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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의료사고, 환자 잘못이 아닌데…당당하자"

[인터뷰]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 감염 사건 공익 변호 맡은 구영신 변호사

서울시 양천구 소재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 감염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경악했다. 병원이 감염의 위험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지만 '주사기 재사용'이 원인이 돼 97명의 환자들이 C형간염에 집단 감염됐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웠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가 이루어졌고 다나의원 원장 측에서도 잘못에 대해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이 신속하게 진행되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배상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 감염 피해자들은 일부 악성 댓글에 상처받고 배상에 대한 기대를 접기도 했지만, 원만한 종결을 위해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구영신 변호사다.

"2015년 12월에 작년 12월 18일 환자단체연합회에서 비공개로 개최한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 감염 피해자 대상의 '환자샤우팅카페'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법률적 조언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다나의원 피해자들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당시 피해자들은 분노에 찬 통상적인 의료사고 피해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의료분쟁사건을 늘상 접하는 저로서는 그 기억이 인상에 남았어요."

▲ 2015년 12월 18일 개최된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 감염 피해자 대상의 '환자샤우팅카페'.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의료분쟁중재원의 조정결정, 금액 측면 아쉽지만 신속한 판단 반가워…


구영신 변호사가 지적하는 다나의원 사건의 핵심 논점은 분명하다. 다나의원 원장은 일회용 주사기를 임의로 여러 환자들에게 재사용했고, 남은 주사약제 또한 재사용하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한 것이다. 그리고 임의로 혼합한 주사약제를 수액백이 아닌 일회용 주사기에 혼합해 기존의 수액세트를 통하여 주사하는 이른바 '사이드 인젝션(Side Injection)' 방식으로 주사하여 주사기로의 혈액 역류 위험을 높이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의사를 믿고 따랐던 수많은 환자들은 전혀 없던 C형간염 바이러스가 온 몸에 돌아다니게 되는 끔찍한 고통을 당하게 된 거죠. 의료는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다루기 때문에 이를 침해할 위험이 상존합니다. 의료인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의료사고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나의원 경우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우리 사회에 환자안전에 관해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고 봅니다."

다나의원 피해자들은 지난 1월 11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했다. 관련법상 조정기간은 3개월 이내이고 연장할 수 있는 기간은 1개월이다. 최장기한을 적용해도 5월에는 결정이 내려져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영신 변호사는 법원, 한국소비자원 등 다른 분쟁해결기관에 비해 신속하게 종국적 판단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피해자들이 2016년 1월 11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분쟁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가 있었고 원장 측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크게 다투지 않은 상황이라 절차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예상보다 감정과 조정이 쉽게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사건이고, 수십 명이 집단 감염된 사건이며, 조정 초기부터 피신청인인 다나의원 원장의 자력(自力)이 의심되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도 신중에 신중을 기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조정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이유도 있었다. 원장 측에서 답변서를 늦게 제출하여 실질적으로 절차가 진행될 수 없었고 신청인들이 만성 C형간염으로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 내지 진단서를 제출했어야 했는데 이를 위한 시간 또한 필요했기 때문이다. 중간에 2개월 정도는 처리기한으로 넣지 않아 결과적으로 최장 120일이라는 조정처리기한은 준수된 셈이다.

처음 조정신청을 한 피해자 4명은 조정결정이 났다. 여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구영신 변호사에 따르면, △ 단순히 다나의원 원장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로 1000만 원과 C형간염 진단 및 치료에 들어간 진찰료·검사료·약제비 등의 일정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 다나의원 원장이 임의 이행하면 피해자들은 다나의원 원장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았다는 점과, △ 신청인이 치료 종료 후에도 완치되지 않으면 그 이후의 손해는 별도로 청구한다고 명시한 점이다. 다만 조정결정 금액에 대해서 피해자 입장에서는 많이 아쉬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피해자들이 지난 5월 2일 오전 10시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 모습.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기존에 하던 소득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 부분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은 아쉽습니다. 치료가 종결되지 않았더라도 치료기간 중 실수입을 인정할 근거가 있다면, 그 손해를 인정해주는 것이 판례인데 이 사건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긍이 가는 면도 있지만,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좀 더 적극적인 증거수집으로 방향을 잡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조정결정은 났지만, 바로 손해 배상을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양 당사자가 조정결정에 대하여 동의했고, 피신청인인 다나의원 원장이 임의로 배상한다면 가장 바람직한 결말이다. 원장의 재산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집행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다나의원의 경우는 97명 피해자 전원을 배상하기에는 자력이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경우 피해자들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손해배상금 대불신청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조정이 성립되었는데도 다나의원 원장과 같이 피신청인의 자력 부족 등으로 손해배상을 못 받게 될 경우를 대비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일정한 기금에서 조정결정금을 대신 지불해 주는 제도입니다. 이후 피신청인에게 해당 금원을 구상하게 되어 있어요. 대규모 피해로 온전히 배상받기 어려운 경우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죠."

"피해자들에게 도움 주는 일이라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성찰의 기회"

구영신 변호사는 2014년 4월 22일 제10회 '환자샤우팅카페'부터 자문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처음 '환자샤우팅카페'에 참여했을 때 접했던 사건이 일명 '예강이 사건'이다. '예강이 사건'에 가수 신해철 씨 사건까지 터지면서 결국 의료분쟁조정법의 해당 조항의 개정이 이뤄져 일정한 의료사고의 경우 의료분쟁 조정절차가 자동개시되는 제도가 오는 11월 3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자문단으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성찰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오히려 감사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 감염 피해자들을 위해 공익변호를 맡은 구영신 변호사.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구영신 변호사는 다나의원 피해자뿐만 아니라, 수술실에서 환자가 전신마취가 돼 의식을 잃으면 집도의사를 몰래 바꿔치기하는 일명 '성형외과 유령수술' 피해자들의 공익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여러 건의 의료사고를 접하면서 의료인이나 병·의원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환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의료사고는 환자의 잘못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신의 병력을 드러내는 것이 불리할 것 같고 향후 활동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권리 주장에 소극적인 분들도 있습니다. 위축될 필요는 전혀 없고 오히려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여 다른 사고,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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