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전격적 '개헌' 제안에 대해 국민의당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 나왔다. '안 된다'는 말까지는 없었지만, 개헌 이전에 선거 제도 개혁이 먼저라는 조건을 달거나 '논의를 하긴 하겠지만 그게 되겠나' 수준의 반응이었다.
국민의당 유력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는 24일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임기 마지막 해에 개헌을 하시겠다는데, 현재 최순실·우병우 이런 일들을 덮으려는 의도는 아닌지 그런 우려가 든다"고 처음 입을 뗐다. 안 전 대표는 "개헌과 관련해 여러 논의가 전개될 텐데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국회에 책임을 돌리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도 했다.
안 전 대표는 그러면서 "개헌 이전에 먼저 해야 할 일, (개헌보다) 쉬운 일이 있다. 그게 국회의원 선거 제도 개편"이라며 "먼저 국회의원 선거 제도를 개편하고, 분권의 튼튼한 기초를 만든 다음 순서로 개헌으로 옮기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먼저 국회의원 선거 제도를 개선해 다당제·분권·협치가 가능한 형태를 먼저 만든 다음에 개헌으로 넘어가는 게 순서"라는 것.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모든 개헌론자들이 개헌을 바라는 이유는 분권 때문이다. 한 사람, 한 세력에게 너무 권한이 집중되다 보니 이것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즉 개헌의 핵심 요지는 분권인데, 지금 양당 체제에 극도로 유리한 국회의원 선거 제도를 그대로 두고 개헌을 하자는 것은 양당이 권력을 나눠먹자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빠른 시간 내에 정개특위에서 안을 마련해서, 내년 상반기 재보궐 선거 정도의 시기에 개정된 선거법을 통과시키면 개헌 논의로 넘어갈 수 있다"고 구체적 시기까지 언급했다.
박지원 "물리적으로 가능하겠느냐"
안 전 대표의 말이 '내년 4월 전에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면 개헌으로 한 번 넘어가 보자'는 식의 조건부 찬성론이라면,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좋은 제안이기는 한데 그게 되겠냐'는 회의론을 폈다.
박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평가한다"며 "개헌을 임기 초에 (추진)했으면 가능했겠지만, 이제 대선을 1년 앞두고 제안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다만 "그 논의에 대해서는 우리도 (개헌)특위 구성 등 논의에 참가를 하겠다"고 했다. "우리 당의 다수 의원들도 개헌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논의는 해야 된다"는 것.
그러나 그는 거듭 "그렇지만 물리적으로 가능하겠느냐", "그리고 내용을 보면 박 대통령이 재임에 무게를 두고 다분히 우병우·최순실 등(을 덮을) 블랙홀로 만드려고 하는 정략적인것도 숨어있지 않나"라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그래도 한다'는 거지. 저 자신부터 개헌론자이기에 저는 찬성하지만 물리적으로 가능하겠느냐."
국민의당의 공식 입장도 비슷했다. 국민의당은 손금주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만시지탄이지만 뒤늦게나마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 추진 입장을 표명한 것에는 환영"이라면서도 "그러나 개헌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개헌 이전에 우리가 논의해야 할 문제 또한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손 대변인은 "개헌론을 던진 현 시점도 문제"라며 "누가 봐도 최순실·우병우 등 대통령 측근의 국정 농단을 덮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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