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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포대' MB는 거칠 게 없어 보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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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포대' MB는 거칠 게 없어 보이겠지만…

[기자의 눈] "정권 잡았으니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그들

촛불시위는 잠잠해졌다. '분노의 저수지' 역할을 한 '아고라' 조회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국제유가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리틀 MB'라는 공정택 교육감은 재선에 성공했다. 눈엣가시이던 정연주 KBS 사장도 끌어내렸다. MBC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야당은? 뭐, 오합지졸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 정권이 임기나 채우겠냐는 말을 들었던 이명박 대통령 앞에 더 이상 거칠 것은 없어 보인다.
  
  공포감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촛불 시위 한 사람들도 다 미국산 쇠고기 먹지 않겠냐"고 한 이 대통령의 발언에선 최소한의 거리낌도 발견할 수 없다. 중앙과 지방권력을 막론하고 줄비리가 터져도 "또 터질 것"이라며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여권의 행태는 '도둑정치(kleptocracy)'를 연상케 한다.
  
  박정희 철권통치의 재림?
  
  청와대는 검찰과 경찰, 국세청 같은 권력기관은 물론이고 방송통신위원회, 감사원을 장악한 지 오래다. '정치적 중립'이 기실 명분에 불과하다는 건 이들 기관이 총동원된 KBS 사태가 웅변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를 집어넣으려고 할 정도이니 더 나무라는 것도 낭비가 아닌가 싶다. 다만 이 정권의 거침없는 모습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한다'는 의심을 광범위하게 사고 있다는 건 분명히 해두자.
  
  '8.15 역사 재해석'에 진력을 다하고 있는 이 대통령은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어머니들은 머리카락을 잘라 가발을 만들어 수출하고 여공들은 24시간 봉제공장에서 일했고, 우리 근로자들은 중동에 나가서 달러를 벌어서 위기를 극복했다"고 70년대를 그리워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에서 태극기를 열심히 거꾸로 흔들고 와서도 "중국은 13억 인구가 하나가 되서 올림픽을 치르는데 우리 대한민국은 분열과 대립만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론 통합이라는 당위적 명제 뒤에 집권자의 국정운영에 시각을 달리하는 의견에 대한 불만이 한껏 도사리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이상향이 어디인지를 잘 보여주는 발언들이다.
  
  '박정희 향수'와 60~70년대를 철권으로 다스린 '박정희식 통치에 대한 지지'를 혼동하는 것만큼 멍청한 일은 없다. 이명박 정부로부터 느껴지는 공포감은 바로 후자의 징후 때문이다. 유투브,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인터넷 실명제'라는 정부 규제 때문에 한국에서 사업 철수를 고려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리는 마당에 '박정희 통치의 재림'이 기우이기만 할까?
  
  "정권을 잡았으니 뭐든지 할 수 있다"
  
  
권력형 비리에 둔감한 점도 '우리가 잡은 권력'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일일 터이다. 김귀환-김옥희-유한열로 이어지는 연쇄적 비리는 집권층이 국부를 잠식하는 도당(盜黨)정치의 전형이다. "우리가 먼저 발견해서 사정기관에 일렀으니 권력형 비리가 아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은 눈가리고 아웅이다. 국방부 로비에 나선 이들이 "정권을 잡았으니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지 않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직계로 최고위원회에 입성한 공성진 의원은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여기 계신 대의원 동지 가운데 최근 정부로부터 부름을 받은 분 계시냐. 이명박 정권의 탄생에 헌신했던 동지들, 그동안 섭섭하셨을 것이다"면서 "저 공성진이 여러 동지들의 확실한 심부름꾼이 되어 국정참여의 문을 활짝 열어 놓겠다"고 기염을 토했었다. 이것이 민원 창구를 자임한 이야기였음은 공 의원이 전당대회 한참 전에 유한열 전 고문의 부탁을 받고 국방차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보도를 접하고야 깨달았다.
  
  패거리 정치의 방증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재벌 광복절'로 불리는 광복절 특사에 민주노총 인사들은 구색 맞추기로라도 끼어들 자리가 없다. 한 번 우리편은 영원한 우리 편인지라 "자를 만한 이유가 있어서 장관 대신에 잘랐다"던 차관도 대사 자리를 꿰찼으니 '일관성'은 인정해줘야겠다.
  
  MB, 내 갈길을 간다. 남이야 뭐라든!
  
  이 대통령이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실없는 생각마저 든다. 마르크스는 자본론 1판 서문에서 "내가 한 번도 양보한 일이 없는 이른바 여론이라는 편견에 대해서는 저 위대한 플로렌스인(단테)의 다음과 같은 말이 항상 변함없이 나의 좌우명이다"고 일갈했다.
  
  마르크스가 인용한 단테의 격언은 "제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이다. 눈가리개를 하고 앞으로만 달리는 경주마 같은 이 대통령의 모습을 이처럼 잘 설명해주는 경구도 없기에 해보는 말이다.
  
  질주하는 권력의 향유기가 얼마나 갈 수 있을까? 동력이 소진된 탓인지 국민들은 일단 입을 꾹 닫고 있다. 하지만 이 침묵이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것 같다.
  
  '청와대 뒷동산에 올라가 아침이슬을 들으며 반성'했던 과거를 지우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바닥이다.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라는 빈축을 산 노무현 전 대통령이지만, 이 대통령은 '국포대(국민이 포기한 대통령)'라는 보다 심각한 비웃음을 사고 있다.
  
  청와대는 "안정적인 정국운용의 기틀을 잡았다"고 판단한다지만, 권력은 손에 쥐는 순간 새나가는 법이다. 권력기관을 수단화하고, 방송을 장악하고, 제식구끼리 잔치를 성대하게 벌일수록 권력의 손아귀엔 모래 한 알 남아나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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