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권유 받았습니다. 치료를 하긴 해야 하는데 걱정이 많네요. 마음이 아주 답답합니다."
강문주(가명, 44세) 씨는 C형 간염 중 간 경화나 간염으로 악화하여 사망할 수 있는 '1a형'이라고 진단받았다. 지난해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다나 의원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서울시 양천구에 있는 다나의원에서 병원 측의 주사기 재사용으로 C형간염 집단 감염 피해자가 총 95명이라고 밝혀진 바 있다.
당시 해당 의료기관에서 감기와 장염 때문에 치료를 받던 강 씨도 피해자가 됐다. 보통 C형 간염은 진행 속도가 느린 편이지만 강 씨의 경우는 급성으로 변해 간 경변이 진행되고 있다.
"C형 간염 1a형 치료제인 하보니가 효과가 좋은가 봐요. 3개월 치료에 하루에 한 번만 약을 먹으면 되니까. 직장을 다녀야 하는 제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싶죠."
현재 강 씨는 건강으로 인해 휴직 중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휴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빨리 치료받고 복귀해야 하는데, 완치 시기마저도 현재로썬 언제가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만성 C형간염 치료제인 신약 하보니를 12주 치료에 쓰면, 약값으로 대략 4600만 원정도 들기 때문이다. 현재 해당 약품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강 씨의 고민은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67세인 아버지도 다나의원에서 함께 치료를 받았다. C형 간염으로 진단은 받은 상황. 1a형인지는 아직 확정적이지 않아서 다음 달 다시 검사를 받으려는 중이다.
"아버지가 '1a형'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도 간절합니다. 두 명이 C형간염 신약을 복용하면 9200만 원, 거의 1억 가까이 되는 돈이네요. 비용을 감당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지금 건강보험 적용될 날만 기다리는데 애가 타네요."
다나의원 피해자들은 모두 'C형감염 신약 하보니의 건강보험 적용이 하루빨리 되기를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미란(가명 49세) 씨도 마찬가지이다. 오 씨의 경우에는 집안이 원래 B형간염 병력이 있어서 주기적으로 간염 수치를 확인했다. 지난해 8월에 검사했을 때만 해도 오 씨의 수치는 정상이었다.
"속이 체한 듯 답답하고 머리도 아팠어요. 피곤하고 몸이 가라앉는 듯하며 눈 떨림도 심했고요. 처음에는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다나의원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가슴이 철렁했죠. 얼른 원래 건강검진 받던 병원에 갔어요. 검사를 받았더니 정상이었던 간수치가 엄청 높게 나오더라고요."
오씨는 간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던 터라 몇 년 사이 불어난 체중으로 인해 지방간을 걱정했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운동했지만 나이 때문인지 쉽게 빠지지 않았다. 방법을 찾던 중 친구가 피로회복과 다이어트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나의원을 추천했다. 6번의 수액을 맞으면서 당시 체중이 감량되는 것 같았고 지방간도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건강해지려고 맞은 수액 때문에 오히려 병을 얻게 됐다.
"간염은 무조건 쉬라고 하더라고요. 힘든 운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요. 지금 하던 일도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어요. 체중을 줄이려던 제 노력이 헛수고가 되었네요. 병원에서는 스트레스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하던데, 인터넷을 보면 심란해져서 마음이 착잡합니다. 신약 하보니가 건강보험 적용돼서 쉬는 동안 치료를 받았으면 합니다. 직장에 복귀할 때는 다시 건강함을 찾았으면 하고요."
환자들이 신약을 찾는 이유, 바로 여기에 있다
하보니를 제외한 C형 간염 1a형 치료제로 쓰이는 인터페론이 있다. 그런데도 피해자들이 신약 하보니 건강보험 적용을 빨리 해달라고 요구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터페론으로 치료를 시작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감기, 몸살과 같은 증상을 겪는다. 단기적으로 40도에 가까운 열이 나기도 한다. 오한기가 있으며, 두통·근육통·관절통과 같은 증상도 나타난다. 구토·복통·설사 등도 있으며, 정신집중이 안 되기도 하고 불면증이 생기기도 한다.
반면 신약 하보니는 부작용도 기존 치료제에 비해 적고, 하루에 한 번 약을 먹으면 될 만큼 치료가 편리하다. 3개월만 치료하면 나을 수 있다. 치료율 95%, 치료기간은 약 1년. 기존 치료제 인터페론의 완치율이 60~70%란 것과 비교하면 하보니의 효능이 확실히 높다. 특히 사회생활 복귀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신약 하보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안상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인터페론의 부작용은 대부분 치료가 끝나면 사라지지만 20~25%는 갑상선 기능이 항진되거나 감소되는 갑상선 질환 후유증을 겪는다"라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터페론의 치료 중단율이 약 35% 정도 되는데, 그만두는 이유 중 약 50%가 심각한 부작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 교수는 "고령이나 간 경변이 진행되는 사람들은 치료를 견디기도 어려워서 완치율이 높은 신약 하보니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윤숙(가명 37세) 씨는 최근 부작용으로 고통 받고 있다. 목이나 팔목 부위의 피부가 튼 것처럼 붉은 실핏줄이 터져 살짝 긁기만 해도 피가 터진다고 한다.
"출산 이후 혈압이 높아져서 다나의원에 다녔어요. 친정 엄마가 통증 있을 때 '다나의원에 가서 주사 한 번 맞으면 괜찮았다'며 가보기를 추천한 것도 있고요. 하지만 몸이 엄청 피곤하고 힘들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재충전 시간을 가져야지 하는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배가 너무 아파서 응급실을 갔는데 담낭에 돌이 들어있다고 하더라고요. 담낭제거 수술 중에 검사하다 보니 간수치가 높아 계속 항생제를 맞았어요. 하지만 전혀 내려가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C형 1a형 감염에 걸렸더라고요."
이 씨의 경우 지금 담낭 제거 수술도 받은 상황이라서 결국 인터페론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당시 신약 하보니의 존재도 몰랐고 건강을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치료를 서둘렀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인한 고통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근육통이 있어 몸이 힘들어요. 귀에서 진물이 나고 눈도 잘 안 보이고요. 부작용이 생기니까 마음도 약해지는 것 같아요. 치료를 받다가 신약 하보니를 알게 됐지만 제게는 그마저도 '그림의 떡'이네요. 중간에 치료제를 바꾸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저 치료과정이 후유증 없이 끝나기를 바랄 뿐이네요."
이씨는 "더는 기다릴 수 없어 인터페론으로 치료를 시작했는데, 치료 도중 신약 하보니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환자의 마음은 더 속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런 환자들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신약 하보니의 건강보험 적용이 결정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다나의원 피해자 구제, 건강보험 급여화 적용돼야
현재 다나의원 피해자들은 만성 C형간염 치료제 하보니의 건강보험 적용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해당 제약사가 지난 2015년 10월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약 6~8개월이 지나야 건강보험 급여화가 이뤄질 수 있다.
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도 올해 6월 이후가 되어야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기자가 보건복지부에 확인한 결과 아직 "신약 하보니의 경제성 평가를 위해 아직 서류 검토가 계속 보강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신약 문제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간수치가 정상 수치의 몇 십 배가 되어 입원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고가의 비급여 약값을 부담할 형편이 안 되어 효과가 검증된 신약 하보니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건강보험 급여화로 더 많은 환자가 간 경화 등으로 악화되기 전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서둘러야 한다."
(이 기사는 '환자리포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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