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 항저우 샤오산(蕭山)공항에 내렸을 때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 동체 아랫부분에 있는 비상계단을 이용한 것과 관련, 미국과 중국 관리들 사이에 의전 문제를 두고 "복잡하고도 단순한 상황이 있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다닐 때마다 이동식 계단을 들고 다니는데, 백악관 측이 중국 정부로부터 이 계단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에 돌연 이 결정을 번복했다.
신문은 이번 순방 업무를 담당한 오바마 정부의 한 관료를 인용, "그래서 미국은 기꺼이 중국이 제공하는 계단을 사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중국 측에서 계단을 설치하는 사람이 중국 현지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 관리는 "우리는(미국은) 아주 간단한 임무라도 백악관 근무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했다. 영어를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면서 영어가 가능한 인력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에어포스원의 착륙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중국은 미국에게 "그러면 그냥 미국이 가지고 있는 이동식 계단을 쓰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 관리는 "그런데 그때는 이미 이동식 계단을 설치할 시간이 없었다"며 비행기 아랫쪽에 있는 비상계단으로 내리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이 계단과 관련해 신문은 "보안상의 위험이 있는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지역을 방문할 때 사용하는 계단"이라며 "결국 (오바마) 대통령이 비행기 메인 통로를 거쳐 레드 카펫을 밟고 내리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그를 수행하는 관료들이 이번 일과 관련, "중국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굴욕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미국 관료들은 신문에 "중국이 G20 정상회의라는 큰 행사를 준비하면서 굉장히 민감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반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당사자인 오바마 대통령 역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이 "보안과 언론 취재 등과 관련해 미국이 외국 국가들과 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정상적인 일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정상들이 미국에 방문할 때 자신들을 대우하는 문제와 관련해 마음이 상할 수 있다"며 "내가 해외에 갈 때 대규모 수행단과 보안 문제 때문에 다른 국가에 요구하는 사항이 많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수많은 비행기와 헬리콥터, 그리고 많은 차와 사람을 대동한다"며 "손님을 맞이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다소 과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막후에서 일어나는 협상의 관점에서 보자면 평소보다는 (중국과) 좀 더 큰 균열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