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안이 상원을 통과했다. 이로써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이 호세프 전 대통령의 임기인 2018년까지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브라질 상원은 31일(현지 시각) 탄핵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찬성 61표, 반대 20표로 탄핵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탄핵안은 전체 상원의원 81명의 3분의 2인 54명 이상의 찬성이 가결 조건이었다.
호세프 전 대통령은 탄핵안이 통과된 이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탄핵은 의회 쿠데타"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그들은 우리에게 이겼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착각"이라면서 "쿠데타 정부는 지칠 줄 모르는 강한 야당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세프 전 대통령은 "우리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으며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해 정권을 되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호세프 전 대통령 측은 대법원에 이번 탄핵과 관련, 위헌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세프 대통령의 변호인인 주제 에두아르두 카르도주 전 법무장관이 위헌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위헌소송을 제기한다고 해도 대통령 직무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브라질에서는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이 탄핵 압박을 받고 1992년 말 사임한 바 있다. 이후 대법원은 그에 대한 탄핵 사유에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결해 명예를 회복했지만, 이러한 판결을 받기까지 수 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테메르 대통령 권한 대행은 이날 권한 대행을 떼고 정식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상원의 최종 표결이 끝나고 난 뒤 3시간 만에 이뤄진 취임식에서 "대통령직을 맡아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는 것 외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테메르 대통령은 오는 4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주요 20개 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며 브라질 독립기념일인 7일에는 첫 TV·라디오 연설을 통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힐 예정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국영은행 자금으로 재정적자를 줄이려 하는 등 정부 재정을 조작한 재정회계법 위반 혐의로 탄핵 심판대에 올랐다. 하지만 실질적 탄핵 배경은 브라질 경제 위기와 맞물린 페트로브라스 석유공사의 비리 사건이었다.
브라질 검찰의 페트로브라스 비리 수사는 호세프 탄핵과는 직접 관련 없는 일이었으나, 호세프가 해당 회사의 이사회장으로 재직한 기간에 비리가 일어나 여론 악화의 원인이 됐다. 결국 지난 6월 상원이 탄핵심판 개시안을 통과시켜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고 이후 상원 탄핵안이 이날 가결됐다.
한편 이번 호세프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을 잃은 노동자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을 2018년 대선에 다시 등판시킨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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