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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초심'을 열 번이나 언급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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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초심'을 열 번이나 언급한 까닭은?

[양갑용의 중국 정치 속살 읽기] 중국공산당의 현실

'처음의 마음(初心)'을 강조하는 것은 대부분 현재 벌어지는 일이 의도와 달리 나타나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사회든 당초 설정한 목표나 방향이 흔들리고 혼란에 빠진다면 출발선으로 다시 돌아가 마음가짐을 정돈할 필요를 느낀다. 이때 바로 '초심(初心)'을 강조하게 된다.

특히 사상적 맥락을 강조하는 이른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서는 처음 가졌던 마음이 국면을 전환하는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사상과 정신의 강조는 간헐적이지만 꾸준히 강조되어왔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초심'을 잊지 말자는 캠페인과 관련 학습 및 선전은 내년(2017년) 19차 당 대회 개최를 앞두고 당원과 국민을 중국공산당 주위로 묶어내기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함임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95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이 '초심'을 강조한 이후 중국공산당 중앙뿐만 아니라 각계각층, 심지어 사회단체에 이르기까지 '초심' 학습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당시 시진핑 주석은 기념 연설에서 '초심'이라는 두 글자를 열 번이나 언급했다. 특히 그 가운데 "초심을 잊지 말고 계속 전진하자(不忘初心, 继续前进)"는 여덟 글자 정신을 무려 여덟 번이나 강조했다. 이데올로기와 사상의 중요성, 그리고 이를 강조하기 위한 중국공산당의 노력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유독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 '초심'에 대한 학습 열기는 국내외 여러 난제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시진핑이 강조하는 '초심'은 무엇인가?

시진핑 주석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이른바 '초심'의 내용은 마르크스주의,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전면적 소강 사회 건설, 개혁 개방, 인민 군중, 평화 발전의 길, 당 건설 등 8개 영역이다. 가장 먼저 마르크스주의를 강조한 것은 마르크스주의가 중국 혁명과 발전의 이론 혁신과 혁신 실천의 지도적 지위를 부여받고 있으며, 특히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와 긴밀히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견지는 중국공산당의 분투 목표와 관련된 숭고한 이상 및 위대한 실천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고 이는 결국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견지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당의 기본 노선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전면적 소강사회 건설 역시 중국 사회주의가 나아가는 방향과 목표이기 때문에 반드시 처음 마음 그대로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하며, 개혁 개방 또한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하는 본래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민 군중과 늘 함께하고 중국의 길이 평화 발전의 길이며 당 건설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여덟 가지 '초심'은 중국 사회주의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중국 혁명의 역사적 맥락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즉, 그 연원을 따라가면 모두 중국 사회주의 건설 역사에서 파생된 것임을 알 수 있다. 2016년 가을, 다시 이 연원을 되짚어 보고 출발점에 다시 서겠다는 것은 중국공산당이 처한 현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지금의 중국 사회주의가 초기 원형과 어긋남이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현 중국 사회주의가 초기의 이상과 목표로부터 변형되었으며 '초심'과 비교해도 많이 다르다는 것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진핑 등 현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중국공산당 제1차 전국 대표 대회(1921년 7월)가 열렸던 상하이 루완구(卢湾区) 씽예루(兴业路) 78번지. 마오쩌둥을 비롯하여 13인이 참석했다. ⓒwikimedia.org

마르크스주의와 공산주의, 그리고 사회주의 견지라는 '초심'을 잊지 말자는 것은 현 중국 사회주의가 과연 혁명기에 숭고한 이상과 실천의 방향으로 설정한 '처음의 마음'과 유리되지 않고 역사적 맥락에서 여전히 온전하게 연결되고 있는지 반추해보자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중국 사회주의의 초기 지위를 형성했던 이념적 기반으로서 '주의'가 변형되고 변질되는 세태를 초기 원형의 복원을 통해서 극복해 보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형을 통한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은 사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와 개혁 개방, 전면적 소강 사회 건설 등 여러 가지 옷으로 갈아입고 현재에 이른 이른바 중국 사회주의의 다양한 변화를 보면 이미 원형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사회주의는 오히려 원형을 변형하고 변화시키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다시 마르크스주의나 공산주의, 그리고 사회주의 원형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오로지 중국공산당의 집권 당위성만을 강조하기 위한 레토릭에 불과할 수도 있다. 원형을 회복하기에 앞서 이미 원형을 변질시킨 것이 현 중국 사회주의의 길이었기 때문이다.

평화 발전의 길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각국과 우호 왕래를 더욱 강화하고 각국 국민들과 한 길로 나아가는 인류 평화와 발전을 위한 길로 묘사되어진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중국의 발전에 필요한 개방 전략의 일환이었다. 각국과 시종 변함없이 상호 이익과 공동 번영을 이루어나가자는 중국의 개방 전략의 한 부분으로서의 역할에 집중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상호 이익과 공동 번영은 중국의 길에서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주변 환경의 안정 속에서 얻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주의 초기 이념적 원형 보다는 개혁 개방 이후 중시되는 실용주의적 국가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따라서 평화 발전의 '초심'이란 결국 중국이 평화 발전의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이 평화로워야 한다는 중국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사실상 '초심'의 원형과는 사뭇 다른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진핑은 왜 '초심'을 강조하는가?

반면에 인민 군중과 당 건설 강조는 시진핑 등 현 지도부가 왜 여덟 가지 '초심'을 강조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선전하고 학습하는데 올인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정치에서 인민은 사실상 늘 동원의 대상이었다. 마오 시기부터 중국 사회주의는 '인민주체'를 강조하고 인민이 주인인 세상을 건설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 역사적 맥락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인민은 늘 통치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공산당 창당 95주년 기념 연설에서 "당의 뿌리는 인민에 있으며, 당의 역량도 인민에 있고, 모든 것은 인민에 의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헌법에서 '모든 권력은 인민에게 있다'는 내용과 맥락상 유사한 수사일 뿐이다. '모든 권력은 인민으로부터 나온다'가 아니라 '모든 권력은 인민에게 있다'는 귀속 속성만을 강조하고 그 권력을 사용하는 주체는 인민이 아니듯, '당의 역량도 인민에게 있다'는 것이지 '당의 역량이 인민에게 나온다'는 것을 강조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많은 인민 군중의 적극성, 주동성, 창조성을 충분히 발휘하고 인민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 부단히 전진해 나가야 한다"는 말은 결국 중국공산당만이 유일무이한 중국 사회주의 건설의 역량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뿐이다.

이 과정에서 당 건설은 매우 중요하다. 결국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고픈 '초심'을 잊지 말고 계속 앞으로 전진하자는 말의 방점은 '당 건설 강화'에 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역사적 맥락을 거슬러 올라가서 중국 사회주의의 원형을 찾고 그 맥락을 중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결국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야 하는 긴장의 국면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부연한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여덟 가지 '초심'을 잊지 말고 계속 전진하자는 것은 그만큼 중국 사회주의 현실이 녹록치 않으니 처음으로 돌아가서 초심을 되새겨보자는 취지로 읽을 수 있다. 결국 '초심'을 잊지 않고 계속 전진하자는 것은 과거 중국 사회주의 초기 '원형'을 되새겨 고단한 현실을 넘어 미래로 나아가자는 말이고, 이는 중국 사회주의가 마음의 문제로 해결될 수 있다는 유심론적 인식을 다시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어려운 시기에 직면하거나 새로운 동력을 갈구할 때면 늘 이른바 '마음'을 강조하는 사상 공작에 매진했다. 이를 통해서 마음을 움직여 현실을 바꿔보려는 시도를 적지 않게 시도해 왔다. '당심(党心)', '민심(民心)', '초심(初心)'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중국 사회주의는 결국 존재가 인식을 규정하는 유물론적 접근이 아니라 중요한 순간에는 늘 인식이 존재를 규정하고 정신이 물질을 지배하는 정신과 사상, 마음을 앞세우는 사상 운동과 애국 운동을 국면 전환의 동력으로 삼아왔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초심' 관련한 각계각층의 학습 열기는 바로 이러한 '마음'을 통한 혁명과 건설의 중국식 사회주의의 본질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 중국공산당은 늘 운동의 목표와 '초심', 관건적 소수가 아닌 절대 다수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독립된 운동으로서 중국 사회주의를 지향해왔다. 그래서 지금 다시 '초심'을 강조하고 학습하는 일이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지만 분명한 사실은 중국공산당, 중국 사회주의가 애초에 가졌던 이상과 목표와는 달리 가고 있다는 일각의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사회주의는 인민 해방을 위해서, 인민의 이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는가, 온 마음 온 뜻으로 인민에 봉사했는가, 그래서 공산당원의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게 되었는가를 돌아봐야 하고 이러한 일련의 일이 바로 '초심'의 강조와 '초심' 정신의 학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초심'의 강조를 통해 '혁명 사상이 하늘보다 높다'는 정서적 각성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 역시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 수 있다. 사상 강조와 학습 열기를 통해서 자각적인 당의 기율로 자신을 절제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공산당원으로서 갖춰야 하는 이상과 신념, 고상한 품격은 현실과 유리되어 가고 있으며 이를 '초심' 강조를 통해서 되돌리기에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당적으로 '초심'을 강조하는 것은 중국공산당이 처한 절박한 현실, 즉 당이 당원과 인민의 마음으로부터 멀어져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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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의 정치 엘리트 및 간부 제도와 중국공산당 집권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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