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근거로 성주 사드는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체제(MD)와 무관하고, 이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는 근거가 없으며, 국회의 비준 동의도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정부의 입장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 증거가 나왔다. 미국 행정부가 올해 2월 의회에 제출한 '회계 연도 2017년 대통령 예산서'에 따르면, 사드 포대는 미국의 MD와 직결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러한 의혹은 계속 제기되어왔지만, 정부와 상당수 언론은 성주 사드 기지에 배치될 레이더는 '종말 모드'라는 점을 들어 MD와의 무관함을 강변해왔다. 미국 MD와 통합되는 레이더는 '전진 배치 모드'인데 사드 포대에 포함되는 레이더는 독립적으로 운용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예산서에 담긴 내용은 사드 포대 자체가 미국 MD와 통합되어 운용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문서 38쪽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특수화된 통신 및 레이더 소프트웨어의 제공에 힘입어, 사드 포대는 탄도미사일방어체제(BMD) 시스템의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MC) 시스템과의 직접 통신이 가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사드 포대는 통상적인 적극 방어용 교전 임무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의) 탐지 및 추적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
여기서 "통상적인 적극 방어용 교전 임무"란 사드 요격 범위 내에 들어오는 탄도미사일의 요격을 시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만 국한된다면, 성주 사드의 방어 수요는 한국에 국한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통상적인 임무뿐만 아니라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MC)과의 직접 통신"을 통해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할 수 있는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곧 성주 사드가 한국 방어를 초월하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 MD 네트워크의 일환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MD 네트워크의 '뇌'에 해당하는 'C2BMC'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참고로 C2BMC를 뇌에 비유한다면, 위성과 레이더 등 센서는 '눈'에, 요격미사일은 '주먹'에 비유될 수 있다.
C2BMC는 우주 및 세계 각지에 배치된 위성과 레이더 등 센서, 사드, 스탠다드미사일(SM-3), 미국 본토 방어용인 지상배치요격미사일(GBI) 등 요격미사일을 통합해 운용하는 핵심 시설이다. 각지에서 송신된 탄도미사일 발사 정보를 분석해 요격 임무를 세우고, 요격 성공 여부를 판단하며, 추가적인 요격 임무를 할당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전략사령부, 북부사령부, 유럽사령부, 태평양사령부, 중부사령부 등 주요 사령부에 이 시스템을 두루 배치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성주에 사드 배치가 강행되면, 이 포대는 글로벌 MD 시스템의 '최전방 척후병'으로 기능하게 된다. 가령 일본을 향해 탄도미사일이 발사되면, 성주 기지는 이 미사일의 발사 정보를 태평양사령부의 C2BMC로 송신하고 C2BMC는 일본 자위대나 미군에게 이 정보를 전달해 이지스 탄도 미사일 방어체제(ABMD)와 패트리엇으로 요격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사용되는 정보통신망이 바로 실시간 정보 공유 시스템인 '데이터 링크-16'이다. 그리고 이러한 MD 네트워크는 괌이나 하와이, 심지어 미국 본토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요격 시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강조하고 있는 "통합 MD 네트워크"의 교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성주 사드 기지는 한반도 안보 수요를 명백하게 넘어서게 된다. 더구나 C2BMC는 성주에도 배치될 예정인 'X-밴드 레이더(AN/TPY-2)'를 통제·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내장되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성주 사드 배치를 철회하거나 최소한 재검토해야 할 사유는 분명해진다. 한국 방어에는 무용지물이라는 게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는 반면에, 글로벌 MD의 일환이라는 점은 거듭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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