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바퀴 구르는 소리
바닥으로 물 떨어지는 소리
가슴에 흐르는 소리
한낮의 광장은 눈을 감고 듣는다
침묵에 잠겨있다
그 곳 높이 걸린 깃발
펄럭이며 힘찬 신호를 보낸다
함성이 순간 달구어진 쇠토막 되어
거친 광장으로 쏟아져 내린다
튀어 올라 깊이 박히는 파편이 된다
어느 드높은 산꼭대기
붉은 용암이 분명 꿈틀대고 있으리다
터져서 치솟아 오르리다
푸른 하늘 시뻘겋게 물들이며
수천수만의 불화살 되어 날아가리다
심장을 돌아 나온 뜨거운 피가 달린다
비와 바람으로 식혀가며
넓고 환한 광장을 향해
불꽃을 뿜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내달린다
염원은 그 곳을 향한 완주일 것이므로
시작 노트
푹푹 쪄대며 기세 좋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천막을 걷고 매트리스를 다 치우고 나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름 소나기. 일단 처마 밑으로 몸을 피했다. 잠시 기다리면 소나기는 그칠 테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나는 나의 천문지식을 믿고 주변에 쉽사리 예언을 해댔다. 소나기의 일반적 특성을 속으로 확신하면서 점을 치듯 비가 곧 그칠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사실 그 때 얼핏 서쪽 하늘이 반짝 트였던 것을 보았던 것은 사실이다.
예언은 틀렸다. 좀체 비가 그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까지 가세하며 빗방울은 더욱 굵어지고 있었다. 번개의 깊고 예리한 칼날이 벼락소리와 함께 가슴에 들어와 박혔다.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오늘 대한민국의 양심은 어떻게 일그러져 있는가? 세월호 수습방안이 과연 다투고 소리 내어 싸울 일인가?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간극. 무엇을 위해 감출 것이 그리 많고 누구를 위해 얼토당토 않는 비호를 해야만 하는가? 간극을 떠올리자 슬픔의 물기가 없는 마른 분노가 밀려왔다. 타오르는 분노는 펄럭이는 깃발에도 땅속에서 터져 나올 붉은 용암에도 서려있다.
2016년의 여름. 폭염 때문에 목마른 광장. 광장은 버스 쿵쾅대며 지나는 소리, 분수에서 흩어지는 물소리로 소란스럽다. 사람들이 지나가며 내는 가벼운 발걸음 소리와 낮은 목소리. 사람이므로 사람이 내는 사람 소리. 나는 주저앉아 4·16 광장 머리 위에 떠돌고 있는 가면의 차가움을 들여다본다. 침묵을 깨듯 어느 순간 소리가 들려왔다. 점차 거대한 함성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달려 나간다. 서늘한 눈빛을 하고 내달린다. 끝까지 달려 백지장처럼 투명한 이면에 도달할 때까지.
8월 19일 세월호 특조법 개정을 위한 하루 동조단식에 참여하였다. 이른 시일 내 법 개정을 통해 비록 완벽할 순 없을지라도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고 진실의 일부라도 밝혀내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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