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증권 매각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형인 노건평 씨가 구속되자 침묵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5일 "가족의 한사람으로서 동생의 도리도 있다"면서 국민에게 사과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사저 앞에서 방문객과 취재진 등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인사를 나와 "지금쯤 국민들한테 사과해야하지 않나 하는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며 "전직 대통령의 도리가 있겠지만 형님 동생의 도리도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형님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데 (내가) 사과해버리면 형님의 피의사실을 인정해버리는 그런 서비스는 하기 어렵다. 양해해달라"며 "모든 사실이 다 확정될 때까지 형님의 말을 앞지르는 판단을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취재진이 건평 씨가 별다른 말은 없었냐고 묻자 "그것은 사적인 문제로 덮어주면 좋겠다"며 "(전화통화가) 있었다 없었다는 것이 궁금하겠지만 우리끼리의 문제로 덮어달라"고 했다.
건평 씨의 문제를 말하기 앞서 노 전 대통령은 "내 손님보다 취재진이 더 많다"고 운을 뗀 뒤 "오늘 제가 인사나오고 싶지 않아 (오후 2시께 나온다는) 게시물을 내 놓지 않았지만 인터넷으로 약속돼 있어 나왔다"며 방문객 앞에 서게 된 경위를 밝히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오늘 인사를 끝으로 금년 인사를 마감했으면 좋겠다"며 방문객과의 인사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그렇게 널리 알려달라. (방문객이) 멀리서 오셨는데 미안하다"고 말해 형이 구속된데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방문객과의 인사는 없어도 사저에는 계속 있을 것임을 밝히면서 10여분간의 올해 마지막 인사를 한 뒤 사저로 돌아갔다.
노 전 대통령은 전날 오후 형인 건평 씨가 구속된 이후 이날 오전까지 비서관을 통해 "착잡하다.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 없다"는 요지의 문자메시지만 취재진에게 보내는 등 침묵을 지켜왔다.
한편 전날 오전까지 홀로 집을 지키다 외출한 뒤 연락을 끊은 건평 씨의 부인 민미영 씨는 이날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건평 씨의 집 현관 입구에는 신문을 비롯한 각종 우편물들이 놓여져 있었다.
또 건평 씨의 구속 소식으로 충격을 받은 봉하마을 주민들은 이날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고 있으며 방문객수도 평소보다 줄어들어 마을 분위기는 더욱 썰렁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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