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기간 중 재산기부 방침을 밝혔던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이를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따뜻한 국민들의 대통령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이 대통령은 "경험을 통해 베푸는 사람이 받는 사람보다 훨씬 더 얻는 것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서울 시장 시절 4년 동안, 그리고 대통령이 된 지금도 월급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써 왔고, 이미 약속드린 재산기부도 같은 마음으로 준비해 왔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해 시작된 희망 나눔 캠페인의 모금이 지난 해에 비해 배 이상 성과를 내고 있고, 특히 그 모금의 대부분이 어려운 서민들의 소액기부라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해 진다"며 "여러분과 같은 따뜻한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저는 한없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사실 오늘은 제 어머니가 돌아가신 기일"이라며 자신의 젊은 시절 어머니와의 일화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중앙통 사거리 극장 앞에서 과일장사를 하던 때 승용차 한 대가 과일을 실은 제 리어카를 들이받았는데, 차 주인은 사과는 커녕 오히려 호통을 쳤다"며 "억울함과 서러움, 돈 있다고 오만한 사람들에 대한 분노에 저는 모든 것을 집어치우고 집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고 회상했다.
이 대통령은 "하지만 막상 떠나려고 하니 어머니께 평소 장사하면서 과일 한 번 제대로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명박이가 절망에 빠지지 않고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십시오'라는 어머니의 기도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어머니의 그 기도소리에 저는 차마 집을 선뜻 나갈 수 없었다"며 "며칠 전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노점상 박부자 할머니를 보는 순간 저는 나도 모르게 할머니의 손을 덥석 잡았다. 노점상이었던 제 어머니가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청와대 |
"지금의 어려움이 가족의 가치를 되새기는 기회 되길 바란다"
이어 이 대통령은 "지금이야말로 가족의 격려가 가장 필요한 때"라며 "실직한 나의 남편, 우리 아버지도 따뜻한 가족의 사랑으로 격려하면 반드시 다시 일어날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의 어려움이 '가족의 가치'를 새롭게 되새기는 귀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어렵다고, 힘겹다고 결코 포기하거나 용기를 잃지 마시라"며 "정말 힘들어서 하루 세 끼도 때우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나라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날 라디오 연설문 전문이다.
국민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금년 겨울은 날씨가 유난히 춥다고 해서 걱정이 많습니다. 최근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봤습니다. 아빠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지만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고, 또 밤 10시까지 미용 일을 하는 엄마도 장사가 안 돼 한숨만 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어린 소녀는 하루에 열 번도 넘게 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글도 보았습니다. 대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을 뒀다는 40대 가장의 이야기였습니다. 삶에 대한 의지조차 가지기 어려울 정도로 힘겹다면서,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글을 읽고 정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노심초사, 밤잠 조차 이루지 못하고 지낼 어려운 가장들의 처지가 생생하게 그려져 안타깝기 짝이 없었습니다. 국민 모두의 가장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으로서 어떻게든 이 분들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사실 오늘은 제 어머니가 돌아가신 기일입니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습니다만,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어머니는 제 정신의 뿌리와 같은 존재로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계십니다. 젊은 시절 중앙통 사거리 극장 앞에서 과일 장사를 하던 때였습니다. 어느 날 밤 늦게, 승용차 한 대가 과일을 실은 제 리어카를 들이받았습니다. 당연히 리어카가 부서지고 과일들은 길바닥으로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차 주인은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는 커녕 왜 차 다니는 길에서 장사를 하느냐고 오히려 호통을 쳤습니다. 그 위세에 눌려 엉겁결에 미안하다고 사과는 했습니다만,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제 처지가 서럽게 느껴졌습니다. 억울함과 서러움에, 그리고 돈 있다고 오만한 사람들에 대한 분노에, 저는 모든 것을 집어 치우고 집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빨리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떠나려고 생각을 하니, 어머니께 평소에 장사하면서 과일 한 번 제대로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팔던 과일이라도 실컷 드시게 하고 싶어 과일을 주섬주섬 담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가출을 결행하기로 한 날 새벽이었습니다. 막상 집을 나서려는데 어머니의 기도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우리 명박이가 절망에 빠지지 않고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십시오." 어머니는 모든 것을 눈치 채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그 기도소리에 저는 차마 집을 선뜻 나설 수가 없었습니다. 많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렇게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시는 어머니가 계시는 한 어떤 상황이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며칠 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노점상 박부자 할머니를 보는 순간 저는 나도 모르게 할머니의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제 손을 잡고 계속 눈물 흘리시는 박부자 할머니의 모습에서 저는 노점상이셨던 제 어머니가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가슴 뭉클했던 것은 그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저를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매일 새벽 나라와 대통령인 저를 위해 기도하신다는 그 할머니의 말씀이었습니다. 그 진심어린 그 눈빛에, 거칠고 투박했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마주잡은 손을 통해서 거꾸로 제가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 시간을 빌어 박부자 할머니께, 또 그날 만났던 시장의 많은 상인들께 고맙다는 말씀과 용기를 가지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관심과 용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특별히 지금이야말로 가족의 격려가 가장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힘들 때 우리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은 결국 가족이 아니겠습니까? 실직한 나의 남편, 우리 아버지도 따뜻한 가족의 사랑으로 격려하면 반드시 다시 일어날 수가 있습니다. 지금의 어려움이 '가족의 가치'를 새롭게 되새기는 귀한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어려운 이웃에게도 따뜻한 관심과 도움을 나눠주는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1일 시작된 희망 나눔 캠페인의 모금이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배 이상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사상 유례가 드문 이 불경기 속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자선행사와 기부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더 뜨거운 사랑을 보내주시니 대통령으로서 뭐라고 감사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그 모금의 대부분이 어려운 서민들의 소액기부라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정말 여러분과 같은 따뜻한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저는 한없이 자랑스럽습니다. 사실 저는 경험을 통해, 베푸는 사람이 받는 사람보다 훨씬 더 얻는 것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서울 시장 시절 4년 동안, 그리고 대통령이 된 지금도 저는 월급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써 왔습니다. 이미 약속드린 재산 기부도 같은 마음으로 준비해 왔습니다. 어디에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마 머지않아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도움을 드렸던 분들이 고맙다며 보내오는 절절한 사연들을 볼 때마다, 또 그로인해 용기를 얻어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고, 이뤘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얼마나 흐뭇하고 기분이 좋았는지 모릅니다. 제가 주는 것은 적은 물질에 불과하지만 그분들의 소식과 마음은 저에게 가치를 따지기 어려운 정신적 에너지와 힘을 불어넣어 줍니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특별히 견디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는 서민 여러분! 어렵다고, 힘겹다고 결코 포기하거나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정말 힘들어서 하루 세끼도 때우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나라가 책임지고 해결하겠습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오늘의 어려움에 투지를 가지고 맞서봅시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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