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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 전술 핵? 나라 말아먹을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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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 전술 핵? 나라 말아먹을 소리!

[정욱식 칼럼] 한반도 '제2의 핵 시대' 이미 열렸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수년째, 그것도 악화된 형태로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북핵 대처 방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민들이 과도한 안보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차분한 대응을 주도해야 할 대통령은 오히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신 상태까지 운운하면서 전쟁 공포심을 앞장서서 유포한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만 해도 그렇다. 과연 대통령이 대안을 내놓으라고 국민과 야당에게 호통 치기에 앞서 대안을 경청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과 언론 그리고 전문가들은 마치 구국의 결단이라도 되는 양 독자적인 핵무장을 주장한다. 독자적인 핵무장론자 가운데 일부는 현실성과 타당성을 두고 반론에 직면하면 핵무장론은 미국의 전술 핵 재배치를 유도하기 위한 고도의 책략인 것처럼 말한다. 이런 어이없는 호객 행위에 넘어갈 미국도 아니지만, 전술 핵 재배치론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일 뿐이다.

크게 세 가지 이유만 지적해보자. 첫째, 냉전 시대 미국이 전술 핵을 전진 배치한 데에는 공산권에 비해 재래식 군사력이 크게 밀렸기 때문이었다. 전술 핵 배치는 일종의 '이퀄라이저'였던 셈이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과 그 동맹국은 적대국에 비해 압도적인 비핵(非核) 군사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북한을 상대로는 말할 필요도 없다. 북한이 핵무장을 하더라도 냉전 시대와는 달리 북한이 군사 동맹을 상실한 상태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국 전쟁 직후 미국이 대량 보복 전략의 핵심으로 전술 핵을 전진 배치한 데에는 군사 기술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전략 폭격기를 제외하곤 원거리 운반 수단이 마땅치 않았고, 전략 폭격기는 중간에 격추당할 위험이 컸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은 전략 폭격기뿐만 아니라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과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로 이뤄진 핵 삼중점(nuclear triad)을 세계 최강의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일례로 괌 앤더슨 공군 기지에서 출격하는 B-2, B-52, B-1B 등 전략 폭격기의 한반도 도달 시간은 2시간 안팎에 불과하고, 태평양에서 잠항 중인 SLBM이 평양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30분이면 족하다. 대북 핵 억제는 이미 충분한 셈이다.

셋째, 미국이 전술핵을 주한 미군 기지에 배치하면 유사시 전쟁 수행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고, 또 핵 전쟁으로 비화될 위험성을 키우게 된다. 전략 자산에 해당되는 전술 핵은 유사시 최우선적인 보호 대상이 되는 반면에, 주한 미군 기지 어디에 배치하든 북한의 타격권 안에 들어가게 된다. 특정 시설의 방어적 부담이 커지게 되면 신속한 군사 행동에 장애가 조성된다는 것은 군사적 상식에 속한다.

또 B61이나 B61-12(현재 개발 중)와 같은 전술 핵을 배치한 상황에서 미군 전투기가 이륙하면 북한은 이를 자신에 대한 핵 공격 신호로 간주하고 선제 핵 공격에 나설 위험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이처럼 한미 동맹이 북한을 압도하고 있고, 미국이 다양한 원거리 핵 투발 수단을 갖고 있으며, 전술 핵 재배치 시 방어적 부담 및 핵 전쟁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미국의 전술 핵 재배치는 백해무익한 것이다. 아마도 미국 정부 역시 이러한 점을 들어 전술 핵 재배치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은 어떨까? 몇 가지 팩트만 살펴봐도 이게 얼마나 허무맹랑한 주장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먼저 우라늄 광산을 보유한 북한과 달리 남한에는 우라늄이 없다. 또 자체적인 핵무장 주기를 완성한 북한과 달리 남한이 핵무장을 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우라늄 농축 공장이나 재처리 시설을 지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이 핵무장 추진 시 우라늄 수입이 막힐 것이기 때문에,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은 재처리 시설 건립이다. 하지만 재처리 시설은 최고의 위험 시설 가운데 하나여서 부지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고, 설사 확보하더라도 시설을 건설해 시험용으로 가동하고 무기급 핵분열 물질을 추출하는 데에는 최소한 2년 이상이 걸린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러한 조치들은 핵 확산 금지 조약(NPT)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핵무장을 하려면 이 조약에서 탈퇴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을 추방해야 한다. 아울러 한미 원자력 협정을 대폭 개정하거나 탈퇴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라늄 수입은 금지되고 한국은 원전 제로(0) 시대에 돌입하고 만다.

또한 유엔 안보리 회부를 피할 수 없고, 다양한 국제적, 독자적 제재에 직면해 경제적 불이익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게 된다. 끝으로 모든 난관을 뚫고 핵무기를 개발하더라도 대한민국에는 지하 핵 실험장을 건설하고 실험할 장소를 찾는 게 불가능하다.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점은 또 있다. 국내 보수파들은 미국도 가져가라고 했던 전시 작전권을 미국한테 계속 맡아달라고 졸라댈 때 한국군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미국을 맹신한다. 그런데 미국의 핵우산을 믿을 수 없으니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 주장을 어찌 이해해야 하는가? 이런 널뛰기는 미국 지한파들의 실소만 자아낼 뿐이고 한미동맹의 건강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독자적인 핵무장론자들이 주장하는 "한반도에서 핵 대 핵의 대결"은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미국의 압도적인 핵 우위와 북한의 핵무장이 초래하는 '한반도 제2의 핵 시대'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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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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