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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기요금 불만' 편승해 민영화 물꼬 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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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전기요금 불만' 편승해 민영화 물꼬 트나?

[토론회] '6.14 공공기관 기능 조정' 계획…가스·전력 민영화 정조준

에너지 산업 부문 민영화를 끊임없이 시도 중인 정부가 '전기 요금 누진제 불만'에 편승해 민영화를 꾀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11일 제기됐다. 전력 요금을 개편해 민영화의 전 단계와 같은 '전압별 요금제'를 도입할 경우 되레 일반 소비자가 부담해야할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는 것.

사회공공연구원 송유나 연구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전력·가스 민영화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누진제를 완화하겠다는 명분으로 전력 요금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겠다고 하고는 '공공기관 기능 조정' 정부 안과 누진제 완화를 맞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연구위원이 언급한 '기능 조정' 안은 정부가 지난 6월 14일 발표한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공공기관 기능 조정' 계획이다. (☞ 관련 기사 : 박근혜, 가스·전기 등 일부 민영화 시사, MB의 '민영화 밑그림', 박근혜가 '화룡점정')

각 분야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그 목표인데 계획안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면 그간 시도와 중단, 좌절을 반복해 온 전력·가스 분야 민영화 계획과 거의 일치한다.

정부는 이 계획안에서 에너지 생산의 '원료'가 되는 가스 도입·도매 부문, '생산'을 하는 발전 부문, '판매'를 맡는 전력 부문 전반을 민간에 개방하거나 경쟁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심지어 한국수력원자력 등 에너지 공공 기관 8곳의 지분 일부를 주식 시장에 상장하겠다는 계획까지 포함돼 있다.

전력 판매 단계적 민간 개방…우량 고객에만 '이득'

정부의 '기능 조정' 계획안 가운데 판매 부문, 즉 전력 부문을 우선 보면, 한전이 독점 중인 전력 판매(소매) 분야 규제 완화와 단계적 민간 개방이 그 골자다.

이를 통해 전기 요금을 인하하고 통신과 전기를 결합한 신규 서비스 제공 창출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그 구체적 로드맵을 산업부가 올해 중에 발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략적인 계획은 정부의 용역 연구를 진행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4년 '전력 산업 발전 방향'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이 보고서는 "한전 외 신 판매 사업자를 허용해 전력 거래에 참여시키고 점차 송전·배전·판매를 분리"하는 단계적 개방 계획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내용을 종합하면, 신 판매 사업자(기업)는 총 세 단계에 걸쳐서 전기 판매 대상을 확대하게 된다. 고전압으로 전기를 공급받는 기업들이 1단계, 일부 기업과 일반용 전기 사용자가 2단계, 그리고 전체 수용자 3단계로 이루어진 확대 계획이다.

여기서 1단계 판매 대상이 되는 1300호는 2만2900볼트(v)라는 고압 형태로 전기를 공급받고 총 1만 킬로와트(kw) 이상을 소비하고 있는 일종의 '우량 고객'이다. 이들에게는 2017년까지 1단계로 한전 외 판매자의 판매가 개방된다.

2단계는 300킬로와트(kw) 이상을 소비하는 10만2000호다. 이들은 2018~2020년에 개방된다. 그리고 나머지 일반 소비자라고 볼 수 있는 1600만 호 전체 수용가는 2021년부터 판매 시장에 개방된다.

그간 1단계에 해당하는 대량 소비자, 즉 기업들은 '교차 보조' 때문에 자신들이 사용하는 전기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가격 인하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집집마다, 상가마다 계량기가 필요하고 전압을 낮춰서 공급해야 하며, 검침 비용이나 유지 비용도 더 많이 드는 3단계 소비자에게 싼 가격의 전기를 공급하느라 자신들이 필요 이상으로 가격을 지불해왔다는 주장이다.


▲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지역본부 상황실에 전력수급 현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누진제 완화하는 전기 요금 개편"…민영화 포석인가?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기능 조정'안을 통해 전력 소매 판매 시장을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은 한전의 공급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말과 같다.

기업들의 '가격 인하' 민원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이로써 공급 비용이 많이 드는 불량 고객을 제외하고 1단계나 2단계에 해당하는 대규모 수용자들이 전력 판매와 소비 등을 다 할 수 있는 '대기업 내부 시장'이 조성하게 된다.

현실화하면 어떻게 될까. 즉, 고전압을 쓰는 우량 고객과 일반의 불량 고객을 분리해 대기업 간 전력 판매와 소비를 직접 할 수 있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폭염이 찾아오는 여름 전기 요금 부담은 과연 낮아질까.

송유나 연구위원은 외려 주택용 전기 요금은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기업들이 빠져나가면 일반 국민이 기존의 전력 공급 비용을 엔(n)분의 1로 나눠서 지게 되니 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송 연구위원은 "산업용, 주택용 등 6개 용도로 나뉜 요금 체계를 이제는 현실화하고 주택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를 재편하고 확대하는 것이 답"이라면서 "동시에 주택용에 대해서는 현실적 소비 구간을 배려하고, 영세 상인과 대기업을 구분하는 요금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식의 재편 논의, 저소비와 합리화, 효율화, 형평성 모두를 꾀할 수 있는 구조를 모색하지 않고 주택용 누진제만으로 찬반이 불거지는 현실은 꽤 안타깝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부 "가스 직도입 확대"…"포스코·GS·SK 위한 '민영화'"


정부의 6월 14일 '기능 조정'안은 가스와 발전 등 에너지 부문 전체를 민영화하려는 노골적인 계획도 담고 있다.

정부는 발표 후 민영화 비판이 거세지자 "민영화는 아니다"라고 반복해서 반박했지만, 발표된 안 이곳저곳에 들어있는 조각들을 한 곳으로 가져와 맞춰보면 이는 97년 이후 시도되었다 좌절되기를 반복했던 각종 민영화의 '종합 선물 세트'에 가깝다.

정부는 가스 부문에서는 "가스 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도입·도매 분야에 '민간 직수입 제도' 활성화를 통해 시장 경쟁 구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 구체적 시기에 대해서는 '2025년부터 단계적 개방'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직수입자, 즉 민간 기업이 가스 공사의 배관·저장 시설을 보다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도 밝혔다.

현재까지는 기업이 직수입할 수 있는 가스는 산업용 자가소비 물량뿐이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포스코, GS에너지, SK E&S, 중부발전 등 4개 사가 직수입 중이며. 이들이 수입하는 LNG는 총 수입량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대구대학교 안현효 교수는 "가스 공사의 장기 계약 종료 시점마다 민간의 직도입 비중이 확대돼 왔다"면서 "2014년 3.8%를 차지하던 민간 직수입이 2020년에는 1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가스 직수입이 야금야금 확대돼 오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더 싼 가격에 가스를 사기 위해 마음껏 '치고 빠지기'를 즐겼다.

한국가스공사노조 황재도 지부장이 그 대표적 사례로 이날 제시한 'GS 3사의 유가 상승에 따른 돌연 직수입 포기' 사례는 약 943억 원의 소비자 추가 부담 발생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 2004년 6월 GS칼텍스, GS EPS, GS파워는 2004년 천연가스 직수입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지만 2007년 유가가 인상되자 직수입을 돌연 포기했다.

그러고는 이들은 가스 공사에 물량 공급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가스 공사는 스팟(단기 물량) 시장에서 비싼 가격으로 가스를 사올 수밖에 없었다.

황 지부장은 이때 "96만 톤 규모를 사오느라 943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면서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민간 직수입 제도 활성화 안은 "저가 LNG는 민간 직수입자가 독점하고 고가 LNG는 공사가 전담하게 함으로써 국민 가스 요금 인상이 가중되고 수급 불안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의 에너지 공공기관 민간 개방 방안 ⓒ기획재정부

일부 상장이니 민영화 아니다?…"한 번 열리면 완전히 열린다"


게다가 정부는 이번 기능 조정 안에서 8개 에너지 공공 기관(남동발전 등 발전 5사와 한전KDN, 가스기술공사, 한수원 등)을 순차적으로 상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체 지분의 20~30%를 상장하는 '혼합 소유제' 형태이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게 정부 주장이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엔 어렵다.

당장 통신 분야의 민영화가 이런 모습으로 '후딱' 진행된 일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은 1993년 10% 지분 매각으로 시작돼 이후 여섯 차례의 추가 매각을 거쳐 2002년 6월 100% 매각이 완료됐다. 2년 6개월 만에 이룬 '완전 민영화'다.

신현규 한국발전산업노조 위원장은 "일단 상장된 공기업은 언제든지 완전 민영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면서 "장기적으로 발전 공기업의 순이익은 배당으로 유출되어 발전 공기업의 재무 구조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유나 연구위원 또한 "한전을 포함한 발전 6개 공기업의 2015년 당기 순이익이 4조2000억 원을 넘었다"면서 "이 천문학적 수익은 주주 배당이 아니라 재생 가능 에너지·환경 규제·에너지 전환·에너지 효율 증진을 위해 공적으로 사용해야 할 공적 재원"이라고 지적했다.

이러니 에너지 산업 부문 민영화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전문가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안현효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공기업이란 것이 하나의 기업 형태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어떤 조건이 되면 없어져야 할 '임시적'인 것처럼 생각되는 경향이 있는데, 공기업도 제대로 '시민권'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언제까지 민영화 반대에 그쳐서만도 안 될 것"이라면서 민영화된 시장, 또는 민영화가 예상되는 시장에 대한 "재공영화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박광온 이언주 홍익표 이훈 의원이 주최하고 사회공공연구원과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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