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박근혜, '개헌은 블랙홀'이라더니" 의심

박원순 "朴 재집권 생각뿐", 김부겸 "정치적 오해 일으켜"…민주당, 긴급최고위 소집

박근혜 대통령의 전격적 개헌론 제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의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모두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전 대표는 24일 경제 관련 일정을 소화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우선 박 대통령께서 그동안 '개헌은 블랙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임기 말에, 또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될 시기에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말씀해 왔다"며 "갑자기 지금 개헌을 말씀하시니까, 이제는 거꾸로 무슨 '블랙홀'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인가 의아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다만 "어쨌든 개헌은 대단히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제가 즉흥적으로 답변드리기보다, 박 대통령께서 제안하신 취지 등을 좀더 살펴보고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며 찬반 여부에 대해서는 대답을 미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SNS에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야당 국회의원이던 박 대통령이 "참 나쁜 대통령이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고 반응한 기사를 올리며 "대통령 눈에는 최순실과 정유라밖에 안 보이는지? 재집권 생각밖에 없는지?"라고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박 시장은 "제발 파탄난 경제, 도탄에 빠진 민생을 살리는 데 열중해 달라"고 했다. 그는 과거 박 대통령이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차기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개헌안을 선거 공약으러 내걸어 국민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부겸 의원 역시 "임기 말의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모양새를 취하면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서 진지한 토론을 해나가는 것이 우선"이라며 다만 "국회 내에 개헌특위를 만들어 구체적 내용을 놓고 각자 입장을 내고 토론에 들어가자"며 개헌 추진 필요성 자체에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즉각적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안 지사 측 김진욱 공보특보가 "내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정략적 개헌 논의에는 동의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윤관석 수석대변인 브리핑에서 "시정 연설에서 나온 갑작스러운 '개헌 논의' 제안은 난데없다"고 꼬집었다. 윤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의도가 불명확한 정략적인 개헌 논의에는 동의할 수 없다. 대통령이 개헌론을 주도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면서 "민주당은 권력 세력 중심이 아닌, 국민 중심의 개헌 논의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윤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2년 전 '개헌 논의 때는 경제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고 심지어 금기시했다"며 "그런 점에서 180도 입장을 바꾼 개헌 논의 제안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대변인은 "최순실, 우병우 등 측근 비리를 덮으려는 정략적 개헌, 국면 전환용 개헌 논의 제안이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회의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민주당은 추미애 대표 주재로 박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개헌 문제와 관련한 긴급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고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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