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언론도 이 대통령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는 박 씨의 사진을 대서 특필하는 한편, 박 씨를 직접 인터뷰하는 등 적극 호응했다. 이 대통령이 박 씨에게 자신의 '20년 된 목도리'를 풀어줬다는 '훈훈한 미담'도 물론 빠지지 않았다.
23일에는 아예 박 씨를 포함한 '어려운 이웃들' 25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까지 열렸다. 전형적인 '연말용 이벤트'인 셈이다.
▲ 지난 4일 가락동 수산시장에사 노점상 박부자 씨를 만난 이명박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는 박 씨를 위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20년 된 목도리'를 선물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 이후 청와대의 '박부자 마케팅'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
메뉴는 '박부자표 시래기 갈비탕', 기념품은 '목도리'
이날 오찬 간담회에는 이 대통령이 박부자 씨로부터 즉석에서 구입한 시래기가 들어간 갈비탕을 포함한 한식 코스요리가 메뉴로 등장했다. 메뉴 선정은 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부자 씨와의 '목도리 미담'은 이날 참석자들에 대한 자주색 목도리 증정으로 '변주'되기도 했다.
오찬에는 박부자 씨 외에도 최근 KBS 1TV <동행>에 출연해 유명세를 탄 노점상 최승매 씨, 청와대 경내에서 구두 수선공으로 일하다 뇌종양으로 투병중인 이순희 씨도 초청됐다.
또 종로구청 환경미화원으로 근부하면서 병상의 노모를 극진히 간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준섭 씨, 이 대통령의 취임식 전날 국민대표 자격으로 보신각 타종행사에 참여하기도 한 노점상 박종분 씨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박부자 할머니(오른쪽)를 다시 만났다.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 행사에서다. ⓒ연합뉴스 |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장사 경험'을 언급하면서 "재래시장에서 장사가 안 되는 게 참 힘들었다"며 "그럴 때 구청에서 위로한다고 나와서 자꾸 물어보면 장사도 안 되는데 귀찮더라"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말로 위로하는 것보다 물건 하나라도 더 사주는 게 좋았다. 그래서 박부자 할머니한테 (시래기를) 샀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저도 여러분과 같은 위치에 있다가 (대통령에 당선돼) 청와대까지 왔지 않느냐"면서 "여러분께 위로와 용기를 드리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참석하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추운 날씨에 감기 걸리지 마시고, 박부자 할머니도 감시 걸리지 마시고 시래기도 한 단 더 팔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라디오 연설에서도…대선승리 기념식에서도…
앞서 이 대통령은 15일 제5차 라디오 연설에서 "며칠 전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노점상 박부자 할머니를 보는 순간 저는 나도 모르게 할머니의 손을 덥석 잡았다. 노점상이었던 제 어머니가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선승리 1주년을 맞은 지난 19일에도 이 대통령의 '박부자 마케팅'은 이어졌다. 한나라당이 주최한 행사장에는 이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는 박 씨를 끌어안고 있는 대형 사진이 내걸렸다.
▲ 지난 19일 한나라당 주최 대선승리 1주년 기념대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연설하고 있는 이 대통령 뒷편으로 박부자 할머니와의 포옹 모습이 보인다. ⓒ청와대 |
이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인 줄 알고 깜짝 놀라 안기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경제가 어렵고, 세상이 다 어려운데 대통령이 용기 내시고 나라 잘 되길 매일 아침 새벽마다 기도한다'고 하더라"며 "그 할머니에게 정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박부자 씨에게 풀어줬다는 '20년 된 목도리'는 또 다른 '할머니 마케팅'으로 이어졌다.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강보옥(83) 할머니가 이 대통령과 박부자 씨의 일화를 전해들은 뒤 이 대통령에게 목도리를 보내 온 것.
이 대통령은 이를 직접 소개하면서 "그 할머니가 겨울에 목도리가 없으면 대통령이 추워서 어떻겠느냐면서 직접 자기 손으로 짰다더라"며 "그런 선한 할머니가 계시는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느꼈다"고 했다.
대선승리일을 기념해 열린 청와대 직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청와대 직원들도 이 대통령에게 '목도리'를 선물하며 맞장구를 쳤다. 청와대 측은 이 대통령이 박부자 씨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벗어준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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