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거수기냐? 식물이냐?…'외통수' 걸린 김형오 의장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거수기냐? 식물이냐?…'외통수' 걸린 김형오 의장

한나라-민주 'all or nothing' 압박…여의도 모처에서 장고 중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 원내대표간 협상이 최종 결렬된 이후 모든 정치적 압력은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집중되고 있다.

그야말로 김 의장의 '결단'에 모든 것이 달린 상황. 김 의장은 30일 저녁 8시40분을 기해 국회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31일 민생법안 처리'라는 자신의 발언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첫 발걸음을 뗀 셈이다.

하지만 국회 경위와 방호원 등 자체 인력만으로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인력을 제압하기 어렵다. 여당의 협조가 절실하지만 한나라당은 '유의미한 직권상정'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직권상정 대상에 쟁점법안이 만족할만큼 포함돼야 충돌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영이 먹히지 않는 식물 의장'이냐 '친정의 힘을 등에 업은 여당 의장'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김형오 의장의 선택에 모든 관심이 집중돼 있다.

"53건 처리? 아무 의미 없다"

국회 사무처는 30일 저녁 발동된 조치에 대해 '경호권이 아닌 질서유지권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질서유지권은 법적 용어도 아니다. 경호권 발동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의장 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행사하는 권한인 질서유지권은 경호권보다는 수위가 다소 낮다.

양측이 '경호권'이라는 단어에 민감한 것은 한국 정치사 때문이다.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했던 사례는 자유당 소속 국회의장의 신국가보안법 처리, 공화당 소속 국회의장의 김영삼 신민당 총재 제명, 한나라당 소속 박관용 국회의장의 대통령 탄핵 등 총 5건에 불과하다. 당연히 김 의장으로서는 경호권 역사의 한 페이지를 더 보태고 싶을 리가 없다

하지만 김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천명한 31일 본회의를 열기 위해선 본회의장 '정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경호권 발동이냐 아니냐는 어쩌면 배부른 고민일 수도 있다.

따라서 법안을 몇 건을 처리하건, 민주당과 민노당이 본회의장을 비워줄리 만무한 상황에서 김 의장이 본회의장을 '탈환'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김 의장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당초 김 의장은 31일 처리 법안으로 여야가 합의한 법안, 즉 법사위에 계류된 53개 법안을 꼽았다. 여기에는 여야간 이견이 큰 쟁점법안이 대부분 누락돼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여야 회담 결렬 직후 가진 의원총회 뒤 일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의장이 심사기일을 정하는 법안의 폭을 보고 본회의장 진입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 즉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하지 않을 경우 힘을 보탤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조윤선 대변인도 "법사위에 올라가 있는 53건 처리 정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유의미한 수준에서 직권상정이 될 경우 진입 여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당초 한나라당이 정한 우선처리법안 85건에 육박하는 수준에 대한 직권상정이 되어야 움직이겠다는 이야기로 김 의장에 대한 직접적 압박이다. 이런 요구를 김 의장이 수용할 경우 복면 금지법, 사이버 모욕죄, 국정원법 등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는 법안까지 무더기로 처리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하지만 친정의 힘을 빌려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법안을 일괄 처리할 경우, 김 의장이 향후 2년 임기 동안 의장의 권위를 유지하기는 대단히 난망해진다. 반대로 야당의 요구를 수용해 쟁점법안에 대한 직권상정 포기를 약속하면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등쌀에 시달릴 게 뻔하다.

그래도 직권상정?

그렇다고 해서 '제3의 길'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김 의장이 한나라당의 요구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선 국회 경위 인력만으로 본회의장을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합계 150명 선에 불과한 국회 경위와 방호원만으로 야당의 본회의장 방비를 뚫긴 쉽지 않다. 만약 해산작업이 실패한다면 '식물의장'이라는 역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까닭에 김 의장은 현재 여의도 모처에서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이날 밤 한나라당 의원들과 선진당 의원 등이 무더기로 퇴근하면서 당장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김 의장은 31일 오전 법안에 대한 심사기일을 지정하며 직권상정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다수다. 시간적으로 '연내 처리'는 쉽지 않겠지만, 김 의장의 선택에 따라 국회 입법 전쟁은 해를 넘겨 더욱 증폭될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