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고(故) 백남기 농민에 대한 시신 부검 영장 강제 집행을 시도했던 경찰이 3시간 20여 분만에 철수했다.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이날 오후 12시 15분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족이 반대하면 오늘 강제로 영장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 서장은 "오늘 유족을 만나지 못했지만 유족이 반대하면 강제로 영장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법률대리인을 통해 전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 부검 영장을 강제 집행한다"는 첫 언론 보도가 나간 9시 40분께 유족 측에 강제 집행 계획을 구두 통보한 뒤 장례식장 근처에 800여 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이에 백남기 투쟁본부와 빈소를 지키던 시민들은 스크럼을 짜고 몸에 쇠사슬을 이어 묶으며 경찰의 강제 집행 시도에 저항했다.
반발이 지속되자 경찰은 일단 장례식장 진입 시도를 멈추고 유족 측 법률대리인과 면담했다.
이후 홍 서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유족이 직접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 오늘 영장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한 것.
홍 서장은 일단 이날은 철수하겠다고 밝혔지만, 향후 영장 집행 가능성은 열어놨다.
그는 "일단 오늘까지의 의사를 전달한 것"이라며 "내일과 내일 모레는 추후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유족 측이 부검 영장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지만 아직 유족을 만나지 못했고 영장을 집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다"며 "향후 영장을 집행할 때 유족 측에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유족 "여섯 번이나 얘기... 부검 협의 응하지 않을 것"
백 씨의 맏딸 백도라지 씨를 비롯한 유족과 백남기 투쟁본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협의에 절대 응하지 않겠다"고 다시금 밝혔다.
경찰이 누차 유족과의 직접 만남을 요구하는 데 대해 도라지 씨는 "저희가 만나기만 해도 협의했다는 명분을 쌓고 부검을 강제 진행하려는 꼼수인 거 잘 알고 있다"며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선임한 법률대리인을 만나는 거나 저희를 직접 만나는 것이나 똑같다"며 "그러니 더 이상 저희 가족을 괴롭히지 말고 쓸데없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어 "시민 여러분 병원 근처에 경찰 버스 수십 대가 있다.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다"며 "아버지를 편히 보내드릴 수 있도록 힘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투쟁본부 측은 "경찰의 태도를 믿을 수 없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게 투쟁본부의 입장"이라며 "25일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영장 집행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경찰의 영장 집행 통보가 공식적이고 적법한 방법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에서 통보는 구두로는 안 되고 서면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며 "경찰 측에 그러한 절차를 갖추지 않았다고 문제제기를 했었다"고 했다.
유족과 투쟁본부 기자회견이 끝난 후 홍 서장은 기자들에게 "유족의 뜻을 존중해서 오늘은 철수하겠다"며 "영장은 경찰의 집행 과정에서 공개하겠다"고 했다. 홍 서장은 이 말을 끝으로 오후 1시 20분께 차를 타고 떠났다. 병력도 전원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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