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경위를 소상히 밝혔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두 재단의 설립에 관여했다고 인정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는 그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설명과 다소 배치된다. 다만 박 대통령은 두 재단이 오히려 여러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불법 행위가 있으면 처벌하겠다는 말을 덧붙였으나, 기본적으로 두 재단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보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20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두 재단과 관련해 "요즘 각종 의혹이 확산되고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 심지어 재단들이 저의 퇴임 후를 대비해서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가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재단 설립 배경에 대해 직접 설명을 했다. 그는 "저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두 축으로 설정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고 그것은 전 세계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과거 산업화시대처럼 관 주도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제는 민간이 앞장서고 정부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두 축을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기업들도 문화가 가지고 있는 세계시장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했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과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이것이 곧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되며 기업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보았다"고 재단 설립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외국순방 때마다 경제사절단으로 함께 한 여러 기업들과 그동안 창조경제를 함께 추진해온 기업들이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높여나가고자 뜻을 같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기업 간 공감대가 있었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은 "물론 이와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때까지 기업인들과 소통하면서 논의 과정을 거쳤다. 예를 들면 지난(해) 2월 문화체육 활성화를 위해 기업인들을 모신 자리에서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실현을 통한 우리 경제의 대도약을 위해 기업인들의 문화 체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부탁드린 바가 있고, 또한 지난해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기업 대표를 초청한 행사에서도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이 바로 문화콘텐츠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융복합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에 문화체육 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우리 문화를 알리며 어려운 체육 인재들을 키움으로써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익 창출을 확대하고자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 두 재단의 성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에도 많은 재단들이 기업의 후원으로 이런 사회적 역할을 해 왔는데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이에 동의해 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제가 알고 있는 재단 설립의 경과"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전경련의 설명과 다소 다르다. 지난달 23일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미르와 K스포츠는 기업들이 한류 덕을 보면서 문화 사업에 기여한 게 없다는 지적에 따라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 자발적으로 설립한 재단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안종범 청와대 수석에게는 출연 규모나 방법 등이 거의 결정됐을 시점에 알려줬을 뿐 사전 지시를 받지 않았다며 청와대 개입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2월과 7월에 박 대통령이 전경련 등에 투자를 요청했다. 해당 재단은 지난해 10월(미르재단), 올해 1월(K스포츠재단)에 설립됐다.
지난해 2월 최초 건의를 해 놓고, 이후 청와대가 상황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외국순방 때마다" 기업과 뜻을 주고받았다는 설명도, 해당 재단과 관련된 아이디어 논의가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것을 추측하게 한다.
"이런 의미 있는 사업에 인신공격성 논란이 이어지다니"
박 대통령은 "재계 주도로 설립된 재단들은 당초 취지에 맞게 해외순방 과정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소위 코리아 프리미엄을 전 세계에 퍼트리는 성과도 거뒀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또 "태권도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전통 품새 태권도 공연을 통해 대한민국이 바로 태권도의 본산이라는 인식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 위한 노력도 진행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는 K스포츠재단이 만든 태권도시범 'K스피릿'에 대한 설명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스피릿은 창단을 하기도 전에 박 대통령 이란 순방 행사에 동행해 구설에 올랐던 단체다.
박 대통령은 또 "'코리아 에이드'는 K팝 등의 문화, 수준 높은 보건의료, 쌀 가공식품 및 한식이 삼위일체로 복합된 새로운 형태의 한국형 개발협력 모델이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속가능한 개발 협력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대한 우호적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것이다. 코리아 에이드 사업은 현지 언론에서도 매우 탁월한 발상의 사업이라고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뿐만 아니라 재단들은 자체적으로도 사업 성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면 세계 최정상의 프랑스 명문 요리 학교인 '에꼴뻬랑디'는 외국 음식으로는 처음으로 한식 과정을 정규 과정에 도입하고 한국에 에꼴뻬랑디 요리 학교를 설립하기로 해서 한식의 세계화와 위상 제고의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처럼 의미 있는 사업에 대해 의혹이 확산되고, 도를 지나치게 인신공격성 논란이 계속 이어진다면 문화 융성을 위한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의지에 찬물을 끼얹어 기업들도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고 한류 문화 확산과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두 재단을 옹호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두 재단이 시작을 할 때 미비했던 부분들을 다듬고 숙고해서 문화와 어려운 체육인들을 위한 재단으로 거듭나서 더 이상의 의혹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감독 기관이 감사를 철저히 하고 모든 것이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지도·감독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기업인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출연해준 재단이 오직 우리 문화가 세계에 확산돼 사랑을 받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체육 인재들을 발굴해서 그들에 용기와 희망을 주는 재단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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