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3당이 국회 청문회 개최와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를 놓고 '주고받기'식 합의를 이뤘다. 여야 3당은 '서별관 청문회' 증인에서 최경환·안종범 등을 사실상 빼는 조건으로 '백남기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중단됐던 추경 예산 심사도 재개하기로 했다. 다만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간 보장 문제는 합의하지 못했다.
여야는 25일 3당 원내수석부대표 간 회동을 열어 잠정 합의문을 작성하고, 각 당 의원총회 등을 통해 인준 절차를 밟았다.
예결위 파행의 원인이 된 '서별관 청문회', 즉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방안 관련 청문회의 증인 채택 문제에 대해 여야는 합의문을 통해 "26일 증인을 기재위에서 의결하되, 증인 협의는 계속한다"고 합의했다. 청문회는 다음달 8~9일 이틀 동안 기재위·정무위 합동으로 열기로 했다.
'누구를 증인으로 채택한다'는 명시적 내용이 합의문에서 빠진 점이 주목된다. 이에 따라 야당이 증인으로 요구한 이른바 '최·종·택 트리오' 가운데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전 경제수석)은 사실상 제외되고,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만 증인으로 채택하는 선에서 증인 협의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홍 전 은행장이 해외 체류 중이라 채택이 되더라도 청문회에 참석시킬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합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종범 수석, 우병우 수석은 (청문회가 아니라도)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때 추궁하면 된다"고 말했다.
야당은 앞서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알고도 국책 은행인 산업은행으로 하여금 자금을 지원하도록 한 의혹이 있다면서, 핵심 인물인 이들 3인방의 청문회 출석을 요구해 왔다.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은 야당의 요구를 '정치 공세'로 규정하고 최 전 부총리 등의 증인 채택에 반대해 왔다.
결국 '서별관 청문회' 문제에서는 야 2당이 한 발 양보한 셈이다. 야당은 그 대신,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백남기 농민 사태의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해 여야 합의에서 이를 관철시켰다.
여야는 합의문에서 "29일 안행위에서 '백남기 농민 청문회 증인'을 의결하되 증인에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포함한다"며 "9월 5~7일 중 하루를 정해 '백남기 농민 청문회'를 실시한다"고 했다.
청문회 문제를 이같이 합의하는 조건으로, 여야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정상화시켜 추경 예산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7일부터 중지됐던 예결위는 다음날인 26일부터 정상화될 전망이다.
여야는 26일 예결위 종합 정책질의 및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27일부터 사흘 간 예결위 소위를 열어 추경안을 심사한 후 오는 30일 오전 국회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여야는 정기국회 일정과 관련해서는 다음달 5~7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같은달 20~23일 대정부질문을 열기로 하고, 국정감사는 9월 26일부터 10월 15일에 걸쳐 실시하기로 했다.
세월호, '최경환·안종범 출석' 양보, 야당 의총 분위기는?
다만 이같은 합의안을 추인하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다소간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정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세월호 특조위 부분이 빠진 데 대해 이견이 없었나?'라는 취지의 질문에 "이견이라면 모든 부분에서 다양하게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추경안 통과에 대해서도 이견은 있을 수 있다. 많은 의원들이 꼼꼼하게 점검하고, 어떤 것은 세부 항목부터 맞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대의에서 전체적 협상 결과를 추인해 줬다"면서 "이것(이번 합의)로 국회 현안의 모든 것을 정리한 게 아니다. 여전히 통로는 열려 있고, 민생 현안이든 세월호 문제이든 한시도 놓치지 않고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협의와 협상이란 것은 모든 것을 한번에 타결할 수 없다"며 "(세월호 문제는) 새누리당과의 협의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독자적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당론을 정한 것에 주목해 달라"고 강조했다.
더민주는 당 내외의 반발을 의식한 듯, 이날 의총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상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절차를 동원해 노력하겠다" 등의 내용을 당론으로 정해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 등은 이날 더민주 당사를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이 대변인은 "협의, 협상 과정에서 세월호 문제는 항상 빠지지 않았다. 이번 합의에서 제외됐다고 향후에도 제외된다는 것은 아니고, 오늘 합의서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뿐)"고 거듭 강조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합의문 작성 후 새누리당 정전석 원내대표가 껴안으려 하자 "다음에는 세월호법을 받아야 한다"며 거부했다.
국민의당 의총에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합의안이 통과됐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총 모두 발언부터 "앓던 이가 빠진것 같다"며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가 합의 내용을 보고하면, 의원들이 검토 후 인준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분위기를 잡았다. 박 원내대표는 "추경은 우리 당이 제안했다. 합의를 이루는 데도 우리 당이 양보했다"며 "추경이 통과되면 경제는 덜 나빠지고, 구조조정은 더 빨리 되고, 혈세는 절약되며, 노동자들 눈물은 덜 흘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이 양보한 세월호 특조위 문제와 '최·안 증인 채택' 부분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여당은 국민 혈세보다, 노동자 눈물보다 '친박 보호'에 더 우선이었던 것을 역사가 기록할 것"이라며 "세월호 특조위 활동 연장 등은 황주홍 국회 농해수위 국민의당 간사 책임 하에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모두 발언에서 말했다.
결국 국민의당 의총은 비공개 전환된 지 40여 분만에 끝났다. 박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반대 의견은 없었다"며 "(잠정 합의안이) 그대로 추인됐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다만 "증인 채택 문제에 대해 (최경환·안종범) 두 사람을 계속 합의해서 나올 수 있도록 촉구한다, 또 홍기택 행장이 해외에 나가 있는데 귀국해서 출석하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을 (의원들이) 좀 표현했다"고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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