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사드와 동북아, 운명의 2016'을 주제로 열린 10.4남북정상선언 9주년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한 포스톨 교수는 "사드 시스템은 미국 MD에 통합되도록 설계됐다. 정보를 수신할 수 있고 (자신이) 추적한 정보를 다른 미국의 MD로 전송할 수 있으며 실시간으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사드와 MD 편입은 별개라는 정부의 주장과 배치되는 진술이다. 포스톨 교수는 "사드가 수집한 정보를 미국 MD 체계에 제공하기 때문에 중국이 우려하는 것이다. 이건 사드의 기본 기능"이라면서 사드와 MD는 분리할 수 있는 체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드와 함께 배치되는 레이더가 종말 모드로만 운영되도록 고정시킬 수 있기 때문에 북한만 탐지할 수 있고, 그래서 중국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의 주장과 관련, 포스톨 교수는 "사드 시스템이 종말 모드로만 운영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사드 레이더가 전진 모드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은 애초에 해당 시스템에 들어있는 기능"이라면서 "사드 레이더는 약 4000km까지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톨 교수는 "레이더가 엄청난 센서를 가지고 있고 수백억 달러의 돈이 들어갔다. 그런데 왜 다른 모드를 사용하지 않겠나"라면서 "사드 레이더를 종말 모드로만 사용한다는 주장은 탱크를 실전 배치하고 거기에 장착돼있는 총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사드 레이더, 탄두와 파편 구별할 수 없어
포스톨 교수는 사드의 적외선 레이더는 탄두와 로켓 파편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요격 체계로서 적합한 무기 체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적외선 센서는 전방에 어떤 물체가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탐지하지 못한다. 좀 더 밝은 물체, 좀 더 가까이 있는 물체 등은 식별할 수 있지만, 어떤 물체가 탄두인지는 모른다"면서 "그래서 사드는 미사일을 여러 파편으로 조각내는 것만으로 충분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스톨 교수는 적외선 센서와 관련, 지난 1981년에 작성한 논문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다고 밝혔다. 그는 "1981년 당시 미국이 적외선 센서와 유도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이와 관련한 논문을 애슈턴 카터 현 미국 국방장관과 저를 포함한 6명이 작성했다"며 "당시 과학적으로 봤을 때 적외선 유도를 가지고는 신뢰할만한 요격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카터 장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개발 업체인 미국 록히드 마틴사에서 요격 실험을 14번이나 수행했는데도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두고 포스톨 교수는 "관련 자료는 있겠지만, 성공했다면 왜 데이터를 공유하지 못하겠나?"라며 실험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제 실험에서 무엇을 맞췄는지도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날아오는 미사일의 탄두와 추진체 중 어느 것을 맞추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포스톨 교수는 "탄두를 타깃으로 요격했는데 탄두는 맞추지 못하고 미사일의 옆인 몸체를 맞췄다면 이는 총알로 빈 깡통을 맞춘 것이나 다름 없다"며 "실전에서의 미사일은 실험에서처럼 특정 방향으로 날아오는 것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1991년 걸프전을 예로 들었다. 포스톨 교수는 "1991년 걸프전 발발 전에 패트리어트 체계를 만들어 냈는데 실험했을 때는 명중률이 97%였다"면서 "그런데 실제 전쟁에서 요격을 44번 시도했는데 한 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시험 환경과 실전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포스톨 교수는 "한국이 사드 도입과 관련한 의사 결정을 할 때 이 무기체계가 실전에 부합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도 못하면서 사드를 도입해서 중국과 갈등만 불러오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요격률이 낮은 현재 시스템에 대한 대안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스템 제어도 여러분들이 직접 할 수 있다"면서 "북한을 상대하려면 더 많은 탱크나 포격 무기를 준비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톨 교수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니까 정보 공유도 별로 되지 않은 것 같고 지도자들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며 "정보를 감추고 있기 때문인데, 이것은 동맹국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만 아니라 정보의 자유를 근거로 판단을 해야 하는 민주주의의 운영 방식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한국 국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연세대학교 최종건 교수는 "지금까지 사드 논쟁이 이념과 특정한 정책을 강요하는 방식이었는데, 오늘 발표를 통해 어떤 무기체계가 필요한지 과학적인 논쟁이 벌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사드 찬성론자들이 주장했던 △시험 명중률이 높다는 점 △사드와 MD는 연계돼있지 않다는 점 △종말 모드로만 사용할 것이라는 점 등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찬성론자들이 이러한 근거로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이 높다고 했다. 하지만 포스톨 교수에 따르면 찬성론자들의 근거는 전부 부정당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찬성론자들이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국가의 안보가 뿌리째 흔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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