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 씨 개입 의혹이 있었던 미르 재단에 대해,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재단 관계자와 통화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안 수석은 다만 통상적인 업무 차원의 통화였을 뿐 자신이 재단 인사에 개입하는 등의 일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안 수석은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대상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성한 전 미르 재단 사무총장과 통화한 것은 맞지만 인사 관련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작년 4월 4일 미르 재단 사무총장에게 전화했느냐"고 안 수석에게 물으며 "이 전 총장과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냐?", "일개 재단 사무총장과 개인적으로 통화할 정도로 가깝고 한가하냐?"라고 따져 물었다. 백 의원에 따르면, 이 전 총장은 "안 수석에게 전화가 왔다. 재단에서 (나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있어서 알려 주러 연락온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안 수석은 이에 대해 그날 이 전 총장과 통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전 총장과는 미르 재단 출범 후 재단 임원진들과 인사하는 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이이고, 개인적 용무로 전화한 적은 없다며 "인사에 개입한 사실은 없다. 구체적 사항은 지금 수사 중이기 때문에 분명히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백 의원은 "이 전 사무총장은 최순실 씨를 미르 재단과 관련해서 본 적이 있다고 했다"며 "당시 보이지 않게 권력 행사를 하는 사람이 있었고, 최 씨가 '이렇게 저렇게 해라'라고 관여하면 이 전 총장은 '권한을 행사하려면 드러내 놓고 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최 씨가 추천한 사람이 있다는 말에 이사회 이사들에게 '당당하게 누구 추천을 받았다고 말을 못 하거나, 언론에 나오는 비선 실세의 추천을 받고 오신 분들은 그만두라'고 (이 전 총장이) 말했다고 한다"고 했다.
백 의원은 이어 "이 전 총장은 날짜별로 77개의 녹음 파일을 갖고 있다고 했다"며 안 수석에게 "위증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 명심하라"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전 총장은 이날 신문 인터뷰에서 "에꼴 페랑디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는 최순실 씨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었다"며 "차 전 단장이 호출해 회의실에 가 보면 그 자리에는 항상 최 씨가 있었다. 사업 초창기에 한 여성이 나타나 모든 사안을 결정하길래 그 정체가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이 바로 최 씨였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미르재단 前사무총장 "최순실이 최종 결재자")
안 수석은 백 의원이 '미르 재단이 프랑스 요리학교 에꼴 페랑디와 한식 세계화 사업을 벌이는 것과 관련, 이 전 사무총장이 안 수석을 여러 차례 만났다고 증언했다'고 추궁하자 "에꼴 페랑디 사업은 제 소관이 이나다"라며 "그것(에꼴 페랑디) 때문에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 전 총장을 몇 번 만나지 않았고, 기본적으로 이 분과의 관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백 의원이 "(이 전 사무총장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은 외교안보수석, 교육문화수석, 경제수석실과 협조·협력했고, 총괄은 안종범 경제수석이 했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안 수석은 "각 순방이나 정상외교에서의 양해각서(MOU) 등 중요한 사안은 기본적으로 각 부처별 협의를 하게 되어 있다"며 "청와대와 미르가 지속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한 것은 아니다. (미르는) 회의에 한두 차례 참석한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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