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하며 본격적인 대선 체제에 돌입하는 미국 민주당의 정강 정책 초안이 공개됐다. 민주당은 보호무역주의를 지지한다는 입장과 함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최저 임금과 관련, 시간당 15달러를 당의 공식 입장으로 명시했다.
1일 (이하 현지 시각) 공개된 초안에서 민주당은 지난 30여 년간 너무 많은 무역 협정에 서명했다며 "이와 같은 무역 협정들은 대기업의 이익을 높이긴 했지만,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 기준, 환경, 보건 등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기존에 협상이 체결된 무역 협정을 재검토하고 이를 개정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집권 시 자유무역협정(FTA)를 비롯해 기타 무역 협정들에 대한 손질에 들어갈 수 있음을 예고했다.
미국을 포함, 일본과 호주를 비롯해 12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다자 자유무역협정인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TPP와 관련, 당내에 다양한 관점이 있지만, 많은 민주당원이 TPP가 내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TPP를 지지하는 민주당원들이 있지만, 어쨌든 모든 민주당원은 어떤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노동자와 환경 보호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경제적으로는 대체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했지만, 외교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적극적인 개입을 지향하면서 남중국해 항해의 자유를 위해 동맹 및 파트너와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중국과 통상분쟁에 대해서는 중국이 규정을 준수하도록 압박할 것"이라면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과 통화 조작, 사이버 공격, 티베트를 포함한 중국의 인권 증진도 촉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견제도 드러냈다. 민주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침해하고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세력권을 재창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강한 동맹을 믿고 러시아의 공격을 억제하며 나토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에 대해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혹한 독재자가 통치하는 억압적인 정권이 있는 곳이라고 규정하면서 "그동안 수차례 핵 실험을 실시했고,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기 위한 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한편 미국 내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촉발된 최저임금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은 "현행 최저임금(시간당 7.25 달러)은 사실상 '기아 임금' 수준"이라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미국인들은 시간당 최소한 15달러를 받아야 하며 노조를 결성해 가입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클린턴 전 장관의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자신이 추구하는 어젠다를 민주당 정강 정책에 포함시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지난 6월 6일 클린턴 전 장관이 민주당에서 대선 후보를 뽑는 권한을 가진 전체 대의원 4765명 중 절반인 2383명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사실상 최종 대선 후보로 선정된 이후, 샌더스 의원에 대한 경선 포기 압박이 커졌다.
그런데 샌더스 의원은 마지막 전당대회까지 경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이를 두고 자신의 정책적 구상을 당의 정강 정책에 포함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최저임금 외에도 사회보장제도 확대, 사형제도 폐지, 사설 이민자수용시설 금지, 수표 현금화 업무와 같은 우체국의 제한적 금융업 허용, 금융기관 중역들의 지역 연방준비은행 이사 겸직 금지, 고액의 퇴직금 금지, 월가와 워싱턴 정가 간의 회전문 인사 금지 등이 정강 정책에 포함된 것도 샌더스의 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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