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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인간 멸종의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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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인간 멸종의 신호탄이다"

[박영철의 국제 경제 읽기] 브렉시트와 호킹의 경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브렉시트) 결정은 영국인의 '시기심과 고립주의'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따라서 브렉시트를 가능케 한 요인이 지속하면 장래에 인간 종(Species)의 멸종이 올 수도 있다."

영국의 저명한 이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가디언(The Guardian)>에 기고한 글에 나오는 무서운 경고이다. (☞관련 기사 : Our attitude towards wealth played a crucial role in Brexit. We need a rethink)

스티븐 호킹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1988년)에서 "우주 창조의 신비가 풀리는 날, 우리는 신의 마음을 읽게 될 것이다"고 선언하여 기독교계가 반발했다. 그 후 20여 년이 지나 발행한 <위대한 설계(Grand Design)>에서는 "우주 창조는 신의 도움이 필요 없었다"고 발표하여 다시 한 번 기독교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호킹 박사는 드물지만, 가끔 자신의 전공인 이론 물리학 외에도 사회 경제 종교 현안에 대한 과감한 의견을 표명해 온 바 있다. 그런데 이번 브렉시트 결정을 가능케 한 영국인의 '시기심과 고립주의와 탐욕'이란 나쁜 본성이 바뀌지 않고, 모든 나라에 퍼지면(벌써 많은 나라에 퍼져 있다고 보지만) 장래에 자칫 인류의 멸종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스티븐 호킹이 말하는 브렉시트와 인류의 멸종이란 상관관계가 머리에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스티븐 호킹은 무엇에 바탕을 두고 이같이 무서운 예언을 하는 것일까? 그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본다. 매우 단순 명료하고 설득력이 강하다.

우리는 부(富)의 뜻을 물질적인 자산으로만 좁게 생각하고 이의 축적을 삶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여긴다. 재산의 독점을 추구하므로, 타인과 재산을 공유한다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기심이 발동하고 고립주의와 이기심이 득세한다. 브렉시트는 바로 이런 삶의 철학과 태도를 가진 영국인의 '잘못된' 선택이다.

우리는 현재 심각한 범세계적인 도전, 예를 들어 지구의 온난화 문제, 식량 생산 문제, 전염병, 불평등 문제 등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브렉시트의 출현을 가능케 한 부(富)에 대한 잘못되고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태도를 버리고, 나라 안에서 그리고 국가 간에 이 부(富)를 공유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지 못하면, 즉 어린아이처럼 서로 나누어 갖지 않으면, 인류의 멸종이 다가올 수 있다.

이 재앙을 피하려면 우리는 부(富)를 개인 간에, 그리고 국가 간에 나누어 가지는 법을 배워 실천해야 한다. 나 자신이 삶에서 배운 진리가 있다면, 우리 인간은 난관에 빠진 경우 이를 최선의 방법으로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 범세계적인 도전을 이겨낼 능력이 있고 이겨낼 것이다.

이 얼마나 가슴을 파고드는 무서운 경고이며 동시에 가슴 뿌듯한 위로인가?

물론 경제학자도 최근에 이와 비슷한 주장을 계속해 오고 있다. 날로 악화하는 각국의 소득 양극화 해소, 경제 민주화, 기본 소득, 분배 우선 정책 등이다. 그러나 이들 경제학자의 주장은 경제적 현상에만 국한하는 약점이 있어 재벌 등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권 정부의 호응을 얻어내지 못해 가시화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스티븐 호킹은 훨씬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관점에서 인간 본능의 변화를 주장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정권 투쟁의 차원을 훌쩍 뒤여 넘는다. 만약 브렉시트를 가능케 한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버리지 않고 이 같은 본능을'덕(Virtue)'이라고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 체제의 근원적인 '개혁'과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 자칫 인간 종(Species)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스티븐 호킹의 이 같은 예언은 영국인의 브렉시트 결정으로 인하여 영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세계 경제가 앞으로 몇 년 심각한 침체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대전제가 깔려있다는 점이다. 이 가정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

그렇다. 현재 로렌스 서머스 전 하버드 대학교 교수 등이 주장하는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 사이클의 머리 부분에 와 있는 세계 경제, 특히 영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과 최근 심각한 둔화를 겪고 있는 중국 경제가 이번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으로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이 브렉시트 결정 이후인 지난 7월 하순에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살펴보자.

▲ [표 1] IMF의 세계 GDP 성장률 전망(2015~2017).

이 보고서는 지난 4월의 전망치에 비해 평균 0.2%포인트를 인하하고 있다. 브렉시트의 부정적인 영향을 반영한 것이다.

영국의 경우는 어떤가? 지난주(8월 4일) 영국의 잉글랜드은행(BOE)이 발표한 대규모 부양책의 4가지 핵심 조치를 검토해 보자.

첫째, 기준 금리를 0.5%에서 0.25%로 내렸다. 2009년 3월 기준 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5%로 내린 이후 7년 5개월 만에 다시 0.25%로 내린 것이다. 둘째, 이번 부양책의 '꽃'이라는 최저 대출 제도인데, 일반 은행이 중앙은행에서 빌릴 때 내는 금리도 기준 임금 수준으로 내린다. 셋째, 국채 매입 한도를 600억 파운드 추가 상승키로 했다. 끝으로, 앞으로 회사채도 100억 파운드 정도 새로 매입하기로 했다.

왜 잉글랜드은행은 이같은 대규모 부양책을 시행하기로 했는가? 앞으로 적어도 몇 년 영국 경제의 심각한 침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브렉시트 결정 이후 IMF가 발표한 영국의 GDP 전망치는 2016년 1.7%, 2017년 1.3%인데, 잉글랜드은행의 전망치는 이보다 훨씬 더 비관적이다. 2016년 하반기의 성장은 제로(0)이고, 2017년 전망치는 겨우 0.8%이다. 지난 2014~15년 동안 연평균 2.5%를 웃도는 성장률과는 엄청난 격차를 보인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IMF는 미국의 2016년 GDP 성장률을 0.2%포인트 하향 조정했지만 다행히 2%대를 유지하여 선진국 중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가장 우려되는 점은 2016년 미국 대선 본선에서 대결하는 두 후보가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며 적어도 국제 통상에서는 '고립주의'를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오바마 행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의 의회 통과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클린턴 힐러리 후보도 선거 전략상 TPP 의회 통과를 반대하는데 이는 노동조합의 표를 겨냥한 선거 전략의 꼼수로 평가 받는다.

일본의 경우, 2017년의 GDP 성장률은 겨우 0.1%로 추정된다. (IMF는 지난 4월에는 이 성장률을 (-)0.1%로 추정했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는 성장 동력 발굴에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 철저한 구조 조정 없는 통화 완화에만 의존한 경기 부양책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국 경제도 예상보다 심각한 경착륙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7일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중국 경제 5대 지표'라는 보도 자료를 통해 중국 경제의 기업 및 은행 부실, 소비·투자·수출 등의 부진이 심각하여 경착륙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앞으로 적어도 2~3년은 성장률 6% 선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본다.

한국도 올해 성장률이 2% 이하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 당장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제)의 주한 미군 기지 배치 결정으로 발생한 중국의 경제 보복의 폐해가 우려된다. 중장기적으로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급속히 번지고 있는 미국, 영국 등의 '고립주의'의 제1차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위와 같은 검토가 스티븐 호킹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즉, 지난달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이 암울한 세계 경제 전망을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호킹 박사는 이 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으로 우리 인간의 탐욕을 덕(德)으로 삼는 신자본주의의 패러다임 변화를 통하여, 우리의 이기심과 고립주의를 버리고 개인 간 그리고 국가 간에 부(富)를 공유하는 법을 배워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길만이 인간종(種)의 멸종을 피하는 길이라고 한다. 호킹 박사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이 기사를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준 전희경 박사에게 감사를 드린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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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서,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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