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의 한반도 배치 발표 이후 얼어붙은 한중 관계의 분수령으로 손꼽힌 한중 정상회담이 양국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끝났다.
5일 오전 46분 간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양자회담에선 사드 등 한반도 안보 상황과 관련한 의제가 핵심 관심사였다.
그러나 대북 압박 공조 등 외교적 설득을 모색한 박 대통령에게 시 주석은 단호한 사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이 문제(사드 배치)를 부적절하게 처리하는 것은 지역의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분쟁을 격화할 수 있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통신은 이날 정상회담 직후 "시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전날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국은 미국이 사드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중 정상의 모두 발언에서도 사드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차는 확연했다.
시 주석은 "국제 정세가 아주 심각하고 복잡한 상황이고 세계 경제 회복세가 전체적으로 약하며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 요소가 증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가까운 이웃으로, 건강한 공동 이익을 갖고 있는 만큼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협력의 기초를 소중히 여기며 어려움과 도전을 극복하고 중한 관계가 올바른 궤도에서 안정되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추진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금년 들어서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로 한반도와 이 지역의 평화를 심각하게 훼손하면서 한중 관계 발전에도 도전 요인이 되고 있다"며 "지금 우리 모두가 직면한 다양한 안보·경제적 도전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은 사드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자위권적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며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이 제거되면 자연스럽게 사드 배치의 필요성도 없어질 것이라는, 이른바 '조건부 사드 배치론'으로 시 주석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과 한국에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힘에 따라 동북아 사드 갈등은 가시밭길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갈등의 또 다른 당사국인 러시아의 입장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틀 전인 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선 사드 문제가 직접적으로 표면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는 한반도 핵 문제가 동북아에서의 전반적인 군사, 정치의 긴장 완화의 틀 내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해 사드 반대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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