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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청년 수당', 유럽에선 상식입니다"

[김윤태 칼럼] 청년 실업, 포퓰리즘보다 더한 것 해서라도 해결해야

서울시 '청년 수당'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청년 실업에 대응하여 현금을 지급하는 청년 수당을 도입하자 정부가 직권 취소로 맞서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저소득 청년 구직자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지만, 고용노동부 장관은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면서 제동을 걸었다. 서울시는 청년 수당이 유럽의 '청년 보장'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복건복지부 장관은 두 가지가 매우 다르다고 반박했다. 과연 유럽의 청년 보장은 무엇인가? 왜 박근혜 정부는 서울시 청년 수당을 두려워하는가?

북유럽, 청년 보장을 시작하다

'청년 보장(Youth Guarantee)'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북유럽 국가에서 등장했다. 1984년 스웨덴이 청년 보장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일찍이 스웨덴 경제학자이자 사회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군나르 뮈르달은 수요 측면을 자극하는 케인스주의 재정 확대 정책보다 완전 고용을 추구하는 공급 측면 정책을 강조했다. 스웨덴은 실업 보험을 노동조합에 맡기는 대신 중앙 정부가 교육과 직업 훈련, 지방 정부가 평생 교육을 맡아 운영했다. 1950년대 이후 스웨덴의 적극적 노동 시장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여성과 청년이 많은 혜택을 받았다.

스웨덴의 청년 보장 정책은 1993년 노르웨이, 1996년 덴마크와 핀란드로 확산하였다. 북유럽 국가의 청년 보장은 청년이 실업 상태에서 빠져나가도록 개인의 요구에 맞추어 고용, 학업, 직업 훈련의 기회를 제공했다. 북유럽 국가들은 오랫동안 활성화(activation)를 강조하는 적극적 노동 시장 정책(active labour market policy)을 추진했는데, 청년 보장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그 덕분에 1990년대 경제 위기가 닥쳤지만 북유럽 국가들은 청년 실업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청년 보장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새롭게 관심을 끌었다. 경제 위기가 시작된 2년 뒤인 2010년 유럽의 평균 청년 실업률은 전례 없이 높은 20% 이상을 초과했다. 그러나 유럽 수준에서 북유럽의 청년 보장과 같은 제도는 없었다. 2012년에 이르러서 유럽연합(EU) 위원회는 청년 보장을 제도화하는 '청년 고용 패키지'에 발표했다. 유럽연합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총 600억 유로(75조1700억 원)를 청년 보장 프로그램에 지출하겠다고 발표했다. 2013년에는 28개 회원국 중 9개국만이 해당 계획을 세웠으나 2014년에는 17개국으로 증가했다.

국가가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의무

2015년 국제노동기구(ILO)의 경제학자 에스쿠데로와 무엘로는 한 보고서에서 유럽의 '청년 보장'의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을 요약했다. 첫째, 국가가 실업 청년에게 일자리 또는 훈련 기회의 제공을 "보장”한다. 국가는 어떠한 실업 청년도 방치되지 않도록 "그들의 뜻대로" 쓸 수 있는 모든 자원들을 동원할 책임을 진다. 둘째, 국가는 청년이 실직하거나 교육을 떠났을 때로부터 "최대 4개월 이내"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학업을 계속하거나, 견습 또는 전문적 훈련을 받을 기회를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 한 마디로 청년 보장은 국가의 의무이다.

청년 보장의 구체적 프로그램으로 보면, 공급 차원에서는 청년의 고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 훈련 프로그램, 견습 과정, 학업 중단을 줄이기 위한 계획 등을 실행한다. 또한 수요 차원에서 청년 채용을 늘리기 위해 기업에 제공하는 청년 고용 보조금과 인턴십 프로그램, 공공 일자리 프로그램, 창업 인센티브를 지원한다(아래 [표 1] 참조).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청년 보장 프로그램은 청년이 하나의 집단이 아니라 다양한 집단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 개인에 대한 모든 수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청년 보장 프로그램은 국가별로 다양하다. 벨기에는 저소득 청년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적 지원을 제공한다. 덴마크에서는 소수 민족 청년이 대학 교육을 받는 것을 장려한다.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별도로 구직 활동과 직업 교육 참여를 약속한 만 18~26세 청년에게 월 451유로(약 55만 원)의 알로카시옹(현금 보조금)을 지급한다. 동시에 지역별로 청년 개인과 집단에 과제를 부여하고 다양한 직장에서 견습 기회를 제공하고 취업 교육을 실시한다.


[표 1] 국가별 청년 보장 프로그램의 주요 특징

교육과 고용을 위한 훈련

보충 교육과 학업 중단 감소

고용 중개 서비스

직접 일자리 창출

고용 보조금

창업 인센티브

오스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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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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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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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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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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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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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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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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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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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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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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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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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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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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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셈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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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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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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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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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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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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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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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Escudero, Verónica and Mourelo, Elva López(2015), "The Youth Guarantee programme in Europe: Features, implementation and challenges", Research Department Working Paper No. 4, International Labour Office, p. 14.

위와 같이 국가별로 청년 보장 프로그램의 차이가 있지만, 다음 세 가지 공통적 기준을 적용한다. 첫째, 교육과 직업 훈련, 둘째, 구직 활동 지원과 고용 중개, 셋째, 고용 보조금 지원 등이다. 많은 청년 보장 프로그램이 공공 고용 서비스(PES)에 의해 운영되지만, 중앙 정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운영되는 경우도 있다. 청년 보장의 실행은 지역 실정에 따라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 자치 단체의 청년 보장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서울시 청년 수당이 포퓰리즘인가?

유럽 청년 보장은 대체로 교육과 고용 연계 프로그램을 강조하는 데 비해 서울시 청년 수당은 현금 급여를 지급한다. 그러나 여기에 일정한 조건이 있다. 매월 50만 원씩 최장 6개월간 체크카드 방식으로 현금을 지급한다. 활동 보조금이 교통비, 교재비, 학원비, 식비 등 '취업 활동'과 관련된 일에만 쓰여야 한다. 사용 후 의무적으로 영수증을 제출해야 하고, 보고서 내용이 미흡하면 수당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유럽의 청년 보장은 어떤 특정한 조건을 부여하지 않는다. 즉, 유럽 청년 보장은 권리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둘째, 유럽 청년 보장은 서울시 청년 수당에 비해 보편적인 성격이 강하다. 유럽 청년 보장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실업 또는 비경제 활동 상태에 처한 지 4개월 이내인 청년이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서울시 청년 수당은 중위 소득 60% 이하 미취업자나 졸업 유예자 등이 대상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 청년 수당은 '온건한' 편이다. 다만 보편적인 서비스 제공과 별도로 저소득 청년에게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벨기에의 사례는 서울시 청년 수당과 일부 비슷한 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연령 기준은 서울시 청년 수당이 좀 더 넓은 적용 범위를 가진다. 유럽 청년 보장이 25세 미만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서울시 청년 수당은 19~29세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유럽 청년 보장의 최대 혜택 기간은 4개월이고, 서울시 청년 수당의 최대 혜택 기간은 6개월로 서울시 청년 수당의 지원 기간이 좀 더 장기적이다. 한국 대학생이 군복무 이유로 노동 시장에 진출하는 연령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합리적이다.

청년 보장, 왜 중요한가?

유럽에서 15~24세 인구의 실업률은 2012년 말에 23.5%에 달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50%를 넘어섰다(그리스 57.9%, 스페인 54.8%). 이러한 지속 불가능한 상황은 경제 회복을 불확실하게 지연시키고, 유럽의 사회적 삶의 질 수준을 악화시키는 위협이 된다. 또한 청년에게 장기적으로 심각한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영구적인 미래 소득이 손실되고, 숙련 수준이 쇠퇴하고, 지속되는 실업으로 행복감이 낮아질 수 있다.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10%에 육박하는 수준이지만, 공무원 시험 준비생, 취업 포기자 등이 많기 때문에 실질적 실업자는 훨씬 많다. 청년 고용률이 49% 수준을 밑도는 현실을 고려하면, 한국의 청년 실업은 유럽 국가의 수준으로 심각하다. 실질적 실업률은 35%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더 큰 문제는 대졸 실업자가 증가하는 문제이다. 이처럼 고학력 청년 실업자가 급증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손실일뿐더러 사회적으로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장기적 실업 또는 비정규직에 전전하는 것은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사회적으로 파괴적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청년 보장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가장 혁신적인 노동 시장 정책 중 하나다. 유럽에서는 정부, 기업, 노동 조합, 시민 사회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북유럽 국가에서 처음 성공적으로 시작된 청년 보장은 적극적 노동 시장 정책의 단순한 조정이 아니다. 청년 보장은 교육, 직업 훈련, 공공 고용 서비스의 개혁을 추구하는 새로운 적극적 노동 시장 정책으로 보아야 한다. 유럽연합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되는 청년 보장은 청년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청년 실업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고려할 때 중요한 '사회 투자'로 보아야 한다.

나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면 엄청난 등록금과 학자금 대출의 고통을 듣는다. 학생들은 취업난으로 고통을 겪지만 실업 급여를 받을 자격도 없다. 비정규직을 전전하고 상당수가 최저임금도 밑도는 임금을 받는다. 꽃처럼 아름다운 청춘이 삼포 세대, 오포 세대, 헬조선을 말하며 절망에 빠지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오늘날 청년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해지고 하향 사회 이동을 하는 최초의 세대가 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나를 포함한 기성 세대 모두는 청년들의 고통에 공동의 책임을 가진다. 특히 정치권과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박근혜 정부는 제발 서울시의 청년 수당이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중단하기 바란다. 절망에 빠진 우리 젊은이들을 위해서 포퓰리즘보다 더한 일이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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