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의원은 12일(이하 현지 시각) 뉴햄프셔 주의 포츠머스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 처음으로 공동 유세를 벌이며 "클린턴 전 장관이 승리했다.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며, 그가 차기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클린턴 전 장관은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를 무찔러 11월 대선에서 승리하고, 우리 모두가 믿을 수 있는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힘을 합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샌더스 의원은 국민들이 방관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정치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면서 "그는 미국을 깊이 걱정하는 젊은 세대에 힘과 영감을 불어넣었다. 지지에 감사하고, 평생을 걸친 불의와의 싸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의원까지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민주당은 클린턴 전 장관을 중심으로 11월 대선 채비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샌더스 의원의 지지층이 곧바로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클린턴 전 장관이 워싱턴 정치를 상징하는 핵심 인사인 데다가 미국 경제의 중심인 월스트리트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샌더스 의원의 지지층의 정치적 지향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또 미 연방수사국(FBI)의 불기소 처분을 받긴 했지만, 국무장관 재임 시절 개인 이메일 계정을 이용해 비밀 자료를 주고 받았던 이른바 '이메일 스캔들'역시 여전히 클린턴 전 장관의 발목을 붙잡고 있어 향후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샌더스 의원의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샌더스, 대통령 후보 끝까지 내려놓지 않은 이유는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 출마한다고 선언했을 때만 해도 지지율 한 자릿수에 불과한, '주목받지 못한' 후보였다. 하지만 대세론을 형성하던 클린턴 전 장관에 맞서 첫 경선지였던 아이오와 주에서 0.2%의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면서 샌더스 의원은 만만치 않은 상대로 거듭났다.
이후 뉴햄프셔 주 경선에서도 승리하며 샌더스 바람이 돌풍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으나, 뉴욕 주와 캘리포니아 주 등 대의원이 많이 걸려있는 주에서 클린턴 전 장관에 뒤지며 결국 대통령 후보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그는 민주당이 후보를 확정하는 필라델피아 전당대회까지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6월 14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마지막 대선후보 선출 경선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를 지지한) 1900~2000명의 대의원들은 필라델피아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말할 것"이라며 "그들은 민주당이 약자를 대변하는 강한 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워싱턴 포스트>는 "샌더스 의원은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지지 선언을 거부하고 민주당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 다음 달 필라델피아에서 열릴 전당대회까지 후보직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즉, 샌더스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어젠다를 클린턴 전 장관에 관철시키기 위해 후보직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샌더스 의원의 이러한 의도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지난 1일 발표된 민주당의 정강 정책 초안에는 최저임금 문제를 비롯해 사회보장제도 확대, 사형제도 폐지, 사설 이민자수용시설 금지, 수표 현금화 업무와 같은 우체국의 제한적 금융업 허용, 금융기관 중역들의 지역 연방준비은행 이사 겸직 금지, 고액의 퇴직금 금지, 월가와 워싱턴 정가 간의 회전문 인사 금지 등이 포함됐는데, 이는 샌더스의 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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