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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차 핵실험, 중국 입장은 어떻게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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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1~5차 핵실험, 중국 입장은 어떻게 달라졌나?

[양갑용의 중국 정치 속살 읽기] 행간을 읽어야 중국을 알 수 있다

2006년 10월 9일부터 2016년 9월 9일까지 북한은 다섯 차례 핵 실험을 실시했다. 처음 세 차례는 3, 4년 간격으로 실시했지만, 2016년 들어서는 1월과 9월 겨우 여덟 달 간격을 두고 두 차례 실시했다. 다섯 번 실시된 북한의 핵 실험 중 시진핑 집권 후 세 차례나 실시되었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북한의 연이은 핵 실험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대국으로 나아가려는 중국에게도 어떻게든 해결해야하는 과제임이 분명하다. 특히 한중 관계의 변화와 발전에 깊은 관심을 가진 시진핑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핵 실험은 한국의 입장과 북한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회피할 수 없는 그러나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북한에 대한 유엔 결의안 2270호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점도 모두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즉각적인 외교부 성명에서도 보듯 매우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졌다. 그만큼 중국에게도 북한의 핵 실험은 매우 중요한 역내 안보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섯 차례 진행된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한 중국의 빠른 반응은 시간이 지나면서 톤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이것은 아마도 북한의 핵 실험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이 시기별로 미묘한 변화를 보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지도자와 국가기관의 '입언(立言)'을 매우 중시하는 정치 전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북한 핵 실험에 대한 미묘한 변화를 잡아내기 위해서는 '입언'의 행간을 읽어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한 중국의 미세한 변화를 읽어낼 수 있고 중국의 속내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에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제1차 북한 핵 실험이 실시되었던 2006년 10월 9일과 제2차 핵 실험이 실시되었던 2009년 5월 25일의 중국 외교부 공식 성명을 보면 북한 핵 실험은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를 무시하고'란 표현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후 세 차례 계속된 북한 핵 실험에 대한 중국 외교부의 공식 성명에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란 표현이 등장한다. '반대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이 시진핑 집권 이후 등장했다는 것은 북한 핵 실험을 중지하기 위한 계속적인 노력이 진행되어 왔다는 측면을 강조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했다는 뉘앙스가 담긴 표현인 셈이다.

둘째, 중국의 입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제1차 북한 핵 실험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핵 확산 반대' 등 두 가지 표현이 등장한다. 제2차 핵 실험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핵 확산 반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수호'라는 세 가지 표현이 등장한다. 제3차 핵 실험부터 지난 2016년 9월 9일에 있었던 제5차 핵 실험까지는 '핵 확산 반대' 대신에 '핵 확산 방지' 표현이 들어간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핵 확산 방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수호'라는 세 가지 표현이 연속해서 등장한다.

이와 같은 표현에서 우리는 다음 두 가지 사실을 유추해낼 수 있다. 먼저, 중국은 첫 번째 핵 실험에 대해서는 북한이라는 일개 국가의 핵 문제로 국한하여 접근했고, 두 번째 핵 실험부터는 이 문제를 지역의 문제로 확대해서 접근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핵 확산 반대'와 '핵 확산 방지'라는 표현이 갖는 또 다른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확산 반대'는 수동적인 표현에 지나지 않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확산 방지'는 능동적인 노력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확산 방지'라는 표현 역시 시진핑 집권 이후 등장했다는 점에서 시진핑 집권 이후 북한의 핵 실험 문제에 능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셋째, 북한 핵 실험 관련한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중국의 입장은 시기별로 약간의 변화가 감지되었다. 제1차 핵실험(2006년 10월 9일)과 제2차 핵실험(2009년 5월 25일) 관련 중국 외교부 성명에서는 북한에게 '6자회담 복귀'를 요청했다. 그러나 시진핑 집권 이후 진행된 제3차 핵 실험(2013년 2월 12일), 제4차 핵 실험(2016년 1월 6일), 제5차 핵 실험(2016년 9월 9일) 관련 중국 외교부의 공식 성명에서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명시적으로 요청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 문제를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제3차 핵 실험 이후 나타난 중국의 반응이 북한이라는 단일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안보 차원에서 이 문제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때부터 중국은 북한의 핵 실험 문제를 양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을 둘러싼 관련 당사국 간의 공통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을 포함한 관련 모든 당사국들이 '6자회담의 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넷째, 제1차, 제2차 핵 실험 반응과 달리 시진핑 집권 이후 진행된 제3차 핵 실험 이후부터 중국의 반응 수위가 변했다. 제1차, 제2차 핵 실험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정세를 악화시키는 일체의 행동을 중지'할 것을 요청할 뿐이었다.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행동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중지'만을 언급했을 뿐이다. 그러나 시진핑 집권 이후 세 차례 진행된 북한의 핵 실험 관련 중국의 대응 수위는 '중지'라는 선언적 의미에서 한 발 나아가 '강력히 촉구한다'는 표현으로 전화되었다. '중지'를 요구하는 청유형 표현에서 '강력히 촉구한다'는 강한 요구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다섯째, 제1차 핵 실험부터 제4차 핵 실험에 이르기까지 줄곧 강조되던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수호는 관련 각 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는 표현이 제5차 핵 실험 관련 성명에서는 완전히 빠져버렸다. 또한 '냉정하게 대응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라는 표현도 제4차 핵 실험 이후에는 쓰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진핑 집권 이후 북한 핵 문제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더욱 분명한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북한 핵 문제뿐만 아니라 한반도 핵 문제 전체로 중국의 지역 전략 목표를 수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진핑 집권 이후에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한 중국 외교부 공식 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연이어 등장하기 때문이다.

▲ 중국 외교부 대변인 루캉(陆慷)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wikimedia.org

이와 같은 중국의 공식 워딩을 보면 북한의 핵 실험은 일국 문제에서 지역 문제로 옮아갔고, 그 해결 방안은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고, 그 핵심 기제는 바로 6자회담이라는 것이다. 결국 북한의 핵 실험으로 부각된 핵 문제가 비단 북한만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관련 당사국 모두의 문제이고, 이의 해결은 '전쟁'을 통해서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면 '대화와 협상' 밖에는 다른 수단이 없다는 것이 중국 공식 성명에서 일관되게 표현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것은 그 표현의 '강도(强度)'와 '심도(深度)' 그리고 '관도(寬度)'가 매 성명 발표마다 다르게 표현되었다는 점이다. 시진핑 집권 시기 이후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한 중국의 '강도'는 세졌으며, '심도'는 더욱 깊어졌고, '관도'는 더욱 넓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결국 북한의 핵 실험으로 촉발된 지역의 안정 위협 요소가 반복될수록 중국의 '강도'와 '심도'는 강화되고 '관도'는 확장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거듭되는 핵 실험과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시간이 갈수록 강화되고 확대될수록 중국의 수사적 표현은 매우 간결하고 예리해졌다. 중국의 초기 반응에서 두루뭉술한 표현이 주를 이뤘다면 성명이 거듭될수록 두루뭉술한 표현보다는 매우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이는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직접적이고 숨김없이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중국의 깊은 의도를 파악할 때는 중국의 레토릭을 '그저 그런' 또는 '어렴풋이 비슷한' 것으로만 파악하고 대동소이하다고 치부해버린다면 행간에 녹아들어가 있는 깊은 속내를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이번 북한의 핵 실험을 둘러싼 일련의 중국 외교부 공식 성명도 이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국을 이해하는 일은 행간의 숨어 있는 뜻을 찾아 그것의 의미를 해독하는 일이다. 긴 시간을 투자해야 비로소 그 참 뜻을 알아낼 수가 있다. 따라서 중국의 엇비슷한 표현을 비슷한 표현이라고 상투적인 것으로 치부해버린다면 행간에 숨어 있는 속내를 알 수 없게 되고 결국 중국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중국을 이해하는 첫 걸음은 바로 그들이 표현하는 말의 맥락을 찾아 행간을 파고드는 일이다. 중국 정치도 예외일 수 없다.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성명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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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의 정치 엘리트 및 간부 제도와 중국공산당 집권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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