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간지에 실린 박근혜 대통령의 경주 지진 피해 현장 방문 사진에 대해 청와대가 강한 불만을 쏟아내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경향신문> 1면 사진 기사에 대해 "대통령이 (경주 피해 지역 주민 등과) 악수하는 사진이 있는데 마치 대통령이 신발에 흙이 묻을까 봐 경호원이 제지하는 것처럼 설명이 달렸다. 제가 현장에 있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별도의 질문이 없던 상황에서 정 대변인이 작심한 듯 말한 것이다.
정 대변인은 이어 "대통령이 주민들께 악수하려고 다가가니까 '밟지 마세요' 이렇게 (누군가 소리를 치는 등) 해가지고 흙을 사이에 두고 (악수가) 이뤄진 상황이었는데 마치 신발에 흙이 묻을까 봐 제지하는 것처럼 나온 것은 어떻게 보면 심각한 사실 왜곡이다. 더군다나 지진 피해 현장을 방문한 현장인데 대단히 유감스럽고 바로잡아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해당 사진 기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지진 피해 지역인 경주 황남동 한옥마을을 방문해 피해 복구 중인 주민들과 손을 잡으며 대화를 하고 있다. 경호원이 박 대통령이 진흙을 밟아 묻지 않도록 뒤에서 붙잡고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그러나 해당 사진에 달린 사진 설명은 딱히 틀린 말이 없다. "밟지 마세요"라는 말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일간지의 사진 기사 설명에 과도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듯하다.
오히려 지진관련 8일 만의 늑장 대처에 대한 비난이 비등하면서 청와대가 초조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셀프 지시'한 朴 대통령
박 대통령이 전날 지진 현장을 방문한 가운데 즉석에서 내놓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것을 검토하기 바란다"는 발언도 뒷말을 낳고 있다. 단순한 말실수일 수 있지만, 청와대의 초조함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현장에서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을 향해 "기존의 방식으로는 어떻게 보면 (피해복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것을 검토를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지금 피해를 조사하고 있는데 지금 말씀하신 대로 특별한 상황이기 때문에 안전진단지원팀을 투입해서 흔들리는 것을 어떻게 평가하느냐 이것을 검토"하겠다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박 대통령은 "네, 그러니깐 특별한 케이스다 이거죠. 왜냐하면 이런 경우가 또 없었잖아요"라며 "지붕만 고치는 게 아니라 전체를 다 뜯어고쳐야 되는 특별한 거를 적극적으로 잘 검토를 해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것을 검토)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거듭 말했다.
이 차관은 이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즉답을 하지 않고 "주민들 입장에서 피해조사를 면밀히 검토를 하겠다"고만 말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60조 '특별재난지역의 선포'에 따르면 "중앙대책본부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의 재난이 발생하여 국가의 안녕 및 사회질서의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피해를 효과적으로 수습하기 위하여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 지역대책본부장의 요청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중앙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특별재난지역의 선포를 건의받은 대통령은 해당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수 있다.
즉, 박 대통령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것을 검토하기 바란다"고 공무원에게 지시한 것은 엄밀히 따졌을 때 틀린 말이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하는 것은 본인이기 때문이다. 이 차관이 '검토해보겠다'는 말을 대통령 앞에서 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 조사가 먼저고, 이를 토대로 정종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이 박 대통령에게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해야 한다. 결국 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셀프 선포' 지시를 내린 셈이 됐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검토하라'고 하는 것이 맞다.
물론 이는 의미 없는 지적일 수도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관계자는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피해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9월 말까지로 예상된다. 그다음 종합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이 대통령에게 건의를 하게 되고, 대통령이 선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 피해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엄밀하게 말하면 맞지 않지만, '결재를 해줄 테니 빨리 준비하라'는 것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민심 수습용 '정치적 발언'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피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고위당정청회의를 통해 "특별재난지역선포를 금명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8일 만의 현장을 찾은 박 대통령이, '늑장 대응' 논란을 만회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사드 배치 논란,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등이 발생하면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극도로 민감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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