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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대병원 간호사입니다"

"저성과자 되는 게 두려워 위급한 환자에 달려가지 말아야 하나?"

현직 서울대병원 간호사가 쓴 글이 3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나는 서울대병원 간호사다"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은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공공기관 성과급제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중시하는 병원을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간호사 최 모 씨가 지난 1일 올린 이 글에서 최 씨는 "병원에서 성과급제라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며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인데 성과를 내고 수익을 창출하라니, 기념품이라도 만들어 팔고 병원 로비에서 호떡이라도 구워 팔라는 건가. 아니면 비싼 검사나 시술을 많이 받는 환자, 돈 되는 환자를 많이 유치하고 환자에게서 더 많은 돈을 받아내라고 권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최 씨는 이어 "병원에서 한달이라도 일해본 사람이라면 성과급제와 환자안전은 절.대. 공존할 수 없다는 걸 알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나는 지금은 혈액투석실에서 일하지만 그 전엔 내과중환자실에서 근무했다. 중환자실에선 내 담당환자가 아니더라도 어떤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어 위급해지면 즉, 심폐소생술과 같은 상황에서 십여 명의 간호사가 일사분란하게 서로를 돕는다.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심폐소생술을 하기 위해서는 4명의 간호사가 필요하다. 그러면 나머지 간호사들은 그 간호사들의 담당 환자들 바이탈 사인을 체크하고 투약 및 필요한 각종 의료 처치들을 대신 커버해 준다. 그들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다른 환자들이 위험한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니 환자, 내 환자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이어 "하지만 성과급제가 되면 그렇게 자발적으로 나서서 남의 환자를 돕게 될까. 돕더라도 눈에 띄는 일을 하려고 하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머지 환자들의 상태를 보살피는 일을 하려 할까"라며 의문을 제기한 후 "실컷 심폐소생술 끝내고 돌아왔는데 내 환자 상태가 엉망진창이고 중요한 약물이 하나도 투약되지 않은 상태라면, 그래서 투약오류 보고서 따위를 써야 하고, 나쁜 점수를 받고, 저성과자로 한심한 취급을 받고, 월급까지 깎인다면 이 간호사가 다음에 다른 사람의 담당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이 필요할 때 만사 제쳐두고 선뜻 달려갈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최 씨는 "다른 간호사의 실수를, 다른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을 외면한다 해서 누가 이 간호사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성과급제를 실시하면서 '성과에 눈이 멀어 환자의 생명은 뒷전인 간호사'라고 비난할 건가"라고 말했다.


최 씨는 "병원 일은 모든 것이 환자 중심이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환자의 질병이 악화될 수도 있고 내가 담당하는 환자가 정말 심각한 상태일 때는 간호사 혼자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라며 "성과급을 얼마를 주건 간에 나는 위급한 환자에게 달려갈 때 각종 시말서나 성과급이 아른거리는 간호사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최 씨는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나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라는 '나이팅게일 선서'를 언급한 뒤 "성과급제가 도입되면 이 선서는 바뀌어야 할 판이다. '나의 성과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나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나의 월급통장의 안녕을 위해서 헌신하겠습니다.' 서울대병원이 원하는 간호사가 이런 간호사인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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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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