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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혁명이 됩시다!

[촛불의 시] 이명박근혜 시대의 우리

부정과 협잡으로 얼룩진 시간이었습니다.
퇴락과 원한이 도도한 시간이었습니다.
강을 막아 해 먹고,
납품 비리로 해 먹고,
뇌물 받아 해 먹고,
설계도면 바꿔서 해 먹고
여기서 한 움큼, 저기서 한 보따리, 이런저런 세금 올려 또 뜯어 먹었습니다.
자식이, 친구가, 종교가, 정당이, 비선이, 참모가
몰래 빼 먹고, 적당히 구워 먹고, 뒤집어서 해 먹고,
남는 것 버리는 척 한 번 더 삥땅을 쳤습니다.
일 년 내내 지은 쌀을 후려 먹고,
계약직으로, 하청에 재하청, 용역의 알바를 통해
아예 대놓고 빼앗아가기도 했습니다.
지난 10년, 저들이 이렇게 해 먹자
교회가, 문학이, 대학이, 언론이, 노동조합이 함께 해 먹었습니다.
말은 쓰레기처럼 나뒹굴고 기도는 현금과 교환되었습니다.
학교는 어리석은 양을 사육하는 집단농장이 되었습니다.
찬 바다에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빠져 죽어도
밀을 가꾸던 농부가 물대포에 맞아 죽어도
구하지 않았고, 명복을 빌지 않았고, 차라리 귀찮다는 듯
더러운 침을 퉤퉤 뱉었습니다.
이 땅에서 빨리 꺼지라고 발길질을 했습니다.
지난 10년, 우리는 이렇게 살아 왔습니다.
퇴근길에 쓴 술이나 마시며 그저 목숨을 유지해왔습니다.
자식에게 애인에게 늙으신 어머니에게
마침내는 낯선 여성에게 폭언을 퍼부으며
주먹질을 해대며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이렇게 썩어갔습니다.
누가, 어떤 집단이, 어떤 시러베아들놈이 한 짓인지
우리는 까맣게 잊고 살아 왔습니다. 누가 우리의 영혼에 폐수를 무단방류했는지 누가
우리의 정신에 역겨운 바이러스를 설치했는지
우리는 속고 살아 왔습니다.
우리를 속이며 살아 왔습니다.
저들이 지난 10년 동안 부수고 깬 자리에 군함을, 미사일을,
괴물 같은 송전탑을 세우고
저들이 지난 10년 동안 공장 문을 노동자의 허락 없이 닫아걸고
저들이 지난 10년 동안 쪽방에 사는 우리의 이웃을 굶겨 죽이고
저들이 지난 10년 동안 가르고 분류하고 추려내고
시를 더럽힐 때
우리는 청맹과니였습니다.
알아도 그냥 버러지였습니다.
우리는 한편으로 그것들을 우러러 봤습니다.
우리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기까지 했습니다.
비겁했고 구차했습니다.
지난 10년, 저들이 더럽혀놓은 지난 10년,
아니 그 이전의 수십 년 수백 년을 쓸어내고
함께 나누고 함께 먹고 함께 울고 함께 석양을 걸어가는,
동시에 홀로 휘파람을 불고 홀로 고요에 휩싸이고 홀로 책을 읽는
시간을 이제는 가질 수 있겠습니까?
‘함께’와 ‘홀로’가 뒤섞인 새벽 시간을 이제 가질 수 있겠습니까?
노예로 산 시간을 영영 떼어내고 사랑과 자유가
정오의 태양처럼 가득한 나라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반짝이는 강물과 정지(停止)가 몸에 밴 잎사귀와
가난하고 따뜻한 밥상과 함께 살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먼저 저들을, 지난 10년을, 구태를, 탐욕을, 부정을,
부정이 낳은 부정을, 그 부정의 또 다른 부정을, 넘쳐나는 저 거짓 웃음을
깨끗이 몰아냅시다. 깨끗이
몰아내고 깨끗해질 때까지 몰아냅시다.
깨끗해져서 다시 비바람이 올 때까지
깨끗해지다 못해 강물이 철철 흐를 때까지
우리가 밤하늘을 뒤덮은 성좌가 될 때까지…

우리가 혁명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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