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경영 전문가들은 현 정부 경제부처 장관 전원이 대학평점 기준으로 낙제점(F)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사 대상자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7일 경제ㆍ경영 전공 대학교수를 비롯한 82명의 관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정부 경제부처 장관 6명의 업무능력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평점은 낙제점 수준인 1.92(5점 만점)에 그쳤다고 밝혔다.
조사대상자는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전광우 금융위원장·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다. 정부 부처 인사는 아니지만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조사 결과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평점 1.39를 기록,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강 장관 외에도 정종환 국토부 장관(1.69), 박병원 경제수석(1.92), 전광우 금융위원장(1.99)이 낙제점 수준인 평점 2점 미만에 그쳤다.
조사 대상자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인물은 이성태 한은 총재로 대학학점 C 수준인 3.04를 받았다.
강 장관에 대해 응답자 중 60명이 1점(매우 못했다)을 주는 등 그의 업무 능력을 혹독하게 평가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응답자 80명 중 47명(58.75%)이 '낡은 사고, 시대착오적 상황 인식과 발상'을 꼽았다. '잘못된 정책 추진'(23명), '시장참여자들의 신뢰 상실'(16명)이 뒤를 이었다.
경실련은 이에 대해 "집권 초반 추진한 고환율 정책과 관치적 물가대책, 국제경제 상황에 대한 무지와 이에 따른 정책실패가 가혹한 평가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새 정부 경제장관에 대해 '업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박병원 경제수석에 대해 응답자 12명이 이렇게 답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13명)과 이윤호 지경부 장관(12명), 백용호 공정위장(15명)에 대해서도 많은 응답자가 관련 업무분야에 대한 능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인사난을 겪었던 노무현 정권을 비판하며 출범한 현 정권도 역시 전문성 있는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학계 전문가들이 평가한 셈이다.
강 장관은 '반드시 교체돼야 할 인물'을 묻는 질문에도 82명의 응답자 중 69명에게서 1순위로 꼽히는 등 총 219점을 획득, 정종환 국토부 장관(81점)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압도적으로 높은 지목을 받았다.
강 장관을 대체할 재정부 장관으로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26명),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21명), 김종인 전 국회의원(12명)이 거론됐다. 이 전 총리의 경우 지난 97년 외환위기 당시 위기극복에 앞장서 본 경험이 높게 평가됐다. 정 전 총장과 김 전 의원은 평소 시장개혁을 강하게 주장했다는 점이 평가 요소로 꼽혔다.
경실련은 "이들 세 명은 모두 과거 정부에 참여했거나 현 정부 경제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가진 인물"이라며 "전문가들이 정파를 떠나 기존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개혁적 인사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조사대상자 중 유일하게 평점 3점을 넘긴 이성태 한은 총재의 경우, '소극적인 정책 대응과 활동'(응답자 55명 중 21명)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경실련은 "이 총재의 경우 금융통화정책에 대한 독립적 태도를 견지했다는 평가와 금융위기 상황에서 소극적인 금리 정책을 취했다는 부정적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경제전문가 82명을 대상으로 지난 15일부터 19일 사이 이메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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