들 인용해 "설(26일) 이전에 경제와 안보 부처 장관 등 6~7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할 방침이며, 한승수 국무총리는 유임될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한 경제부처 핵심 장관들을 교체함으로써 '비상경제대책회의'의 얼굴들을 새롭게 짤 예정"이라면서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 부처와 국방부, 통일부 등 안보 관련 부처가 교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야당들은 물론 여권 내에서조차 신뢰를 상실한 강만수 경제팀을 중심으로 한 개각을 단행함으로써 집권 2년차 국정운영의 진용을 다잡아야 한다는 게 개각론을 주장하는 인사들의 논리다. 후임 장관에 대한 기본적인 검증작업을 이미 마쳤다는 설도 흘러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강만수 경제팀'이 물갈이될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강 장관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히 두터운데다 "국면전환을 위한 개각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전쟁을 앞두고 장수를 바꿀 수는 없다"는 이 대통령 특유의 인사철학에 흔들림이 없다는 이야기다.
'MB법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치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대목도 청와대가 '개각카드'를 쉽게 꺼내들 수 없도록 만드는 조건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이 설 전에 개각을 단행한다고 하더라고 '법안 전쟁'과 인사청문회가 맞물리며 오히려 '수렁에 빠지는' 모양새가 연출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지금이 개각을 이야기할 때냐"면서 개각 가능성을 재차 부인하고 나섰다. 청와대 한 핵심 관계자는 개각설과 관련된 언론보도를 두고 "고속도로에 가서 속도를 내야지, 광화문 사거리에서부터 시속 100㎞로 달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형준 홍보기획관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대통령의 기본적인 입장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그만큼 인사개편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국면전환을 위한 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비상경제대책회의에도 참여…"개각은 물리적으로 불가능"
강만수 장관이 금주부터 가동될 '비상경제대책회의'의 멤버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주문에 따라 설치되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당장 본궤도에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그 핵심 인사인 기획재정부 장관을 교체할 수 있겠냐는 것. 청와대 한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설 이전에 개각을 단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대통령 경제특보, 청와대 경제수석, 국정기획수석,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2∼3명이 참여하며, 기본적으로 주1회 열릴 예정이다.
비상경제대책회의 산하에는 일종의 '워룸(war-room)' 개념인 비상경제 상황실이 설치된다. 거시경제와 일자리 창출, 실물·중소기업, 금융·구조조정, 사회안전망 등 4개 팀으로 구성되는 상황실에는 각 소관부처와 공기업의 임직원 등도 참여한다. 상황실장은 차관보급으로 청와대 밖 인사가 임명될 예정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비상경제상황실은 하루 하루 긴박하게 움직이는 상황을 점검하는 실무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여기에서는 정책 집행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점검해서 대안을 보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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