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차기 비서실장으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임명한 데 대해, 야당은 "또 불통 인사"라며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금태섭 대변인 논평에서 "어제 일방적으로 김병준 교수를 국무총리로 내정한다는 기습 발표를 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또 불통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며 "하야·탄핵까지 외치는 국민 여론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 대변인은 "한광옥 비서실장 지명자는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에 전격 합류한 분이고 '말 갈아타듯' 당을 갈아타신 분"이라며 "이런 분을 '얼굴마담 비서실장'으로 내세운 것은 거국 내각 코스프레에 이은 대통합 코스프레로 국민을 기만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금 대변인은 "청와대는 국민 여론에는 귀를 닫고 있으면서, 뻔뻔스럽게도 불통 인사에 국민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자기 입맛에 맞는 허수아비 비서실장을 기용하는 데 국민을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
국민의당 손금수 수석대변인도 "부도난 회사에 퇴직자를 불러들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손 대변인은 "진실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할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또 다시 국면 전환용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연이은 국면 전환용 인사에 국민들은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손 대변인은 특히 한 지명자에 대해 직설적 비판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광옥 씨가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서 한 일이 무엇인가? 대통령의 말을 잘 듣는 것 외에 국민대통합을 위해 한광옥 씨가 한 일을 찾기 어렵다"며 "한광옥 씨에게 묻고 싶다. 한광옥 씨가 고(故) 김대중 대통령을 생각한다면 현 시국에서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직을 수락할 수 있는가?"라고 따졌다.
손 대변인의 이같은 비난이 눈길을 모은 것은, 현재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인 박지원 위원장이 과거 한 지명자와 함께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통적으로 대통령 비서실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비교적 후한 평가를 하는 게 정치 관례"라며 직접적 비판은 삼가면서도 "제가 알기로는 2∼3일 전부터 상당히 고사했는데 어쩔 수 없이 수락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전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그게 제일 먼저 생각나더라"고 우회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아직도 (박 대통령의) 고집과 불통, 독선이 살아 있는데, 과연 비서실장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또 독대도 안 해주는 비서실장을 해서 성공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그는 "한 신임 비서실장은 정치 경륜이 높고 오랜 경험을 했지만 지금은 누구 문제가 아니라 박 대통령 자신이 문제"라며 "지금은 대통령이 문제이지, 우리가 무슨 김병준, 한광옥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 하야를 공식 주장하고 있는 정의당은 심상정 상임공동대표가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박 대통령이 어떤 인사를 한들 정국 수습은 불가하다"며 "'회색 인사'들로 아무리 분칠을 해도 엎질러진 민심은 다시 담을 수 없다. 흘러간 물로 망가진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고 일축했다.
야3당이 비판 일색인 가운데, 새누리당만 환영한다는 취지의 논평을 냈다.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한 신임 비서실장은 김 전 대통령 비서실장,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국민대통합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풍부한 정치경험과 식견을 갖추어 비서실을 잘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파를 초월한 위치에서 정치권과의 소통과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데도 탁월한 능력과 인품을 가진 훌륭한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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