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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폭행한 사회복지사, 왜 침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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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폭행한 사회복지사, 왜 침묵하나?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시설 중심 사회 복지 현장, 새 바람 만들자

미국 트럼프 열풍, 영국 브렉시트, 일본의 참의원 선거를 보면서 선진국의 보수화 현상을 염려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소득 양극화 심화로 자유 무역 정책과 이민자에 대한 혐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다른 한편으로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촉발된 것일 수도 있다. 즉, 경제적․사회적 위기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외부로 돌려서 새로운 대립과 갈등을 양산하면서, 내부의 근본적인 원인은 외면하는 방식이다. 불안과 위협되는 요소를 타인에게 돌리면서 내가 속한 집단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의 태도는 해당 집단의 보수화로 이어진다. 우리 사회 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회 복지계의 보수화 경향

사회복지사인 내가 보기에 사회 복지에서도 보수화 경향이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사회 복지 생활 시설에서 사회복지사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대상자 인권을 유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사회 복지계가 어떠한 비판과 자성을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대안을 제시했는지 생각해 본다면 사회복지사로서 씁쓸하다.

▲ 2015년 5월 16일 전북지방경찰청에서 열린 중증 장애인 폭행 사건 브리핑에서 경찰이 사회복지사가 장애인을 폭행하는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대부분이 언론 기사에 나온 보도 자료 정도만 알거나, 혹은 그 사건에 대해 아는 사람에게 정보를 듣는 수준에서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자성의 모습도 찾기 힘들고, 관련 법인과 사회복지시설협회, 사회복지사협회도 조용하다.

이번 사태는 사회복지사 개인의 문제로만 귀속할 수 없다. 장애인 시설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서 알 수 있듯이, 장애인 거주 시설의 구조적인 모순에서 벌어진 사건이지만, 사회 복지계의 후속 조치는 없었다. 오히려 타 지역에서 유사한 형태의 사건이 일어났다.

왜 그럴까? 일부 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기에 자칫 사회 복지계가 이를 크게 부각시킬수록 사회 복지 조직의 한 사람으로 올가미처럼 나 역시도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발생된 사건을 계기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사회 복지 시설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거나 재발 방지 대책을 벌이는 것이 업무 가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우리 스스로 암묵적 묵인에 동조한다.

또한 사회 복지 법인의 경우 전국 규모로 수백 개의 사회 복지 시설을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시설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사회 복지 종사자 고용 문제뿐만 아니라 법인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래서 사회 복지 법인에서는 내부 고발인을 비난하고, 당사자의 개인적인 문제로만 덮기에 급급한 현실이다.

사회 복지계는 시설을 이용하는 고객의 불만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에 사회복지사 모임에서 대상자 민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예전보다 대상자가 원하는 서비스 수준은 높아졌다. 하지만 획일화된 시설 중심의 기준으로 양적인 서비스를 강조한 결과, 서비스 품질과 이용자의 자기 결정권이 반영되지 못한다는 민원이 급증한다. 그런데도 대부분 해결 방법이 시설 중심의 구조적인 모순을 정면으로 다루기보다는, 민원인을 설득하는 수준에 머문다.

사회복지사 역시 그저 잦은 민원으로 생각해 외면한다. 지방자치단체까지 제기된 민원 사항에 대해서는 복지 시설과 지방자치단체가 암묵적으로 합의해 악성 민원인으로 취급해 묵인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물론 공정한 기준을 무시한 채 떼를 쓰는 고객도 문제가 있겠지만, 모든 고객이 제기한 민원이 그렇지는 않는다.

왜 고객의 불만에 적극 대응하고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을까?

왜 그럴까? 사회 복지종사자의 개인의 문제인지, 아니면 사회 복지에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중요한 대목이다.

사회 복지계 역시 사회 경제적 위기 속에서 어쩌면 보수화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처치에 놓일 수 있다. 현재 사회 복지에서 계약직을 제외하고는 취업 현황이 녹록치 않다. 사회복지사 이직률마저 줄어들고 있다. 현재 종사하고 있는 시설에서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하려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사회 복지의 가치와 담론보다는, 시설 운영의 안정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부산, 인천 등에서 열린 사회 복지 시설 운영에 관한 세미나에서 퇴직 공무원 '복피아' 문제가 이슈로 등장했다. 퇴직 공무원과 법인 친인척이 기득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시설장 자리가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공공의 목적에 의한 사회 복지 시설이 소유권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회 복지 종사자에게는 암담하고 불안한 현실이다. 이런 과정에서 사회 복지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단지 고용의 안정, 그리고 현재 위치에서 소유권 보장만 주장하는 보수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사회 복지계 내부에서 자성과 비판이 나오지 않았던 건 아니다. 줄기차게 제기되고 많은 사람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비판을 해도 근본적인 문제가 수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마주치면서 체념하거나 위축되곤 한다. 오히려 관할 감독 기관인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 보조금과 위탁을 손쉽게 받기 위해 스스로 내려놓고 입맛대로 성과를 내면서 현재를 유지하려는 보수화 경향에 동화되는 길을 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흐름 뒤에는 근래 사회 복지 처우가 일부 개선되고 현재 방식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급변하는 복지 변화에 대응하기보다는 지금 방식에 머물며 사회 복지 가치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지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사회 복지 업무 수행에만 매몰된 채 수년간 어렵게 쌓아올린 기득권을 유지하려고만 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변하지 않으면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이제는 사회가 그리고 고객인 대상자가 우리에게 점점 요구하고 있으며, 점점 책임이 무겁게 느껴진다.

사회 복지계 내부의 혁신을 꿈꾸며

사회 복지 내부의 변화를 위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전체적인 시스템을 바꾸어보았으면 한다.

왜 사회 복지 처우 개선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해 왔고, 일부에서 개선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후배 사회복지사는 예전에 비해 사회 복지 현장에 진입하기를 외면하는지 고민할 때이다.

우리는 보편적 복지를 외치지만 시설 내 제공하는 서비스는 취약 계층 중심으로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탈시설화․인권․소수자 존중․자기 결정권을 강조하지만, 실제적으로 시설 중심의 서비스에만 의존하는 형태도 탈피해야 한다.

사회복지협회도 사회 복지 담론을 형성하지 못한 채 이익 단체로서의 역할에만 국한한다면, 협회의 한계는 드러나게 될 것이고 개인과 이익 단체를 위한 정치 세력화는 기존의 정치의 폐단을 쫓는 것과 다른바 없다.

사회 복지계에서 구시대적 권위주의에 대한 사회적 비판 의식은 높으나, 내부에서는 여전히 ‘YES’ 문화와 획일적인 인재상을 요구하는 잘못한 관행도 바꿔야 한다. 이러한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조직 문화를 혁파하기 위해서는 이벤트성 행사가 아닌, 조직의 내부 역량과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외부의 것을 수용하며 직원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안태용

어쩌면 사회 복지 내부 안에서 자구적인 변화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 시대 변화 흐름에 맞춰 혁신하고자 한다면, 기존의 시스템을 처음부터 바꾸어야 하는데 과연 우리는 그런 준비가 되어있는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강과 바다 같이 넓어보였던 사회 복지가 조약돌 하나에 파장이 생겨 흔들리는 작은 연못만 못한 현실 속에 매몰되는 건 곤란하다. 사회 복지의 본래의 가치가 상실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혁신을 논의하자.

(안태용 사회복지사는 <사회 복지 현장의 불편한 진실>(푸른복지 펴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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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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