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 전 장관은 전당대회 이후 실시된 세 번의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5% 이상 앞서나갔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퍼블릭 폴리시 폴링(PPP)가 지난 7월 29일과 30일(이하 현지 시각) 이틀 동안 미국 유권자 127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50%의 지지를 얻어 45%에 그친 트럼프 후보를 5% 포인트 차로 제쳤다.
또 미국 방송 CBS가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 동안 1131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46%, 트럼프 후보가 39%의 지지를 얻어 PPP의 조사보다 격차가 2% 포인트 더 벌어졌다.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 상승에는 민주당이 클린턴 전 장관으로 단합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을 비롯해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 조 바이든 부통령,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과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까지 쟁쟁한 인사들이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를 호소했다.
당초 전당대회 개막 직전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클린턴 전 장관에 편향적이었다는 이메일이 폭로되면서 클린턴 전 장관이 상당히 곤욕스러운 처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이같은 일치된 목소리가 결과적으로 클린턴 전 장관을 악재에서 구출한 셈이 됐다.
여기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지층을 흡수한 것도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을 상승시킨 주요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방송은 이번 조사에서 샌더스 의원의 지지자 가운데 73%가 "클린턴에게 투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 방송 CNN과 여론조사 기관 ORC가 CBS와 같은 기간 894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두 후보의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 이 조사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52%의 지지를 얻어 43% 지지에 그친 트럼프 후보를 9%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합하는 민주당, 쪼개지는 공화당
클린턴 전 장관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돌입한 민주당과는 달리, 공화당은 트럼프 후보의 이슬람 발언으로 또다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도 트럼프 후보의 이슬람 비하 발언이 문제가 됐다.
트럼프 후보는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 7월 28일 연사로 나선 무슬림계 미국인 변호사 키즈르 칸 부부의 연설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칸은 이 연설에서 자신의 아들인 후마윤 대위가 2004년 이라크에서 복무하다가 자살 폭탄테러로 숨졌다면서 트럼프 후보의 무슬림 입국 금지 정책을 비판했다.
칸의 발언에 대응하기 위해 트럼프 후보는 당시 무대 위에 함께 서 있던 부인이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슬람 내에서 여성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했기 때문에 "발언이 허락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의 이 언급은 무슬림을 비하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1일 오른손에 작은 헌법 소책자를 든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트럼프의 발언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전날에도 성명을 통해 "많은 무슬림계 미국인이 군대에서 용감하게 복무했고 희생을 했다. 칸 대위가 바로 그런 용감한 군인의 한 사례"라고 밝혔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 역시 "트럼프는 최근 며칠 동안 미군 전사자 부모들을 헐뜯는 언급을 했다"면서 트럼프의 발언이 공화당의 시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트럼프 캠프에서 주로 네거티브 적인 공세를 주도하고 있는 로저 스톤은 칸 부부가 무슬림 아들을 잃은 슬픈 아버지가 아닌, "힐러리를 돕는 '무슬림 형제단'의 요원"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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