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남쪽 나라'를 떠나는 탈북자도 적지 않다. 지난 5년간 16명이 다시 북으로 돌아갔다. 33명이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갔고, 53명이 제3국으로 가기 위해 위장 망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고도 남으로 오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요란한 북한 붕괴론
북한 붕괴론은 대북 정책의 실패를 감추기 위한 자기 최면이다. 북핵 문제가 악화되면서, 북한 붕괴론도 도를 지나치고 있다. 북한 붕괴론은 5차 핵 실험 이후 국제 사회의 성찰적 움직임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에서 외교협회(CFR)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 집단들이 기존의 북핵 정책을 반성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분명한 공감대가 존재한다. 그것은 세 가지다.
첫째, 북핵 능력에 관해 우려한다. 핵 물질, 탄두 개량, 운반 수단의 전 분야에서 성능 향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둘째, 전략적 인내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다. 이 정책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북핵 능력의 고도화를 막지 못했기 때문에.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북한의 핵 개발을 방치했다는 역사적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셋째는 그래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책은 언제나 상황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정책이 효과가 없으면, 다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책 평가는 이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정책이란 문제 해결을 위해 동원 가능한 수단을 점검하고, 효과를 고려하여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책 진단 기능의 마비다. 진단을 하지 않으면 당연히 처방할 수 없다. 남해안에서 콜레라 때문에 회를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합리적인 정부라면 실상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해서 국민들의 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런 과정이 없다. 여당 대표가 '매일 회를 먹겠다'고 선언했을 뿐이다. 그것도 며칠 지나지 않아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부산 경남 지역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핵발전소(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불안해할 때도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정보를 공개하고, 추가 원전 계획을 백지화하고, 혹시 일어날 수도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안전 대책을 제시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는다. 그냥 "안전하다. 그러니 믿어라"를 반복한다. 합리적 의심은 색깔론으로 몰아간다. 이런 과정이 몇 번 반복되면서, 그야말로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정부의 신뢰가 바닥을 드러냈다.
북한 붕괴론도 마찬가지다. 근거가 없다. 김정은 체제가 안정적인지, 북한 경제가 국제 사회의 제재 상황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북한 내부적으로 주민들의 정권 지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따져보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북한의 객관적인 상황과 무관하게 오히려 점점 더 박근혜 정부의 주관적 의지를 드러낼 뿐이다.
북한 붕괴론의 국내 정치적 목적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통일을 준비해야 하니 국내적 단결이 중요하다'는 유신체제의 논리가 재연되고 있다. 북한 붕괴론을 말할수록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다. 객관적인 진단 능력을 상실할수록 대책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왜 서독은 '털신을 신은 작은 발걸음'으로 다가갔을까?
빌리 브란트가 추진했던 신동방 정책을 우리는 '털신을 신은 작은 발걸음 정책'이라고 부른다. 통일이 되었을 때, 과거 동독의 지도부는 '털신을 신은 정책', 즉 '소리 없이 조용하게 다가온' 정책이 탱크보다 위협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알고 보면 통일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신동방정책이 동독 주민의 마음을 얻었듯이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정권과 주민을 분리한다고 하면서도 수해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을 외면한다. 북한 붕괴론을 강조할수록, 김정은 체제는 강화될 것이다. 언제나 외부 위협을 체제 정당성의 근거로 삼아왔던 북한 아닌가? 요란한 말은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국내정치적으로 먹힐 만큼 우리 국민이 어리석지도 않다. 북한 붕괴론은 무능의 징표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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