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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리쌍이 연예인이라 피해 보는 걸까?

[기자의 눈] 야만의 시대, 폭력이 답일까

"우리가 받고 싶었던 게 사과였어요. 단순히 상황에 몰려서 하는 합의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합의 이후에도 살아가야 하는 거잖아요. 잘못된 부분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고 그에 따른 사과를 받고 싶었어요. 그래야만 앞으로도 그런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살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

지난 4월 7일 가수 싸이와 합의한 한남동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운영진이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다. (☞관련 기사 : "싸이에게 받고 싶은 건, 돈 아닌 사과였어요")

1년 반 동안 분쟁을 겪어온 이들은 최근 싸이와 원만한 합의를 이뤄냈다. 카페 드로잉 측은 8월 31일까지 영업한 뒤, 자진해서 나가기로 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무척이나 쉬운 합의인 듯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지난했다. 자그마치 네 차례나 강제 집행이 시도, 집행됐다.

이들이 가수 싸이에게 처음부터 요구한 것은 '사과'였다. 강제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야만적인 폭력, 성추행, 욕설 등에 대한 사과였다.

ⓒ프레시안(허환주)

카페 '드로잉', 싸이에게 받고 싶었던 것은 사과

사실 '드로잉' 측은 싸이와 합의하기까지 지난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카페 드로잉 측이 고개만 숙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 향후 6개월 동안 영업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의 보상금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드로잉 측은 그럴 수 없었다. 싸이 측이 드로잉 측에 가했던 폭력, 즉 강제 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은 자신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싸이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우리가 연예인에게 돈을 바라고 이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강제 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이 정당한가. 그리고 이 폭력에 대한 사과를 포기하고 합의를 한다는 게 맞는 이야기인가. 그건 아니다."

돈보다는 이렇게 야만적인 세상을 인정하기 어려웠던 게 더 컸었다. 이들이 합의하지 않은 이유였다. 결국, 가수 싸이도 이들에게 사과했다. 그간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 관련해서 '드로잉' 운영진에게 사과했다. 이후 교섭은 급물살을 탔다. 그리고 사과가 있은 지 두 달 만에 가수 싸이와 드로잉 측은 합의안을 도출했다. 합의안에 사인할 때, 싸이는 직접 드로잉 카페를 방문해 일일이 운영진에게 사과했다. 자기도 모르게 벌어진 폭력 사태에 대한 사과였다.

합의안을 지키지 않은 리쌍

이야기를 강남 가로수길 '우장창창' 가게로 돌려보자. 이 가게 주인 서윤수 씨는 2010년 11월 현재 건물 1층에 곱창집을 개업했다. 대기업을 다니던 그는 그간 모은 돈, 그리고 퇴직금을 이 곳에 쏟아 부었다. 빚도 지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서 씨에게 장사를 한 지 1년 반 만에 새로운 건물주 '리쌍'으로부터 가게를 비워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가게에 투자한 4억3000만 원을 날릴 판이었다. 하지만 논란 끝에 1층 점포를 리쌍에게 내어준 대신 그 옆 주차장과 지하에서 장사를 계속하는 것을 건물주 리쌍과 합의했다. 약간의 권리금도 보상받았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서 씨는 2년 만에 다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9월 말 건물주 리쌍은 계약 만료를 이유로 퇴거를 통보했다.

이야기는 이렇다. 장소를 바꿔 새로 장사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주차장 불법 영업에 관한 민원이 빗발쳤다. 과태료도 시도 때도 없이 부과됐다. 재계약 때 합의한 대로 주차장 용도 변경을 해달라고 건물주 리쌍에게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됐다.

서 씨는 결국, 주차장 용도 변경을 요청하는 소송을 냈다. 그러자 건물주 측도 곧바로 '임대차 계약 위반'으로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반소를 제기했다. 서 씨의 주차장 불법 건축물로 피해를 봤다는 것. 1심 재판부는 용도 변경도, 계약 해지도 안 된다며 양측의 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항소심에서 법원은 서 씨가 지하와 주차장 임대 계약 종료 6개월에서 1개월 사이 건물주에게 계약 갱신 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거 명령을 내렸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이 집주인에게 계약 중단을 통지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된다.

하지만 우장창창의 경우 환산 보증금을 초과하기에 묵시적 갱신에서 상가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 서울시의 경우 환산 보증금이 4억 원이 넘으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서 씨는 이것을 몰랐다. 아니, 대부분 세입자들은 이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법은 서 씨에게 2차례에 걸쳐 퇴거 명령 계고장을 보냈고, 지난 5월 30일 계고장의 기한이 만료됐다. 그리고 7일 용역 100여 명이 서 씨의 가게를 강제 집행하고자 새벽 6시부터 모여들었다.

ⓒ프레시안(허환주)

ⓒ프레시안(허환주)

리쌍이 연예인이라 피해를 보는 걸까

이날 겨우 강제 집행을 막아낸 서 씨는 눈물을 흘렸다. 그는 "내가 내 가게에 들어가는데 왜 용역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그저 아침에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고 장사 준비하고 가게 마감한 뒤에는 집에 가서 애들 자는 거 지켜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잔 죄 밖에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서 씨는 처음에만 해도 강제 집행은 어쩔수 없는 일이라며 적당히 보상금만 받으면 나갈 생각이었단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단다. 그저 생계로 장사를 하겠다는 자신 때문에 많은 동료들이 다쳤고, 말도 안 되는 일도 겪어야 했다.

서 씨는 가수 리쌍, 아니 건물주 강희건과 길성준에게 사과를 받고 싶단다. 이렇게까지 야만적으로 사람을 몰아내야 하느냐는 분노였다. 이들이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는 울분이었다.

강제 집행은 결국 이날 중단됐다. 하지만 가게는 강제 집행으로 풍비박산이 난 상태다. 서 씨는 이날 다시 영업을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문제는 여기서 이야기하지 말자. 최근 두 차례나 개정됐으나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여전히 건물주는 이 법을 이용하고 있고, 세입자들은 폭력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 부당한 법임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가수 리쌍이 연예인이라 피해를 보는 걸까. 아니면 건물주로서 영세한 세입자를 폭력으로 쫓아내려다 역풍을 맞는 걸까.

부조리한 상가임대차보호법 속에서 답은 결국, 대화와 타협에 있을 수밖에 없다. 영세한 세입자도 세입자지만, 이날 일당 25만 원을 벌려 나온 20대 철거 용역 직원은 대체 무슨 잘못인가. 우리는 왜 이런 풍경에 익숙하며,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에 잘잘못을 따져보는 관전자가 되어야 하나.

우리가 사는 시대가 '야만의 시대'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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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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