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부담률은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보다 높습니다. 2013년 OECD 평균 법인세 부담률이 국내총생산(GDP) 2.9%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013년에 3.4%이고, 2014년과 2015년에 3.2%입니다. 2014년 이후 차이가 줄었다고 하나, 여전히 OECD 평균보다 0.3%포인트 높습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5조 원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를 근거로 법인세 부담이 가중하니, 법인세 증세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통계에서 보고 싶은 면만 본 것입니다. 소득이 많으면 자연히 세금이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국민총소득은 크게 보면 기업과 가계로 나누어지는데, 우리나라는 기업 소득 비중이 OECD 평균보다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한국 기업, 법인세 연간 10조 원 덜 부담
한국은행 국민 소득 통계를 보면, 2010년 이후로 국민총소득 중 기업 소득의 비중이 약 25% 내외입니다. 반면, 최근 3년간 OECD 국가의 기업 소득 비중은 대략 18∼19% 수준입니다. 국민총소득 중 기업 소득으로 분배되는 비율이 OECD 평균보다 6∼7%포인트 높게 나옵니다.
기업 소득 비중이 다르다면, 국민 총소득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기업 소득과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7년에 법인세를 기업 소득으로 나눈 유효 세율이 17.2%였는데 2009년 14.4%로, 2013년 13.3%로 하락하였고, 2015년에는 12.9%까지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준으로 OECD 국가들의 유효 세율도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OECD 통계상의 기업 소득 비중과 법인세 부담률을 활용하면 됩니다. 국내총생산(GDP)와 국민총생산(GNI)의 차이가 있지만, 비율에 영향을 줄 정도의 차이는 아닙니다. 기업 소득 대비 법인세로 계산한 OECD 국가들의 유효 세율은 3년 평균 15.6%로 최근 우리나라의 유효 세율보다 많이 높습니다.
우리나라가 OECD 평균 정도의 유효 세율을 가지고 있었다면, 법인세가 어느 정도일까요? 우리나라의 기업 소득 비중에 OECD 유효 세율을 곱해주면 됩니다. 그 비율은 최근 3년간 GDP 3.8∼3.9%로 산출됩니다. 실제 우리나라 기업의 법인세 부담률보다 0.5∼0.7%포인트 높게 나옵니다.
2014년의 GDP를 고려하면 0.7%는 10.4조 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2015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발표한 2015년 GDP와 법인세 집계액을 고려하면, 2015년에도 법인세를 적게 부담한 금액이 10.2조 원으로 계산됩니다. 3년을 합하여 28조 원이 넘습니다.
게다가 이 추산 방식으로는 과소 추정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부분 나라가 누진세 제도를 운용하기 때문에 소득이 증가할수록 유효 세율이 올라갑니다. 좀 더 정확하게 계산해 보면 더 큰 차이가 날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과중한 것이 아닙니다. 가계로 가야 할 소득을 기업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법인세가 늘어나 보이는 것뿐입니다.
시급한 이명박 정부 감세의 원상 회복
실질적인 법인세 부담이 줄어든 것은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 조치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해 준 감세 효과는 얼마였을까요? 국세 통계 연보를 활용하여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법인 세율 인하는 단계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것만 정리하면, 2009년에 2억 원 초과의 구간을 25%에서 22%로, 2012년에 2억∼200억 원 구간을 신설해서 22%에서 20%로 인하했습니다.
법인 세율 인하 자료에 근거하여 각 구간별 감세 비율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과세 표준이 2억∼200억 원에 해당할 경우, 2009년에 25% 세율을 적용 받아야 하는데 22%를 적용 받기 때문에 그 구간에서 12%(3%/25%)의 법인세가 줄었습니다. 과세 표준이 2억 이하인 기업이라면, 감세 비율이 더 높습니다.
과세 표준이 2억∼200억 원에 해당하더라도 2012년 이후에는 25% 대신에 20%를 적용받기 때문에 20%(5%/25%)의 법인세가 감소합니다. 과세 표준이 20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2009년 이후로 25% 대신에 22%의 세율을 적용 받았으므로 역시 12%(3%/25%)의 법인세가 줄어듭니다.
한편, 국세 통계 연보를 보면 과세 표준 구간별로 기업이 얼마의 세금을 부담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자료를 200억 원 이하 구간과 200억 원 초과 구간으로 구분하여 집계해 보면, 2014년의 경우 총 법인세 부담액이 35.4조 원인데 과세 표준이 200억 원 이하의 기업들이 11.5조 원의 세금을 부담했고, 과세 표준이 2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들이 23.9조 원의 세금을 부담했습니다.
감세 비율을 적용하기 위해서 과세 표준 200억 원 초과 기업들이 부담한 세금 중 높은 감세 비율을 적용받은 200억 원 이하 분을 따로 집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2년 이후 이 조건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숫자는 각각 926개, 918개, 998개 입니다. 2014년의 경우 4.0조 원(998개 × 200억 원 × 20%)이 과세 표준 200억 원 이하에서 발생한 세금입니다.
동일한 방식으로 계산해 보면 과세표준 200억 원 초과 기업이 부담한 세금 중 상대적으로 높은 감세 비율을 적용받은 세금이 2012년부터 각각 3.7조 원, 3.7조 원, 4.0조 원입니다. 이 금액의 분류를 조정한 결과가 아래와 같습니다. 2008년의 경우, 2억 원 미만의 구간에서만 세율 인하가 있어 집계를 생략했습니다.
이제 표5의 감세 비율과 표6의 과세 표준 구간별 부담 세액을 활용하면 감세액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과세 표준 200억 원 이하 중 2억 원 이하 구간에서 감세 비율이 더 높지만 금액이 크지 않아 별도로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즉, 200억 원 이하 구간은 2011년 이전 12%, 2012년 이후 20%의 감세 비율을 적용했습니다. 과세 표준 200억 원 초과 구간은 2009년 이후로 동일하게 12%의 감세 비율을 사용했습니다. 한편, 2015년의 경우 아직 집계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최소한 2014년의 감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감세액을 더해 보면 총 41.2조 원입니다. 2012년에 7조 원을 넘었고 그 이후로 6.6조 원 수준입니다.
여기에 빠져 있는 금액이 있습니다. 법인세 징수는 주로 자진 신고로 이루어지지만 세무조사로도 이루어집니다. 2014년 세무조사에서 부과된 법인세는 6.4조 원입니다. 세무조사 대상 기간을 확인할 수 없어 감세 비율을 적용하지 않았지만 2009년 이후가 조사 대상이어서 세율 인하 효과를 봤다면 여기에도 감세 효과가 있습니다.
복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 기업들이 최소한 자기 몫은 해야 합니다. 법인 세율을 당장 원상 회복하여 6조∼7조 원의 세수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도 OECD 평균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사내 유보금 과세로 청년,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에게 희망을
앞에서 살펴본 대로 이명박 정부는 7년간 최소 40조 원 이상의 법인세를 감소시켜 주었습니다. 여러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업에게 세금을 깎아준 이유는 감세를 통해 경제가 활성화 되리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법인세를 줄여주면,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가계 소득이 증가될 것으로 믿었습니다. 명시적인 것은 아니지만 국민과 기업 간의 약속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기업은 투자를 늘리지 않았고 고용도 증가시키지 않았습니다. 기업의 사내 유보금과 단기 금융 자산만 불어났을 뿐입니다. 한국은행 기업 경영 분석 자료를 보면, 2008년 말부터 2014년 말까지 기업의 단기 금융 자산 증가액이 180조 원을 넘습니다. 사내 유보금 과세에 대한 주장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사내 유보금 과세의 가장 강력한 반대논리는 이중 과세가 된다는 것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유보금이라는 것은 1년 동안 영업을 해서 벌어들인 이익 중 이에 대한 법인세를 납부하고 남은 돈이 쌓인 것입니다.
법인세를 한 번 납부하고 나면, 그 돈으로 배당을 할지 신규 투자를 할지는 기업의 선택입니다.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다고 하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을 보유할 수도 있습니다. 법인세를 납부하고 쌓아 둔 돈에 또 과세를 하게 되면 이중 과세의 주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감세액은 좀 성격이 다릅니다. 경제를 살리자는 국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기업에게 법인세 절감액만큼 추가 자금을 지원한 것인데, 사용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걷어서 직접 사용할 수도 있지만, 기업이 그 역할을 더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에 위탁해 둔 금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위에서 추정한 감세액은 법인세가 한번 과세된 것이 아니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별도로 쌈지에 모아둔 성격의 돈입니다. 전체 사내 유보금이 아니라 법인세 감세액에 해당하는 돈을 원래 목적대로, 국민과 약속했던 대로 사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지 않습니다.
물론, 기업별로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과 투자가 늘어나지 않고 사내유보금만 쌓여 갔지만, 어떤 기업은 그 감세액으로 고용과 투자를 늘렸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은 회사 내에 가용 가능한 현금이 없을 것입니다. 이 문제는 법인세 감세액과 같은 기간에 증가한 단기 금융 자산 금액을 비교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즉, 기업별로 지난 7년간 법인세 감소 효과를 계산합니다. 이와 함께, 이미 고용이나 투자에 사용한 기업을 배려하기 위해 2008년부터 2015년까지의 단기 금융 자산 증가액을 계산합니다. 두 금액 중 작은 금액을 사내 유보금 과세 기준 금액으로 한다면 무리가 없습니다. 그 금액을 1년 동안에 사용할 수는 없을 테니 일정 기간, 예를 들어 10년 동안 사용하도록 하면 기업에게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세율 차이로 법인세가 줄어든 금액이 삼성전자 3.8조 원, 현대자동차 1.3조 원입니다. 반면, 2008년 말에 비해 2015년 말에 증가한 사내 유보금 중 단기 금융 자산에 해당하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 금융 상품, 단기 매도 가능 금융 자산 금액을 계산해 보면, 삼성전자가 27.2조 원, 현대자동차가 10.1조 원입니다.
이 경우, 사내 유보금 과세 대상 기준 금액은 아래와 같이 계산됩니다.
삼성전자 Min(3.8조원, 27.2조원) = 3.8조 원
현대자동차 Min(1.3조원, 10.1조원) = 1.3조 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사내 유보금 과세 대상 기준 금액은 전체 단기 금융 자산 증가액의 13∼14% 수준입니다. 사내 유보금 과세라고 하면 이익 잉여금 증가액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이익 잉여금 증가액은 각각 88.2조 원과 33.0조 원입니다. 이익 잉여금 증가액과 비교하면 4% 정도입니다.
실제 사내 유보금 과세는 기업 소득 환류 세제(기업이 1년 이익의 80% 이상을 투자, 배당, 임금 인상분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미달 금액의 10%를 법인세로 추가 징수하는 일종의 사내 유보금 과세 제도)와 유사한 형태로 하면 됩니다. 다만, 기업 소득 환류 세제가 배당이나 투자액까지 공제해 주는 것에 비해, 사내 유보금 과세의 공제 대상은 청년 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하청기업의 임금 인상에 사용하도록 한정해야 합니다.
즉, 사내 유보금 과세액은 아래와 같이 계산됩니다.
사내 유보금 과세액 = 회사별 7년간 법인세 감세액/10 - (청년 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용, 하청 기업의 임금 인상액) × 50%
기업들이 정부 정책 방향에 협조하여 청년 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하청업체 임금 인상의 효과가 나타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이명박 정부의 감세액이 총 41.2조 원이니, 10년간 나누어 적용한다고 하면 연간 약 4조 원이 사내 유보금 과세 대상 기준 금액이 됩니다.
절반 정도의 기업이 정부 정책에 호응한다면, 4조 원의 투자와 2조 원의 증세가 예상됩니다. 투자에 따른 효과는 청년 고용의 임금을 1인당 3300만 원이라고 한다면, 연간 12만 명이 신규 고용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하청기업의 임금 인상에 1인당 2000만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연간 20만 명이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가계 소득 증가가 절실히 필요한 곳에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대기업 공제 감면 축소해야
전반적인 법인세율 이슈와 별개로 세부적인 정비가 필요한 곳이 있습니다.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공제 감면입니다. 대기업은 과거 고도 성장기 친일 재산 불하, 외환 제공, 낮은 금리, 경쟁 제한 및 세제 혜택 등 집중 육성 정책의 혜택을 받아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대기업 집중 육성 정책은 가계의 희생을 기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렇게 과거에 희생한 것들 이외에, 현재에도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대기업에 혜택을 주는 제도가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산업용 전기요금, 고환율, 세금 감면 정책입니다.
산업용 전기를 원가 이하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주택용 전기 요금을 올려야 합니다. 얼마 전 미국이 한국을 환율 감시 대상국으로 지정했는데, 수출 대기업을 위한 고환율 정책은 수입품을 사용하는 가계에 피해를 줍니다. 즉, 이러한 정책은 제로섬 게임 성격이 있어 대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해서 일반 가계들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중 세금 감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국세 감면액에 한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정부가 정책 상 필요하다고 무한정 세금을 깎아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득세를 깎아줄 것인지 법인세를 깎아줄 것인지 선택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만약, 일반 가계의 살림살이가 어려워 세금을 더 깎아주려고 해도 법인세 감면액을 줄이지 않고서는 해 줄 수가 없는 일이 발생합니다.
2016년 조세 지출 예산서를 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기업에 감면해 준 금액이 연 평균 10조 원 정도가 됩니다. 이 중에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깎아준 금액을 제외하면 연 평균 4조 원 정도를 상호 출자 제한 기업 등 대기업에 감면해 주고 있습니다.
과거에 주었던 혜택도 모자라 현재까지 가계의 희생을 기반으로 대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못합니다. 대기업이 받는 공제 감면은 큰 폭으로 축소되어야 합니다. 최저한세율이 현재 17%인데(과세 표준 1000억 원 초과), 이를 3%포인트 정도 올려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2조∼3조 원의 세수를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복지 재정 확보는 법인세로부터
누리 과정, 기초 연금, 고용 안전망 확충, 청년 고용 등 복지 지출 수요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매년 30조∼40조 원의 재정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재정확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존의 복지 제도마저 후퇴할 수 있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런 위기감 속에 대기업이 이러저러한 혜택만 누리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법인세율 원상 회복과 사내 유보금 과세 그리고 대기업 공제 감면 축소는 그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홍순탁 회계사는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정책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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