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에서 일하다 보면, 사법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시민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이들은 국가권력에 관한 극도의 불신을 가지고 있고, 피해의식으로 눈빛이 불안하다. 얘기를 듣다보면 자신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권력자들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으며, 이를 위해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다. 또한 그 피해의식은 일종의 과대망상으로 이어져, 정신질환까지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구체적 근거는 없고, 주장만을 가지고 있어 별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렇듯 사법부는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지을 수 있는,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스스로 사법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양산하지 않기 위해서, 사법부는 어떤 기관보다 자신에게 엄정해야 한다. 또한 부패에 대해서 시스템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자정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만약 판사, 검사들이 부패에 노출된다면 정상적인 국가시스템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최근 현관, 전관 이름으로 벌어지는 법원, 검찰청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정 시스템이 고장 났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최근 우리는 국가권력기관의 심장부인 검찰청에서 권력의 민낯을 생생히 보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49)이 넥슨 주식 대박 의혹이 불거진 지 4개월 만에 구속됐다.
박근혜 정부는 이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진경준 검사장 한명의 탈선으로 결론 내릴 문제가 아니다. 우선 사건 초기 법무부는 개인 간 주식거래에 불과하다고 감싸더니, 재산 검증은 공직자윤리위원회소관이라고 책임도 회피했다. 더욱 큰 문제는 지난 10년 동안 이런 범죄행위가 지속되고 있는데, 어떤 검증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부 감찰 팀은 아무런 문제점을 찾지 못하고, 진경준 검사장은 각종 요직에 두루 배치되고 승진을 할 수 있었다는 점도 충격적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사법 시스템 및 고위공무원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선 참여정부 때 도입을 검토했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반드시 설립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라는 속담을 그대로 닮았다. 검찰이 스스로 부패에 대해서 얼마나 안일한 인식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에 대해 안희철 변호사(법무법인 양재)는 "사법제도 신뢰도는 2015년 기준 OECD 42개국 중 39위로 콜롬비아와 비슷한 수준이다. 진경준 검사장 사건으로 인해 법원과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심각하게 될 것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전관예우 근절 등을 통해 스스로를 개혁하지 않는 한 제2의 진경준 검사장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 법원과 검찰은 스스로 그러한 개혁을 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현재 공직자윤리법에 재산 공개 대상이 아닌 부장·차장 검사 재산 내역도 공개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일반 평검사들의 재산도 공개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 이번 진경준 검사장의 재산명세도 지검장이 되면서 재산공개 대상에 포함되어 언론에 알려졌다. 현재 재산공개 대상자 중 검사들은 검사장급 30명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도 모든 연방법원 판사들의 재산은 공개하고 있고, 법무부도 검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들은 재산공개를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현재 전자관보로 공개되는 재산공개 방식은 일반 시민들은 보기가 까다로워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시민들이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할 것이다.
세번째로 국회에서 청문회를 통해, 왜 진경준 사태에 대해 자정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는지, 밝혀야 한다. 진경준 검사장은 이번에 재산공개대상이었지만, 재산등록은 계속 하고 있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런 재산등록 내역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재산공개가 이루어진 다음에 문제가 불거졌다. 이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자윤리위원회, 법무부 감찰실 등 자정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한다. 이번 기회에 국회에서 이 부분에 관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경준 검사장 사건에 대해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이 법에는 몰수할 수 있는 범위를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죄 행위로 얻은 직접적 재산(불법 수익) 뿐만 아니라, 불법수익에서 유래한 재산까지 몰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진경준 검사장의 경우 전형적인 공무원 범죄에 해당하는 사례이다. 만약 이 법안을 적용하지 못한다면, 향후 이런 범죄가 반복될 것이 자명하다.
최근 시민들은 전관·현관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법부의 부패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다. 이런 신뢰로는 앞에서 언급했던 사법 피해자들은 더욱 늘어나고, 사법 불신은 극에 달할 것이 분명하다. 향후 법무부와 검찰이 어떤 개혁을 이루어 낼지 시민들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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