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이 19일 8.9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박계 후보 간 교통정리를 위해 계파 내에서 추대를 받아왔지만 전날 불거진 친박 실세 윤상현·최경환 의원의 4.13 총선 '공천 개입' 녹취록이 공개되며 출마 계획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가장 강력한 잠재 후보가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전 형태로 전개될 양상이다. 총선 패배 책임을 두고 비박계의 대(對) 친박 공세 또한 강화될 전망이다.
현역 최다선(8선)인 서 의원은 이날 입장 자료를 태어 "저의 결론은 '지금 제가 나서기 보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할 때'라는 것"이라면서 "저는 당내 최다선으로서 새로운 대표와 지도부에 병풍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더는 전당대회 대표 경선 과정에서 제가 거론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당내 경선은 '당의 화합'고 '치유'의 장이 돼야 한다. 새로운 갈등의 씨앗을 심는 경선이라면 정권 재창출은 불가능해진다"고 했다.
서 의원의 출마는 기정사실화되어 가고 있던 중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서 의원이 20대 국회 후반기 의장직을 강하게 희망하는 등의 이유로 개인적으로는 출마를 원하지 않지만, 계파 내 추대가 본격화하며 출마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었다는 말이 많았다. 친박계 이정현 이주영 한선교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친박 후보' 단일화를 하려면 서 의원이 나서야 한다는 계파 내 읍소가 계속된 까닭이다.
그러던 중 서 의원이 이날 전격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전날 종합편성채널 <TV 조선>의 보도로 윤상현·최경환 의원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보도를 종합하면 두 친박 실세 의원은 수도권 지역 한 예비후보에게 전화를 해 '대통령 뜻'을 거론하며 출마지 변경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사정 기관을 활용해 압박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 관련 기사 : '대통령 뜻' 녹취 시즌 2, 친박 당권 접수 '빨간불')
출마지 변경 요구를 받은 인사는 서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에 예비 후보로 등록했던 구 친이계 김성회 전 의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친박 핵심들의 압박 끝에 출마지를 신설 지역구인 화성병으로 옮겼으나 결국 당내 후보 경선에서 떨어졌다. 18대 국회에서 화성갑에서 당선됐던 김 전 의원은 서 의원이 뒤늦게 이 지역으로 옮겨오며 19대 공천 때도 서 의원과 갈등을 빚었다.
전날 공개된 통화 녹취록을 보면 최 의원은 "사람이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아무 것도 없잖아. 자꾸 붙으려고 하고 음해하고 그러면 OOO도 가만 못 있지" "그러니까 빨리 전화해서 사과드리고" "감이 그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나. 하여간 빨리 (OOO와 사이를) 푸세요. 그렇게 하면 우리가 도와드릴게"라고 했다. 윤 의원은 "빠져야 된다 형. 내가 대통령 뜻이 어딘지 알잖아" "일단 빨리 전화해. 안 하면 사달 난다니까. 형 내가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니까 형에 대해서 아이 씨"라고 했다.
누가 봐도 두 친박 실세 의원이 계파 '맏형'인 서 의원의 출마지 확보를 위해 화성갑에 예비 후보로 등록한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출마지 변경을 종용하는 내용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대통령 이름을 팔아 총선 공천에 개입한 사람은 자숙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당 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한 비박계 주호영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서 의원은 당대표에) 출마하지 않는 쪽이 본인을 위해서, 당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좋은 결정"이라고 압박했다.
서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긴 했지만, 친박계가 '질서 있는 퇴각'을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외려 장외 친박계의 반격이 벌어지며 계파 갈등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서 의원의 측근인 이우현 의원은 이날 "남자의 세계에서 인간 쓰레기 같은 행동을 했다"는 황당한 말로 통화를 녹음한 해당 예비 후보를 공격했다. 김태흠 의원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갈등을 야기하는 해당 행위"라면서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비박계 김용태 당 대표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답하셔야 한다"고 했고 정병국 후보도 "당에서 진상조사를 실시해 파문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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