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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오바마, 선거 때는 무슨 말을 못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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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오바마, 선거 때는 무슨 말을 못하겠나"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말은 안 할 것"…盧와는 다르다?

G20 금융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경제를 비롯한 국내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시절이던 지난 2003년 5월 각종 사회적 집단행동이 불거지자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낮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특파원 오찬간담회에서 "산적한 국내 현안 때문에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노력을 더 기울이는 게 중요하며, 남을 탓하거나 푸념해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며 이같이 답했다. 노 전 대통령과 자신은 집권 자세가 다르다는 뜻이다.

"남탓해선 안 된다"더니…줄곳 '언론탓'?

대북정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논란 등 한미간 현안에 대해선 낙관론을 재차 강조하면서 언론의 '협조'를 요청하는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면 한국이 소외될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은 기우에 불과할 뿐"이라면서 "이른바 통미봉남이라는 폐쇄적 시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인의 등장과 함께 통미봉남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질문에 "특정 언론사의 시각인지, 국민의 우려인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핵 없이 통일을 이뤄내는 것"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일부 언론은 통미봉남이라는 국내 정치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 같지만, 한미관계를 좀 더 깊이 알고 이해한다면 그런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한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대선 직후 가진 오바마 당선인과의 전화통화를 언급하며 "오바마 당선인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든 어떻든 한국과 사전에 철저한 협의를 하겠다고 먼저 말했다"면서 "오바마는 북핵문제에 있어 한미간의 공조입장을 분명히 전제했다"고 했다.

또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포기에 도움이 된다면 오바마가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한미 관계가 완벽하다면 북미 정상회담이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오바마의 FTA 반대론…"선거 때는 무슨 말을 못 하겠나"

한미 FTA 비준논란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언론이 자제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바마 당선인이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한미 FTA 비준을 반대하고 있는 대목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한미 FTA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은 만큼 지장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오바마 정권인수팀의 한미 FTA 검토준비가 완료돼 있지 않기 때문에 언론이 오바마의 선거운동 당시 발언(자동차 재협상)을 확대해석하거나 너무 앞선 추측보도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이 대통령은 "격동기에서 언론의 역할은 지대하며, 언론이 긍정적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는 시카고의 자동차 업계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는데 선거 때는 무슨 말을 못하겠느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도 보였다.

이 대통령은 "미국은 자동차를 만들었고 자동차 중심으로 교통망을 짜는 등 자동차 산업은 미국의 상징이며, 자존심"이라면서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살리는 것이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한미 FTA는 미국이 한국을 봐주기 위한 것이 아니며 서로의 국익을 위해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체결됐다"며 "우리 언론이 냉정한 자세를 견지하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재오 만났나" 질문에 "국가적 이야기 하는데 사사롭게…"

한편 이날 특파원 간담회는 당초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가량 진행됐다.

돌발질문도 적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미국 내 자동차 업계과 오바마 당선인의 관계를 언급하며 "선거 때는 무슨 말을 못하겠느냐"고 답하자 한 기자는 곧이어 "그렇다면 대운하도 같은 차원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웃음으로 피해가는 모습이었다.

"미국에 체류 중인 이재오 전 의원을 만났느냐"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국가적 수준을 말하고 있는데 사사로운 얘기를 꺼내느냐"는 농담섞인 반응만을 내 놨다.

이 대통령은 이후 미국 상공회의소 소장을 만나는 것으로 미국에서의 공식 일정을 모두 마무리짓고 남미로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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