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제주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당시 승마경기장이 인천으로 갑자기 바뀐 배경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국정농단의 장본인인 최순실씨까지 개입했다는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3일 <제주의소리>가 더불어민주당 오영훈(제주시 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전국체육대회 제주도 개최에 따른 진정서'를 보면 최순실(60·개명 후 최서원), 정유라(20·개명 전 정유연)씨 모녀는 2014년 전국체전을 앞두고 다른 선수 77명과 함께 대한승마협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는 '제주에서 승마경기를 하면 장시간 말을 옮겨야 하는 문제 등이 있어 내륙 개최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당시 전국체전 승마경기는 실제로 제주가 아닌 인천에서 치러졌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승마협회는 전국체전 승마경기를 앞둔 2014년 10월19일 돌연 승마경기를 내륙에서 개최하겠다고 공지하고, 10월 29~30일 인천에서 대회를 치렀다. 승마경기장을 만들기 위해 72억원을 투입한 제주도는 일방적인 대회 개최지 변경에 불만을 제기하며 이듬해 2월 대한체육회, 대한승마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해 12월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대한승마협회 측이 최종점검 통보 없이 일방적 실사를 이유로 개최불허를 결정했다며, 제주도에 1억8444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한 바 있다.
제주도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경기장은 한 순간에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문제의 진정서는 최순실씨가 딸의 편의와 성적을 위해 대한승마협회와 대한체육회를 움직인게 아니냐는 의혹을 짙게하고 있다. 제주체전에 앞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정유라씨는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승마경기장은 인천 드림파크였다.
제주지역 출전 선수까지 경기장을 인천으로 옮기는 진정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압 의혹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대회에서 정유라씨는 6위를 기록했다.
앞서 최순실씨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김종 전 차관도 경기장 변경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온 상황이다. <한겨레>는 정연만 전 환경부 차관이 전화인터뷰를 통해 "(2014년)차관회의에서 만난 김종 차관이 '승마협회에서 제주에서 경기를 하려면 말을 옮겨야 하는 등 불만이 많다. (인천)드림파크 승마장에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오영훈 의원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편의를 위해 몇 해 전부터 정해진 경기장을 바꾸는 전횡이 있었다면 권력이 전 국민 뿐만 아니라 전국체전을 준비하던 제주도민을 짓밟은 것"이라며 국회 차원의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