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가 몰아친 지 1년이 지나고 있다. 2015년 6월 메르스가 우리 사회에 덮칠 때, 시민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바이러스보다, 정부의 무능이 더 공포였다. 집 근처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다녀가지 않았는지, 실제 감염 환자가 발생한 병원이 어디인지,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를 통해 각종 소문이 성난 파도처럼 퍼져나갔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병원명 공개에 관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고, 민간에서는 온갖 유언비어가 돌아 다녔다. 이때 언론사 및 전문가 단체에서 놀라운 일을 실행한다.
바로 이들은 직접 메르스 관련 정보를 모으고, 지도를 통해 병원 실명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이런 움직임은 '<프레시안> 병원 명 공개'가 기폭제가 되었다. 누리꾼, 보건 단체 전문가 등도 자발적으로 메르스 현황 관련, 정보 공유에 나섰다. 대표적인 곳이 'Mers Map: 메르스 확산지도' 사이트다. (☞바로 가기 : 메르스 확산지도)
이 사이트는 2015년 6월 3일 개발되어 공개된 후, 7일간 약 340여 건 가량의 메르스 병원 정보 제보를 처리했다. 또 유언비어를 걸러내기 위해 신고가 5번 접수되면 자동으로 데이터가 삭제되는 기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 결과 단 일주일 동안 500만 명이 이곳을 방문하는 실적을 올린다. 이 같은 시민들의 자발적 정보 공유는 메르스 사태를 진정 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세계적으로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바이러스 비상사태를 진정시킨 최초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위 사례처럼 메르스 관련 정보가 공개될 수 있었던 것은 국가 정보의 통제권이 정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반 시민들에게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의 주체적 변화가 일어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이는 향후 권력 감시 및 민주주의 심화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총선 기간 동안 19대 국회의원 정치 자금 지출 내용 자료 3만5000장(2012년 6월~2014년 12월, 36만여 건)을 정보 공개 청구로 입수해 분석한다. 위 자료들은 PDF 자료라 데이터로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오마이뉴스>는 이 파일을 OCR 프로그램(이미지를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프로그램)으로 데이터로 변환해 자료를 분석했다. 중요한 것은 위 자료를 '깃 허브'라는 사이트를 통해, 누구든지 파일을 다운 받을 수 있도록 공유했다는 점이다.
위 자료들은 향후 국회의원들의 정치 자금 내역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데, 큰 변화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정치 자금의 주무부처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파일 형태로 공개하는 것을 반대했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그 이유로 정보 공개 청구로 받은 자료를 파일로 내려 받을 경우, 개인 정보 침해를 일으킬 수 있고 각종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정보 공개로 받은 자료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불특정 다수인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도 투명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위례시민연대 등은 정보 공개 청구로 받은 자료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더군다나 국회의원들은 정치 자금을 쓰는 것이 개인 정보와 무슨 관련성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보 공개 청구에 대해서 PDF로 자료를 공개하지 말고, 엑셀 및 엑세스 등으로 데이터 형태로 자발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최근 <뉴스타파>도 지난 6월 2일부터 고위 공직자 재산 정보를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재산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바로 가기 : 고위 공직자 재산 정보 공개) 그동안 1급 이상 공무원 및 선출직 공무원 등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등에 고시되어 있었지만 PDF 파일 및 책자 형태로 공개하고 있어 정보 접근성이 제로에 가까웠다. 일례로 위 자료를 찾기 위해 온종일 시간이 허비되는 것이 다반사였다. <뉴스타파>는 이 현실을 개선해 정부 및 의원들의 이름만 검색해도 재산 변동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위 자료는 진경준 검사장과 같은 사례들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또한, 장관 인사 청문회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 빼놓을 수 없는 사이트가 참여연대가 운영하는 '열려라 국회'다. (☞바로 가기 : 열려라 국회) 위 사이트는 회기별 국회의원들의 대표 발의 법안과 본회의, 상임위 출석률 등을 상세히 보여주고, 각 쟁점 법안들에 대한 찬반도 체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회의원의 활동을 체계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우리나라 대표 사이트다. 이미 많은 언론사와 시민단체들은 이 사이트를 이용해 국회 감시를 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향후 국가가 생산한 정보에 대한 시민 접근권을 획기적으로 변환시켜 줄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제 국회 및 고위 공무원들의 정보 통제권을 시민들과 나누고, 공유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정보 공유에 소극적이며, 시민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방법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인식으로 2016년 현재에도 가습기 살균제, 구의역 사고 등 제 2의 메르스 사태가 터지고 있다.
이제 시민 사회에서는 각자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함께 모으고, 공적 용도로 사용하는 캠페인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그 정보들은 우리 사회의 어둡고, 음침한 각종 실태를 고발해줄 것이다. 메르스를 진정시킨 것은 정부가 아니라, 시민들의 체계적인 대응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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