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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문제는 경제? 문제는 박근혜!"

국회 본회의 연설서 우병우·사드 등 '민감 이슈' 정면 거론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말은 미국 상황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원내 제3당인 국민의당의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박근혜'에 집중했다. 청와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인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세월호, 개헌 등의 이슈가 총망라됐다.

박 비대위원장은 7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연설에서 "정치가 변하려면, 정치의 중심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변하셔야 한다"며 "대통령께서 국회를 인정해야 대통령도 성공하고, 경제도, 외교도, 남북관계도 좋아진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는 지금, 성장절벽, 재정절벽, 인구절벽, 3대 절벽에 서 있다"면서 "경제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치"라고 했다. 그는 "정치는 '곱셈의 마법'과도 같다. 아무리 경제가 일류라고 해도 정치가 삼류, 즉, 0이면 모든 것이 삼류, 0이 돼 버린다"며 "반대로 정치만 제자리를 찾아도 경제는 날개를 단다. IMF 외환 위기도 결국 정치로 극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면담을 언급하며 "세월호를 인양해 놓고도 조사위원회가 조사를 할 수 없다면 대통령과 우리 국회가 유가족과 국민에게 어떻게 고개를 들 수 있겠느냐"고,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언급하며 "대통령께서 이행하지 않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 때문에 올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대치를 하고 내년도 예산 발목을 잡아야 하느냐"고, 개헌 이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찬성하고 있는 개헌도 대통령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박 대통령을 반복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상황에 대해 "박근혜 정부 3년 반은 고통과 질곡이었다. 민주주의, 서민 경제, 한반도 평화는 모두 무너지고 있다. 경제는 죽었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못살겠다는 아우성이다. 조선·해운산업은 몰락하고,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나라도 빚더미에 앉았고, 국민은 사는 게 아니라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도 대통령은 눈과 귀를 닫고 있고, 독선과 불통으로 분열과 갈등만 키우고 있다. 국회를 무시하고, 신(新) 보도지침, 언론 통제로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대기업이 살아나야 서민도 잘 살 수 있다고 고집하고, 노사정 합의를 위반한 노동법 개정안으로 노사갈등만 키웠다. 역사 문제도 한일 위안부 합의, 역사교과서, 건국절 논란으로 역사를 '대통령의 역사'와 '국민의 역사'로 갈라놓고 있고, 외교와 남북 문제도 '사드 찬성이냐, 사드 반대냐'로 국민을 둘로 분열시키고 있다"고 박 대통령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특히 그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대통령 곁에 있는 한 검찰도, 국정 운영도 무너진다"고 직격탄을 쏘았다. 그는 "우 수석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국민은 특검에서 수사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마디로 검찰의 수사를 못 믿겠다는 것"이라며 "새로 임명된 장관들도 '우병우 표 불량 검증 꼬리표'를 달고 어떻게 소신 있게 일할 수가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아니었다면 국회 개원도, 추경도 없었다"

박 위원장은 연설에서 제3당으로서 국민의당 존재감 부각에도 힘썼다. 그는 "4.13 총선이 끝나고 대통령도 정치권도 모두 '민의를 받들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지금 우리 정치를 보면 '국민은 선거일 하루만 주인이 되고, 일년 내내 노예'라고 했던 정치철학자 루소의 말이 딱 맞는 것 같다"며 "국민은 365일, 대통령도, 국회도 국민을 섬기라고 3당 체제를 만들어 주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당이 아니었다면 30년 만에 가장 빠른 국회 개원은 불가능했을 것이고, 정부의 추경 편성도, 국회의 추경 통과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이 주도하고 여야가 양보해서 가습기 청문회를 실시했고, 서별관·백남기 청문회도 할 예정"이라고 선전도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여야로부터 비난도 받았다"고 언급하면서 그러나 "국회가 민생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어떤 돌팔매도 맞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의 연설에 담긴 현안 문제 가운데에는 사드 문제에 대한 것이 가장 눈에 띄었다. 그는 "사드 배치 결정의 근본적 원인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있으나, 지금 대한민국 사드 갈등은 전적으로 정부 책임"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를 단호하게 반대한다.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 찬성 의견도 존중한다"며 "대한민국의 모든 갈등은 여의도 국회로 모인다. 사드 갈등도 국회로 가져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게 촉구한다. 정권 유지에 안보를 이용할 생각이 아니라면, 사드를 국회로 가져와서 책임 있는 논의로 해결하자"고 제안하면서 "국민의당은 국회가 내리는 어떠한 결론도 존중하고 따를 것"이라고 했다.

추석 민생 대책과 관련해서 그는 전기요금·쌀값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전기요금 폭탄 대책, 영혼 없는 쇼다"라며 "당장 전기요금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그는 "산업용 전기 판매에서 밑지고 있는 돈을 가정·교육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로 봉을 씌우고 있기 때문에 전기요금을 못 내리는 것 아니냐"며 "대기업은 매년 1조 원 이상을 감면받고, 한전은 오늘 하루에도 약 350억 원을 벌고 금년 상반기에만 6조3000억 원을 벌었다. 그런데도 왜 전기요금을 속시원히 내릴 수 없는 것이냐. 한전이 정부와 국책은행에게 돈을 대주는 전주(錢主)이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전기요금 약관만 손을 보면 끝나는 일"이라며 "전기요금 약관을 즉각 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 그는 "쌀농사가 26년 만의 대풍"이라며 수매가 하락 상황을 언급한 뒤 "쌀값 안정, 대북 지원 재개 등 긴급 대책을 마련하라. 2007년 40만 톤을 끝으로 중단된 대북 쌀 지원을, 제주도 감귤과 함께 재개하자고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쏘는데 응징을 못할망정 쌀을 퍼주자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 반 동안 우리가 아무것도 주지 않았는데 북한은 이 기간 동안 무슨 수로 핵을 진전시켰느냐. 쌀과 감귤이 핵무기가 되지는 않는다"고 차근차근 설득을 시도했다.

이번 정기국회 과제로 그는 △사법개혁 특위 구성 등 검찰·사법 개혁, △공정 인사 제도 정비, △'공정경제론'을 통한 '4차 산업혁명', △징벌적 손해배상제, 제조물책임법 개정 등 소비자 안심 대책, △지방분권화를 위한 지방 복지사업 조정, 지방교부세율 인상 등 공론화, △'중복지-중부담 한국형 복지 모델' 개발 등을 꼽았다. 아울러 그는 박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 추진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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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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