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백남기 농민을 포함해 이 땅 위의 모든 고통받는 민중을 위로하고 폭압적인 정권의 회개를 비는 시국 미사가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천주교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10일 가톨릭농민회, 남녀수도회, 정의구현전국사제단, 각 교구 15개 정의평화위원회와 함께 서울 종로 광화문광장에서 '불의한 정권의 회개와 민중을 위한 시국 미사'를 열었다.
이날 시국 미사에는 신부 200명, 신자 1300여 명 등 총 1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백 씨의 생전 친우였던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회장과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참석해 신도들로부터 위로받았다.
정 회장은 "백 농민이 317일간 병원에 누워계실 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며 "의사가 처음 진단하고 칼을 들이댔다. 그렇게만 안 했어도 혹시나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백 씨 사망의 진위를 위해 부검을 실시하겠다고 하는 경찰을 향해 "물대포에 맞아 죽은 것도 분한데 다시 백 농민을 두 번 죽이려고 칼을 빼 들고 나섰다"며 "시신에는 조사할 게 없다. 사인이 명백하다.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돌아가셨는데, 살인자를 체포하지 않고 오히려 시신을 탈취해서 조사하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정 회장은 마지막으로 미사 참가자들에게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특검을 위한 서명을 받는 것"이라며 "국회 특검을 통해 이 진실을 밝혀주는 것만이 백 농민의 한을 풀어드리는 길"이라고 했다.
유 위원장은 "진심으로 이 정권이, 이 사회가 하루빨리 회개하기를 소원한다. 그런데 회개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회개하지 않는 백성에게 물로 불로 심판을 하셨다는 말씀을 읽은 게 기억난다. 정말 이 정권이 회개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두 유가족의 발언에 앞서선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용태 신부가 강론했다.
김 신부는 "경찰의 잔악한 살인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지 317일 만에 끝내 우리 곁을 떠난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안식을 바란다"는 말로 강론을 시작했다.
그는 "언제까지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무고한 이들의 희생과 무도한 자들의 불의와 부정은 하나하나 손꼽기도 어려울 정도"라면서 "그러나 어둠보다 더 강해져선 안 된다. 끝까지 빛으로 타올라야 한다. 그렇게 더욱 더 선명해지는 것이 불의한 세상을 이기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어 "도끼가 이미 나무 뿌리에 닿아있어 도끼로 찍기도 전에 자기 부패로 문드러져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며 "권력자들이 지금이라도 파멸의 길에서 벗어나 참 생명의 길을 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신부들은 기도를 통해 고인이 된 백 씨가 더는 고통 없이 평안할 수 있기를 바랐다. 차례로 기도를 올린 신부들은 "저들은 고인을 두 번 죽이는 강제 부검하기 위해 시신마저 빼앗으려 하고 있다"며 "부디 자비를 베풀어 십자가를 온전히 짊어지고 백남기 영혼을 당신의 나라에서 편히 쉬도록 함께하고 유가족이 절망의 고통을 이겨내도록 힘과 용기를 달라"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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