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4일 오후 지지자 1000여 명을 모아 '당 대표 취임 2주년 기념' 행사를 하며 "앞으로 나라를 위해 할 말은 하겠다"고 말했다. 4.13 총선 참패 후 한동안 공개적 정치 행보를 자제하던 김 전 대표가 대권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행사장에서 '김사모(김무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등 당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조용히 지내고 싶었지만 전당대회 2주년을 맞이해 정든 동지들과 만남의 이벤트를 열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시절 친박계의 '몰매'를 맞아 정치 혁신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전당대회 때 정당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되돌려주겠다고 해서 선출됐다"면서 "그러나 이 약속을 지키려다가 이를 반대하는 세력에게 몰매를 맞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힘이 없고 용기가 없어서 몰매를 맞았겠느냐"면서 "내가 당 대표로 있는 한 '분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 참고 또 참았다"고도 했다.
이어 "당 대표를 하면서 (국민 공천제를 위해) 당헌·당규 개정까지 했지만 다른 정치 세력이 반발해 선거 결과는 참패했다. 할 말이 많다"며 총선 패배의 이유를 친박계에 물었다.
김 전 대표는 민심 청취를 위해 "조만간 전국을 배낭여행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잘 사는 사람은 배 터지게 살고 못사는 사람은 찢어지게 못 사는 상황을 가만히 두면 안 된다"면서 "이대로 가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제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면서 "제가 선봉에 서겠다. 어떻게 나설 것이냐 하는 것은 앞으로 내가 본격적으로 정치를 재개하면서 동지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고) 앞장서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비박 '세 과시'도 하고 '대선 주자' 힘도 주고
이 같은 김무성 전 대표의 발언은 새누리당 차기 대선 후보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부각함과 동시에, 친박계와의 경쟁 구도를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9일에도 부친인 고(故) 김용주 전남방직 회장의 묘소에서 제사를 올린 후 가족 및 풍수지리 연구자 20여 명과 만난 자리에서 "새누리당은 너무 극우적 이념을 갖고 있다. 극우에 가 있는 새누리당 정체성을 중도로 옮겨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진 바 있다.
그간 '뉴라이트' 역사관을 토대로 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신자유주의적 '노동 유연화'를 골자로 한 파견법 개정 등에 누구보다 큰 목소리를 냈던 김 전 대표가 하기에는 '어색한 발언'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김 전 대표의 이날 행사는 약 1달 앞으로 다가온 8.9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세 과시'용 행사라는 풀이도 나온다.
그는 지난 12일에도 "비박계가 당 대표로 당선되려면 당연히 단일화가 되어야 한다"면서 비박 후보 지원을 시사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 지도부는 향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선출의 '룰'을 세우고 전체 레이스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런 만큼, 대선 행보 중인 김 전 대표에게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비박계 당 대표가 선출되는 것이 중요하다.
김 전 대표의 측근인 김성태 의원이 이날 오전 교통방송(tbs) 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 "당이 다시 환골탈태하기 위해서는 흔히 말하는 비주류 인사가 이번에는 당권을 잡아야 할 필요성에 본인(김 전 대표)의 의지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 것에도 이런 배경이 있다.
이날 행사에는 당 대표 경선에 출마 선언을 한 비박계 정병국 의원과 친박계 한선교 의원도 출마해 참가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 친박계 이주영 당 대표 후보는 "전직 당 대표 등이 계파 싸움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도자료로 내고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무성 전 대표가 향후 전당대회 레이스에서 비박계 후보들 간 '교통 정리'에 얼마만큼 영향력을 행사할지에도 관심이 몰린다.
비박계 정병국 김용태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이날에는 주호영 의원이 "계파 대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내가 당 화합과 단결의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조만간 공식 회견을 열 예정이다. 또 친박계 서청원 의원의 출마 여부와 연동해 거취를 판단할 것으로 보이는 비박계 나경원 의원 또한 막판 고심 중이다.
이주영 홍문종 이정현 서청원 등 후보가 난립해 있는 친박계에서는 교통 정리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당초 이번 주 중 출마 여부를 결정해 밝힐 것으로 전해졌던 서청원 의원은 '장고'에 들어갔다. 이주영 이정현 의원의 '완주' 의사가 강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열린 전국위원회 회의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단일성 지도 체제' 전환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또 후보 난립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예비심사(컷오프)도 도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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